이명박(MB) 전 대통령은 정부 출범 직후 불거졌던 광우병 사태와 관련해 “사실 그때 광우병이 문제가 아니고 이명박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12일 서울 강남구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전문건설공제조합 ‘건설경영 최고경영자(CEO) 과정’ 강연에서 “소고기 광우병 (시위)할 때 위원장을 하던 운동권자가 전향했다면서 어디 강연에 가서 그렇게 이야기하더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12일 오전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기 건설경영 CEO과정 행사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대통령은 “내가 원체 압도적으로 (대선에서) 당선돼 큰 흔들림은 없었는데, 결국 목적은 나를 흔들려던 것”이라면서 “그러나 나는 못 건드리고 그다음 대통령을 끌어내렸다”고 주장했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문제를 두고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을 때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통령은 광우병 사태 당시 진행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과 관련한 일화도 소개했다. SMA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서 한국이 부담할 금액을 규정하는 협정이다.

이 전 대통령에 따르면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임기가 다 됐는데 한가지 선물을 줄 수 있다”며 “향후 5년간 협상 없이 현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사인을 하고 떠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내가 ‘당신이 그렇게 하고 떠나면 다음 대통령 때 안되지 않겠느냐’라고 하니까, (부시 대통령이) ‘미국은 한국하고 달라서 전임이 그렇게 하면 그대로 지킨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오전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기 건설경영 CEO과정 행사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주력한 ‘세일즈 외교’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한국만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하자 정상외교 무대에서 각국 정상들이 서로 자신의 옆에 다가오려 했다며 “혼밥·혼식할 기회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의 바라카 원전을 수주했을 때도 회고했다. 당시 이미 프랑스로 내정돼 있었으나, UAE 국왕에게 여러 차례 전화하고 팀을 꾸려 방문하는 등 공을 들인 끝에 ‘첫 원전 수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요즘 같은 국빈 초대 이런게 아니었다”며 “세일즈맨이 가듯이 굴욕적으로 갔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바라카 원전 수출과 함께 서울시장 재직 때 추진한 청계천 복원, 버스전용차로제 도입 등을 거론하면서 “뼛속까지 차 있는 기업가 정신으로 거둔 결과”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기업가 정신의 핵심 덕목과 관련한 질문에 “종업원들에게 잘해줘서 사기가 오르게 하고, 기업이 잘되는 모습을 보이면 종업원은 또 힘이 난다”며 “국가를 위해서 어떻게 한다기보다 그저 자신이 하는 기업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전 대통령의 이날 강연은 전문건설공제조합과 동국대가 공동 개설한 ‘건설경영 CEO 과정’ 2기 입학생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은재 조합 이사장과 전문건설업체 CEO, 종합건설사 임원, 건설유관기관 금융기관 임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