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미래 중앙당 창당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비례위성정당 '국민의미래' 당 대표를 현역 의원이 아닌 당직자에 맡긴 데 대해 정치권에서 여러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기존 여의도 문법을 탈피함과 동시에 지금껏 큰 잡음 없이 이어온 '조용한 공천' 기조를 유지하려 힘쓴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3일 국민의미래를 창당하며 당 대표로 조혜정 정책국장을 세웠다. 조 정책국장은 지난 1996년 당 사무처 공채 6기로 들어와 여성국장을 비롯한 주요 보직들을 거친 인물이다. 처음 당 대표로 내정된 건 조철희 총무국장이었으나 일신상 이유로 내정을 고사했다. 그 또한 공채 6기로 국민의힘 공보실장, 정책국장, 조직국장 등을 거쳐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지냈다.

애초에 '의원 뱃지'를 단 인물은 국민의미래 당 대표 후보에서 빼자는 합의가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미래 창당 전이었던 지난달 21일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지난 총선에서와 같은 혼선을 막기 위해 '국민의힘의 경험 많은 최선임급 당직자'가 비례정당 대표를 맡아 비례정당 출범 작업을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라 말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오른쪽)와 한선교 전 미래한국당 대표. 둘은 지난 21대 총선 비례후보 공천 과정에서 큰 갈등을 빚었다. 결국 한 전 대표가 취임 44일 만에 사퇴하며 잡음은 잦아들었지만 결국 미래통합당은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과반 의석을 빼았기며 참패했다. /연합뉴스

◇ '총선 참패'로 이어진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갈등

한 위원장이 '지난 총선에서와 같은 혼선'이라 콕 집어 말한 이유는 명확하다. 직전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지역구 후보는 물론 비례대표 후보 공천 과정에서까지 끊임없는 마찰과 파행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래통합당은 더불어민주당 측에 전체 의석수 절반이 넘는 180석을 내주며 총선에서 참패했다.

특히 비례후보 공천 과정에서 미래통합당 대표였던 황교안 전 의원과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 대표였던 한선교 전 의원 사이 갈등이 첨예했다. 성균관대 선후배 사이인 둘이 비례후보 공천 과정에서 좋은 호흡을 보여줄 거란 예상과는 정반대였다.

당시 한 전 의원은 "모(母) 정당인 한국당의 황교안 대표가 됐든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됐든 그 누구의 입김도 작용하지 못하는 비례대표 공천을 하겠다"라고 선언한 뒤 사실상 독자 노선을 걸었다. 미래통합당 영입인재들을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에서 당선권 밖으로 밀어낸 것이 대표적 사례다. 결국 한 전 의원은 취임 44일 만에 미래한국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은 현직 의원이 아니면서 친문 성향이었던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를 당 대표로 세웠다. 민주당 측에 서있지만 의원직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 비례정당 대표를 맡은 덕에 당시 민주당의 비례후보 공천 과정에는 상대적으로 잡음이 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3일 인천 계양구 계양산전통시장을 찾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인천 계양(을) 지역에 출마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닭강정을 먹고 있다. /뉴스1

◇ "여의도 문법 탈피해 '정치 뉴페이스' 효과 이어가는 전략"

정치권에서는 정치 신인인 한 위원장이 맨 앞에 나서 기존 정치적 문법을 따르지 않는 행보를 보이는 것이 총선에서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리란 분석이 나온다. 한 여당 중진의원실 관계자는 "여의도 문법을 탈피하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그 주체가 '정치 뉴페이스'인 한 위원장인 만큼 더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며 "이번 총선에 불출마하는 현역 의원을 5명 이상 비례 후보로 확보해 저변을 넓히고 정당투표 용지에서 기호 3번을 노리는 식으로 민주당을 포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결국 지역구는 물론 비례후보 선정에 있어서도 시스템 중심의 '조용한 공천'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 위원장은 "감동적인 공천이란 명확한 시스템에 기반한 사심 없고 조용한 공천"이라 말한 바 있다. 비례후보 선정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의힘의 이름으로 전혀 부끄럽지 않을 사람만을 사심 없이 엄선해서 국민에게 제시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어떤 외부적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