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파동이 지도부 내부 균열로 확대되고 있다. 앞서 비례대표 선출 제도를 당원투표에 부치는 안을 두고 친명(親이재명)과 비명(非이재명)이 공개 충돌한 데 이어, 이번에는 핵심 지역의 공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26일 인천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에 불참했다. 고 최고위원은 전날 자정까지 이어진 비공개 심야 최고위 회의에서 최근 불거진 불공정 공천 문제를 거론했으나 친명계가 다수인 지도부에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그는 최고위원 7명 중 유일하게 비명계로 꼽히는 인물이다. 앞서 비명계 인사 중 호남 몫으로 지명됐던 송갑석 전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당시 친명계의 ‘가결표 색출’ 압박 속에 사퇴했었다. 고 최고위원 측은 “공천에 대한 이재명 대표 측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당분간은 최고위에 참석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특히 전날 회의에서 고 최고위원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중·성동갑에서 경선을 치를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은 현역 홍익표 원내대표가 일찍이 불출마를 선언한 곳으로, 당이 ‘전략 지역’으로 지정해 ‘여전사 3인방’(추미애·이언주·전현희) 전략공천을 검토 중이다. 친명계에선 임 전 실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발탁해 민주당 대선 패배에 원인을 제공했다며 불출마를 압박하고 있다.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의 서울 은평을 출마도 내분을 키웠다. 김 위원장은 강성 친명계 원외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 소속으로, 현직 강원도당위원장 신분을 유지한 채 비명계 강병원 의원(서울 은평을) 지역구에 출마했다. 당 지도부가 지난해 말 주의 조치를 내렸지만, 공천 심사 결과 현역 의원과 2인 경선을 치를 수 있게 됐다. 강 의원이 이를 문제 삼아 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당 ‘투톱’ 간 갈등도 부상했다. 홍 원내대표는 전날 최고위에서 김 위원장의 출마가 ‘해당행위’라는 의견을 개진했으나 이 대표 등 지도부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홍 원내대표는 앞서 경선 여론조사 업체 선정이 끝난 후 추가로 포함된 리서치DNA의 불공정 논란도 언급했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3년 당시 이 업체가 성남시 시민 만족도 조사를 수행했다는 점이 알려져 경선에서 ‘편파 조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결국 지난 25일 경선 조사 업무에서 배제됐다. 같은 시기 정필모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이 “건강 악화”를 이유로 돌연 사임했지만, 당내에선 조사 업체 선정 관련 문제로 직을 내려놨다는 말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더민주혁신회의는 이 대표에 ‘반기’를 든 두 사람을 공개 저격했다. 이들은 논평에서 “홍익표 원내대표가 시스템 공천 결과를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며 “민주당 공천의 신뢰를 무너트릴 부적절한 개입이자 월권”이라고 했다. 또 “임종석·강병원 등 비명계 특정 인물을 공천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고 최고위원에 대해서도 “공천개입과 당을 흔드는 행위”라며 “당무를 거부하려면 당직을 사퇴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