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원로인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천(私薦) 논란에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최근 전국에서 비명(非이재명)계 현역 의원을 제외한 정체불명의 여론조사가 시행되고, 이 대표와 강성 지지층에 이견을 냈던 의원들이 줄줄이 ‘평가 하위 20%’ 통보를 받는 등 밀실 공천 논란으로 당 내홍이 격화한 상황에서다.
두 전직 총리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와 지도부를 향해 “총선 승리를 위해 작은 이익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들은 “민주당의 공천은 많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며 “이재명 대표가 여러 번 강조한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지금처럼 공천 과정에서 당이 사분오열되고 서로 신뢰를 잃게 되면, 국민의 마음도 잃게 된다”고도 했다.
특히 이 대표를 향해 “지금이라도 당이 투명하고 공정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게 공천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며 “우리는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서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자 하지만,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총선 승리에 기여하는 역할을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간 당에선 두 전직 총리를 비롯해 당 원로들에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는 등 선거 지원을 요청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그러나 이 대표의 사천 논란으로 ‘비명계 공천 학살’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 대표에 대한 ‘지원 거부’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다.
◇'하위 통보’ 현역들 “납득 불가, 위원장도 ‘나는 모른다’고만 해”
한편 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하위 20%’ 또는 ‘하위 10%’ 통보를 받은 현역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사당으로 전락했다”고 반발했다. 비명계 인사로 최고위원을 지낸 송갑석(광주 서갑) 의원은 “임혁백 공관위원장으로부터 의정활동 평가 하위 20% 통보를 받았다”며 “친명이든 비명이든 친문이든 누구든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우겠다는 원칙이 무너졌다”고 했다.
박영순(대전 대덕) 의원도 하위 10% 통보를 받았다며 “오래 전부터 상대 후보 측에서 ‘박영순은 비명계라 컷오프 된다, 친명 박정현 최고위원이 무조건 공천 받는다’는 말이 있었다. 공관위의 통보로 애초부터 기획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했다. 또 “표적 공천에 맞서 당당히 경선을 치르겠다”고 했다. 하위 10%에 속한 김한정(남양주을) 의원 역시 “납득할 수 없지만 당원과 시민께 맡기겠다”며 경선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당헌·당규를 개정해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10%는 경선 시 얻은 점수의 30%를, 하위 20%는 경선 점수의 20%를 깎도록 했다. 기존에는 하위 20% 당사자에 20%를 일괄 감산하는 방식이었다. 전날 하위 10% 통보를 받고 재심 신청 의사를 밝힌 박용진 의원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의) 현역 의원 심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느닷없이 하위 10%의 감산을 30%로 확대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