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가죽만 벗기면서 손에 피 칠갑을 해놓고 당대표 본인 가죽은 안 벗기냐. 이재명 대표 개인 사당 만들어서 다음 당권을 또 잡으려 하는 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27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는 4·10 총선의 '밀실 공천'을 지적하는 성토장이 됐다. 당초 재판 등으로 의총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진 이재명 대표가 등장하면서다. 이날 친문(親문재인)계 중진 홍영표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정권 심판이 목적이 아니라, 당은 망해도 이재명만 승리하면 된다는 식으로 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특히 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가 서울 중성동갑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하고 임종석 전 비서실장을 배제한 것에 대해 "명·문(이재명·문재인) 정당이 아니라 멸문(滅文) 정당이 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현역 하위 20%' 통보를 받은 박용진, 홍영표 의원 등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의 사퇴 및 불출마 요구도 나왔다. 5선 설훈 의원은 "당대표직을 내려놓고 총선 출마도 하지 말고 이 상황을 전부 책임진다고 하고 물러나라"고 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사형 선고를 받고도 살아나서 대통령이 됐는데, 이 대표는 감옥 가는 게 뭐가 두렵나"라며 "잘못한 게 없으면 국민이 (옥중에서도) 끄집어낼 것"이라고 했다. 설 의원은 이날 이 대표에 직언을 하며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고별사를 했다"며 오는 27일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오영환 의원은 "공천 의혹이 점입가경인데 정상적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나"라며 "사태 수습을 위해 조정식 사무총장과 김병기 사무부총장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여론조사가 조작됐다는 의혹까지 나온 상황인데 지도부는 시스템 공천이 잘 되고 있다고만 할 건가"라고 했다. 송갑석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당이 총선에서 이기겠다는 의지가 있느냐에 대해 당원과 국민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당의 분열을 이끈 여론조사 등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주로 나왔다"고 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조정식 사무총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특히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정필모 의원은 "나도 모르는 누군가가 담당 분과에 연락해 특정 업체(리서치디앤에이)를 끼워넣었다"며 "위원장인 나도 속았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 21일 1차 경선 결과 발표를 앞두고 돌연 사퇴했다. 2013년 성남시 시민 만족도 조사 용역을 맡았던 이 업체가 최근 홍영표·이인영 의원 등 비명계 지역구에서 현역을 뺀 후보 적합도 조사를 실시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다. 민주당은 "건강상의 이유"라고만 했지만, 당내에선 경선 조사업체 추가 선정 과정에 외부 개입 사실을 발견한 정 의원이 직을 내려놨다는 말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전해철 의원은 의총에서 당 지도부가 '정체불명' 여론조사의 주체와 현역 의원 '하위 20%' 평가의 근거를 소상히 밝힐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전해철·홍영표 의원은 의총 후에도 홍익표 원내대표를 따로 만나 "리서치디앤에이가 당 여론조사 업체로 추가 선정된 과정과 여기에 관여한 책임자를 명확히 밝히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홍 원내대표는 "당 혼란과 갈등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홍 의원은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전해철, 도종환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임오경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조정식 사무총장은 여론조사 논란에 대해 "총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여론조사를 돌린 것은 맞다"며 "일부 지역의 현역 의원을 배제하고 여론조사를 돌린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당 지도부 차원에서 비명계 의원들을 뺀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이 대표도 이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이 대표는 "의원들께서 여러가지 의견을 주셨는데 당무에 참고하겠다"고만 하고 국회를 떠났다. '임 전 실장 공천배제' 또는 '당대표 사퇴 요구' 등에 대한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