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까지 40여 일을 앞둔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정치권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록적인 고금리에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이어지면서 날이 갈수록 미분양 주택 수가 늘어났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도 커지자, 제21대 국회가 막판에 이를 해결할 대책을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미분양 주택 중 82%가 비수도권에 있다는 점에서 총선 전 지역 살리기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거라고 본다. 관건은 제21대 국회가 끝나기 전 법안 통과 여부다.

대구 지역 분양사업장들이 적채된 미분양 아파트를 털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사진은 대구 도심 전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 작년 말 ‘준공 후 미분양 주택’ 6만2489호... 비수도권이 82%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미분양 주택 문제를 해결하고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대책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총 6만2489호다. 직전 달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5만7925호로 한 달 새 7.9%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비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전국 미분양 주택 분량의 82%를 차지한다. 소위 ‘악성 미분양 주택’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대부분 비수도권에 몰린 셈이다.

가장 먼저 해결의 단초를 마련한 건 정부였다. 정부는 올해 1월 10일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및 건설 경기 보완 방안’ 정책을 발표했다. 올해 1월부터 내년까지 2년간 준공되는 60㎡ 이하, 수도권 6억원·지방 3억원 이하의 소형 신축 주택(아파트 제외)을 최초 매입하면 취득세·양도세·종합부동산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세제 혜택으로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국회에서는 이를 지원사격 하기 위한 후속 입법이 발의된 상태다. 비수도권에 소재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한 수요를 세제지원으로 끌어올릴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한 지역·민생 경제 활성화까지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일 류성걸·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각각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안과 지방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류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이달 초 기존 1주택자도 법 시행 1년 이내에 비수도권 지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취득하는 경우 1세대 1주택자로 간주하고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에 1세대 1주택자 특례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핵심은 비수도권(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전용 면적 85㎡ 이하·취득 당시 가액 3억원 이하)를 주택건설사업자가 2년 이상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때 2024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취득세 최대 50%까지 감면한다는 것이다. 이외에 ▲건축주가 소형주택(전용 면적 60㎡ 이하)을 신축하는 경우 2025년까지 한시적으로 취득세 최대 50% 감면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이 출자·투자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펀드를 통해 기존의 부실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사업장의 부동산 취득 시 2025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취득세 50% 감면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경기가 무너지고 있다. /조선DB

◇ 21대 국회 막판에 발의된 조특법·지방세법 개정안 처리될까

정치권 안팎에서는 해당 법안들이 윤 정부의 정책과 함께 시행된다면 악성 미분양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김동환 서울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책을 세웠어도 법률적인 뒷받침이 없으면 정책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정책과 관련된 법안이 있다는 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라며 “다만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별 특성에 따라 세부적인 대책을 계속해서 논의해야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날 것”이라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의식주는 피부로 와 닿는 현실적인 문제”라며 “총선 전 지역 살리기 공약을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지방으로 갈수록 주거 관련 민생 정책은 지역 주민들이 가장 크게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다. 총선 표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세제 혜택이 직접적인 영향을 주려면 (구매) 여력이 있는 투자 개념이 있을 땐 가능하다. 무주택에서 주택을 산다고 할 땐 큰 효과는 없다고 보는 이유”이라면서도 “다만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이슈가 큰 지역에는 총선용 공약으로라도 나온다면 지역 사회에서 골머리를 앓는 이슈를 여야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여야가 합의해 해결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관건은 제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5월 전까지 해당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 여부다. 국회 임기가 끝나기 전에 통과하지 못한 법안들은 모두 다음 국회 회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폐기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제 지역구인 대구도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물량이 많다. 이를 해결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를 하기 위해 낸 법안이었다”면서 “상임위 조세소위를 열고 해당 법안을 심사해야 하는데, 야당 간사와 협의가 잘 안됐다. 계속 협의 중인데 총선 전 조세소위 개최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4월 10일 총선이 있는 만큼 총선 전에 임시국회가 다시 열릴 가능성은 없다. 다만 법안의 취지에 대해 야당도 공감을 한다면, 총선이 끝난 직후 한 달 정도 남는 기간 정말 마지막 임시국회를 열고 처리할 수 있는 방안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기 만료 후 폐기된 법안은 제22대 국회에서 다시 입법발의 과정을 하나씩 밟아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