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8일 더불어민주당이 충남 공주시부여·청양군 지역구에 단수공천한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과 관련된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사단법인과 사업을 둘러싼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우린 이런 사람은 공천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 비대위원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지난 회의 때 정의연(정의기억연대), 노무현재단에 이어 오늘(8일) 박 전 수석이 초대회장으로 계시는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가 유엔(UN)을 사칭했다는 말이 있다”며 44억원 모금 기부액의 사용처와 25억원 모금 대비 높은 수입 지출 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비대위원이 지적한 44억원 모금 기부액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이끄는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시민단체특위)가 의혹을 제기한 지점이었다. 당시 박 전 수석은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단체특위 발표를 보고 드는 생각은 ‘천벌’이다. 누가,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알고 있다. 선거철이 된 것”이라며 “선거가 아무리 급해도 박수현 한 명 잡으려고 대한민국 국익과 서민주거와 청년의 꿈까지 무참히 짓밟아야 하나”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김 비대위원은 “유엔 해비타트(한국위원회)가 2019년 설립됐다가 작년 11월 국회사무처가 단체 법인 설립허가 취소를 의결했고, 사무처 법률자문위에서 고소·고발을 권장했다”며 “이곳에서 지난 4년간 44억원을 모아서 하태경 의원이 환수조치 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건 잘못됐다. 이미 44억원은 다 썼다. 환수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2022년에 25억원을 모금했다. 앞으로도 계속 민주당과 관련해 이 같은 기부나 수익 금액에 문제제기를 하려고 하는데, 항상 보면 어떤 특정한 포인트가 있다. 선거 때 이런 수입 지출이 대단히 높아진다”고 비판했다.

또 김 비대위원은 모금액 44억원이 박 전 수석이 공천받은 지역에 쓰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분이 44억원을 모금해서 어디에 썼냐면, 2022년 ‘공공의도시’라는 사업으로 3억2000만원을 지출했다. 이 돈의 사업 지역이 충남 공주·부여·보령”이라며 “2022년 3억5000만원을 꿈나무닷스쿨사업에 지출했다. 홈페이지도 있었는데, 한 달 전쯤 사라졌다. 이 사업이 진행된 곳도 충남 공주시”라고 말했다.

이를 듣고 있던 한 위원장은 “유엔 해비타트 이름으로 모은 44억원 중 상당 부분이 (현재 공천받은) 자기 지역구 사업으로 썼다는 건가”라며 “이 정도는 해야 민주당에서 단수 공천을 받는 것 같다. 분명히 말씀드린다. 국민의힘에 이런 분은 공천 신청하지 마시라. 우리는 이런 분을 공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박 전 수석은 이날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제가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초대 회장을 했다는 이유로, 정치적 흠집을 내려는 시도를 하는 것에 대해 (지금까지는) 참고 인내해 왔지만, 이제는 완전히 도를 넘었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국민의힘에서 조직적으로 정치 공세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기죄로 유엔 해비타트를 고소한 서울도시공사(SH공사) 등엔 분명히 강력한 법적 조치로 맞고소할 것”이라며 “국민의힘도 더 이상 특정 인사를 위해 당 소속 국회의원부터 비대위까지 비열한 짓은 하지 마시라”라고 했다.

그는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가 이날 SH공사를 상대로 맞고소를 진행할 예정이고, 국회 사무처에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라고 밝혔다. 앞서 SH공사는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국회 사무처도 비영리단체의 등록 취소를 의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