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7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대한 첫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부터 94분간 방송된 한국방송공사(KBS)와의 특별대담에서 “정치공작은 맞다”면서도 “아내가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했다. 이 방송은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녹화됐다. 진행자와의 일대일 대담 사이사이에 윤 대통령이 직접 대통령실 곳곳을 소개하는 영상이 반복되는 형식으로 방송됐다.

7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대담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은 ‘어떻게 검증이 안 된 사람이 몰래카메라를 장착한 전자기기를 갖고 대통령 부인에게 접근할 수 있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일단 용산 관저에 들어가기 전 일”이라고 전제하면서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한테도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자꾸 오겠다고 하니 그걸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된다”면서 “저라면 좀 더 단호하게 대했을 텐데 아내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상황 때문에 물리치기 어렵지 않았나 생각되고 좀 아쉬운 점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국민들이 오해하거나 걱정 끼치는 일이 없도록 선을 분명하게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정치공작의 희생자’라는 여당의 인식에 동의하느냐는 물음엔 “시계에다 몰카까지 들고 와서 이런 걸 했기 때문에 공작이다. 또 선거를 앞둔 시점에 1년이 지나서 터뜨리는 것 자체가 정치 공작이라고 봐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정치공작이란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론 이런 일이 발생 않게 좀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 처신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특별감찰관이나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해서는 “감찰관은 국회에서 선정을 해서 보내는 것이고, 대통령실은 받는 입장”이라면서 “제2부속실 같은 경우는 지금 비서실에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어떤 비위가 있거나 문제가 있을 때 사후에 감찰하고 하는 것이지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2부속실이 있었더라도 아내가 내치지 못해 자꾸 오겠다고 하니까 사실상 통보하고 밀고 들어오는 건데 제2부속실이 있어도 만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라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녹화된 KBS 신년 대담에서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 이슈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에는 거부의 뜻을 밝혔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는 선거 지휘나 공천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아울러 총선에 나간 대통령실 직원들에 대해서는 “사표 제출은 재가했지만 특혜는 아예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공정하게 룰에 따라서 뛰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민생경제와 관련,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자본시장 활성화와 관련해서는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줄이기 위해 조세 규제를 제거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필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재선한다면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라는 물음에는 “동맹국의 선거 결과를 예측하거나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면서도 “작년에 왔던 미 상원 의원단이 ‘대통령이 바뀌어도 의회는 그대로’라는 의미 있는 얘기를 했었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핵을 개발한다고 하면 북한처럼 각종 경제 제재가 들어와 우리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는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 핵 개발 역량은 국내 과학기술에 비춰서 마음만 먹으면 시일이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라면서도 “국가 운영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NPT를 준수하는 게 국익에 더 도움이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나’라는 물음에 “어떤 인상으로 기억하실지는 모르겠다. 어린이를 많이 아낀 따뜻한 대통령, 또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미래를 준비한 대통령. 이런 인상을 가지셨으면 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가끔 질의응답을 하는 것을 보고 싶다는 의견이 있다’라는 취지의 물음에는 “언론과 접할 기회를 종종 만들겠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