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지배를 받는 전체주의적 사당(私黨)이 됐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1985년 ‘민주화운동청년연합’을 발족하고 김대중 총재 비서로 정치에 입문해 5선 국회의원을 지낸 ‘동교동계 막내’가 40여년 만에 당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설 의원은 앞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대표가 떳떳하게 가결을 요청하라”며 찬성 표결을 인정하는 등 소신 발언을 했었다. 강성 친명계로부터 ‘해당행위자’로 불리며 공격을 받아왔고, 최근 ‘현역 평가 하위 10%’ 결과를 통보받았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설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에서 “감히 무소불위의 이재명 대표를 가감 없이 비판했다는 이유로 하위 10%를 통보 받고, 지금까지 당에서 일구고 싸워온 모든 것들을 다 부정당했다”며 “4년이라는 시간이 단순히 이재명 대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아무 의정활동도 하지 않는 하위 10%의 의원이라고 평가되며 조롱당했다”고 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최근 설 의원과 박용진·송갑석·윤영찬·박영순 의원 등 비명계 의원들에게 ‘하위 20%’에 들었다고 통보했다.

그는 “지난 40여 년 동안 국민이 민주당을 신뢰했던 이유는 민주당의 민주화가 제대로 작동되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목소리를 배제하지 않고 통합과 화합의 정신으로 결과를 도출해나가며 대화와 타협으로 당을 이끌어왔다”며 “하지만 작금의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연산군처럼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의 측근과만 결정하고, 의사결정에 반하는 인물들을 모두 쳐내며 이 대표에게 아부하는 사람들만 곁에 두고 있다”고 했다.

특히 “민주당은 어떻게 아부해야 이재명 대표에게 인정받고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만 고민하는 정당이 돼버렸다”며 “이재명 대표에게 민주당은 자신의 방탄을 위한 수단일 뿐, 윤석열 정권에 고통받는 국민은 눈에 보이지 않고 그저 자신이 교도소를 어떻게 해야 가지 않을까만을 생각하며 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이낙연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 합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입당을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며 “‘우리가 진짜 민주당’이라는 새로운미래 측의 평가가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설 의원은 ‘이재명 사당화’에 반발해 탈당을 고민 중인 민주당 의원이 5명 이상이라고 했었다. 그는 “아직 민주당에 애착을 갖고 있어 (동료 의원들과) 한꺼번에 행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차례로 탈당을 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당에 변화를 요구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서 공천 및 현역 평가 결과에 반발해 탈당한 의원은 설 의원까지 총 4명이다. 앞서 김영주 국회부의장과 박영순 의원이 ‘하위 20%’ 통보에 불복해 탈당했고, 이수진(동작을) 의원은 공천배제에 반발하며 당을 나갔다. 통상 현역 의원이 탈당한 지역구는 전략 지역으로 지정된다. 전략 지역이 되면, 당이 특정 인물을 경선없이 전략공천하거나 소수 예비후보 간 제한적으로 경선을 실시할 수 있다. 현재 설 의원 지역구(경기 부천을)에는 원외에서 민주당 소속 4명, 국민의힘 3명, 진보당 1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