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제2차 경선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두고 국민의힘이 험지 후보자 배치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당세가 약한 데다 당선 가능성까지 적은 지역이다 보니 공천 신청 후보도 적은 탓이다. 일각에선 집권 여당이 '새로운 얼굴'이 부족한 인재난을 겪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1차 경선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27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현재 전체 253개 지역 선거구 중 아직 63개 지역구는 공천 방식조차 정하지 못한, 이른바 '공천 보류 지역'이다. 이 중 험지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약세 지역은 공천 신청 후보자가 없거나 신청한 후보들이 있더라도 특별히 뛰어난 역량을 보이지 않는 등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노원갑·을·병 3곳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선을 지낸 노원을은 국민의힘에서는 험지 중의 험지로 꼽힌다. 그 때문인지 노원을 공천 신청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에 공관위는 당초 동작갑 공천을 신청했던 김준호 전 최재형 의원실 선임비서관을 공천하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선임비서관은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공관위에서 노원을로 지역을 옮겨보는 건 어떠냐는 제안을 했고, 저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다고 답을 드렸다"면서도 "아직 노원은 선거구가 정확히 정해지지 않은 터라 공관위의 공식적인 공천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노원갑과 노원병에 신청한 예비후보는 있지만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여전히 누구를 공천할지 아직도 정하지 못한 상태다. 공관위 관계자는 "공천 보류 지역 공천 후보로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해 공관위에서도 노력 중"이라며 "노원은 갑·을로 합쳐질 수 있는 지점도 고려 사항"이라고 했다.

이어 "다른 곳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된 후보더라도 재배치한 다른 지역에 연고가 있거나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이 되면 추진할 생각"이라며 "다만 늘 말해왔듯이 당사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까지 고려해서 공천하고 인력을 재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서을도 마찬가지다.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해당 지역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서류에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아 컷오프됐다. 또 다른 예비후보였던 박대수(초선·비례) 의원도 출마를 포기하면서 서울 강서을 공천 후보자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공관위는 강서을에 박마루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이사장을 투입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남권 공천 작업은 더 암담한 상황에 직면했다.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지역일 뿐만 아니라 아무 연고도 없는 후보를 보낼 수 없는 탓이다. 더구나 경쟁력까지 갖춘 후보를 찾는 것 자체가 가뜩이나 어려운데 공천까지 안 하기에는 '호남 홀대론', '호남 포기'라는 거센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반드시 후보를 내야 한다는 게 국민의힘 입장이다.

당 관계자는 "상대 당인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 경쟁력 있는 후보를 찾는 것 자체가 엄청난 미션"이라며 "이정현 후보는 순천에서 지역 활동을 한 보수 정치인 아닌가. 이 정도 급이 되는 인재를 찾아야만 호남권에서 해볼 만한데, 그렇지 않다고 해서 호남권 공천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찾는 데까진 찾아볼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 공관위가 공천을 보류한 지역 중 험지일수록 공천 후보자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는 건 고질적인 인재난(難)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김기현 당대표 사퇴를 시작으로 한동훈 비대위 돌입, 소위 '윤한 갈등' 등을 직면하면서 험지에 갈 만한 인재 발굴이나 경쟁력 강화 등 총선 대비가 상대적으로 늦어졌다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한 지 이제 3개월 차다. 실제로 공천에 쓸 만한 인재를 발굴하고 경쟁력을 키우는 데 들어가는 물리적인 시간이 다소 부족했다는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며 "컷오프된 후보 중 협의를 통해 재배치하는 방안이 차선책으로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 소장은 "개혁신당 등 제삼지대의 출마 상황부터 민주당의 공천 상황 등 상대 당들이 직면한 상황도 모두 고려해 공천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스템 공천에서 세운 기준은 그대로 갖고 가되, 영입 인재들을 어디에 전략 공천할지도 함께 논의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험지일수록 본선 경쟁력이 중요한데, 당세가 너무 불리해서 아예 공천 신청이 없었을 수도 있고, 신청한 후보자들의 역량이 공관위 기준에 차지 않았을 수 있다"라며 "경쟁력이 없는 후보들뿐이라면 기존 다른 지역구에서 아까웠던 인재들을 지역 재배치를 하거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후보를 전략 공천하는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공천 보류 시간이 길어질수록 지역에서는 당 지도부가 현역 혹은 당협위원장 등 공천 신청 후보자에게 공천을 주지 않으려는 게 아니냐, 또는 '낙하산 인사'를 공천하려나 보다 등 많은 생각이 오간다"라며 "본선 전부터 이런 분위기를 형성할 필요는 없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공천 보류 지역에 대한 결정을 조속히 내려 총선 승리를 담보하는 것도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