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밀실 공천’ 논란이 계파 갈등으로 격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 및 강성 지지층을 비판해왔던 비명(非이재명)계 의원들이 ‘현역 평가 하위 20%’ 통보를 받는가 하면, 현역 평가에서도 합격한 중진을 빼고 친명계 원외 인사를 포함한 정체불명의 여론조사가 잇따라서다. 비명계에선 이 대표가 당을 장악하기 위해 ‘사천’을 한다며 집단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원외 친명계 인사들을 대거 공천하기 위해 당 원로나 중진급 의원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는 말도 나왔다.
비명계 4선 홍영표 의원은 20일 기자들과 만나 “원래 공천 시기엔 당이 혼란스럽지만, 이런 비선·밀실 공천은 어느 시기에도 못 봤다”며 “당을 정상화하는 데 의원들이 지혜와 힘을 모아보겠다”고 했다. 홍 의원의 발언은 앞서 이날 비명계 재선 박용진 의원이 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하위 10%’ 결과를 통보 받고, 재심 신청 의사를 밝힌 직후 나왔다. 이 대표 사퇴를 요구해온 윤영찬 의원도 하위 10%에 들었다며 “이재명 사당화를 위한 공천”이라고 했다. 전날에는 김영주 국회 부의장이 하위 20% 평가 결과에 불복해 탈당을 선언했다.
여론조사도 문제가 됐다. 각 지역구에서 공천을 위한 ‘후보 적합도 조사’가 진행 중인데, 비명계 현역 및 중진의원을 배제하고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을 후보로 올린 것이다. 여기엔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출마한 서울 중·성동갑을 비롯해 ▲서울 구로갑(이인영) ▲인천 부평을(홍영표) ▲광주 서구갑(송갑석) ▲경기 부천을(설훈) ▲경기 평택갑(홍기원) ▲충북 청주청원(변재일) 등이 포함됐다. 이 중 변 의원 등 일부는 지역 매체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데다 ‘하위 통보’를 받은 바도 없다고 했다. 특히 서울 성북을(기동민)과 마포갑(노웅래), 경기 광주을(임종성) 등 현역이 재판 중인 곳과도 무관해 공정성 시비로 이어졌다.
당 공관위 등 공식 기구에선 “출처를 모른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최근에는 홍익표 원내대표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임종석 송파갑 여론조사’ 경위를 물었으나 정작 전략기획위원회와 공관위 측은 “의뢰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민주당 의원 텔레그램 대화방에선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이 추미애 전 장관을 포함한 이 지역 여론조사를 문제 삼으며 이 대표의 2선 후퇴를 공개 요구하고, 공관위 간사인 김병기 의원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비명계 의원들은 오는 21일 의원총회에서 사천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당 공관위에 ‘정성평가 결과 공개’ 등을 요청키로 했다. 다만 이 대표는 이날 ‘사당화’ 논란에 대해 “특별당규 당헌에 따라 공천은 공정하게 진행된다”며 “원래 혁신이라고 하는 것이 그 언어가 가진 의미처럼 정말 가죽을 벗기는 그런 고통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했다. 하위 20% 명단에 비명계가 대거 포함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제가 아끼는 분들도 많이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