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최대 50곳에 달하는 제22대 총선 우선·단수 추천 기준을 확정했다. 핵심은 '이기는 총선'을 위해 경쟁력 있는 인사들을 공천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 첫 발을 내딛거나 재도전하는 정치 신인들 사이에서는 안 그래도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시작도 못 해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참신하고 능력 있는 인물로 시행하는 전략공천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정치신인을 양성할 추가적인 보완장치는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27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공관위가 확정한 단수·우선 추천 기준에 따라 전략공천 대상이 되는 지역은 최대 50곳이다. 전략공천지역의 기준은 ▲최근 총선(재보궐 포함) 3회 연속 패배한 지역 ▲당협위원장 일괄 사퇴 전 사고 당협인 지역 ▲현역 의원·당협위원장 불출마 선언 지역 ▲경쟁력 평가에서 타당후보 대비 본선경쟁력 지지율 격차가 10%p 이상 낮은 지역 등이다. 당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면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일념하에 공천을 추진할 것인데, 그 기준 중 하나가 이번에 발표된 우선·단수 추천 기준"이라고 말했다.
최근 총선에서 3회 연속 패배한 지역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과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이 해당된다. 이미 두 지역구에 대해서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각 시당 신년인사회 때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경율 비대위원을 후보군으로 부각시킨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한 위원장이 사천(私薦)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협위원장 일괄 사퇴 전 사고 당협인 지역구에는 ▲서울 마포갑 ▲경기 의정부 갑 ▲경기 성남 분당을이 포함됐다. 이외에 현역 의원 및 당협위원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부산 사상(장제원) ▲서울 송파갑(김웅) ▲부산 중구영도(황보승희) ▲서울 중구성동갑(진수희) ▲서울 중구성동을(지상욱)을 비롯해 현역 의원이 출마 지역구를 옮긴 ▲부산 해운대갑(하태경)이 전략공천 가능 지역에 해당된다.
해당 지역에서 출마하려던 사람들은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치 신인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한 예비후보는 "출마하려는 지역이 전략공천 지역으로 결정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고향인 이 곳에서 작년 12월 일찌감치 후보 등록을 하고 선거운동 중인데 그간 헛수고한 것인가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비후보도 "민주당 후보와 맞서려면 당의 지지를 받아도 될까 말까 한 게 정치 신인"이라면서 "날갯짓도 해보지 못하고 꺾이는 상황이 억울하다"고 했다.
이 밖에 공관위는 이번 총선에서 모든 공천 신청자에 대해 '경쟁력 평가(여론조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당 후보보다 본선 경쟁력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낮은 지역이면 공관위 차원에서 경쟁력이 낮다고 판단하고 후보자를 우선 추천할 수 있다.
여기에 해당 지역에 복수 신청자가 있을 경우 ▲(여러 사람 중) 1인만 '경쟁력 평가'에서 타당후보 대비 본선경쟁력 지지율 격차가 10%p 이상이고 '도덕성 평가'에서 10점 이상인 경우 ▲'경쟁력 평가'에서 1위 후보의 지지율이 2위 후보보다 2배 이상이고 '도덕성 평가'에서 10점 이상인 경우에도 단수 추천이 가능하다.
공관위에 합류한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와 같은 기준에 대해 "우선 추천과 단수 추천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는 건 아니다"라며 "우리에게 어려운 지역이라고 해도 경쟁력 있는 후보가 2~3명 있으면 경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조건적인 전략공천'이 아니라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일단 '이기는 총선'을 위해서는 전략공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젊은 정치인이나 정치 신인 등 후진 양성을 위한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략공천으로 당내 '젊은 피 수혈'을 막지 않는 최소한의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는 전략을 짤 수밖에 없다. 정치 신인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이기는 선거인지가 중요한 것"이라며 "정치 신인이더라도 역량에 맞춰서 전략공천을 한다면 이건 또 이것대로 정치 신인을 발굴해서 키우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거다. 당의 영입인재들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이어 "전략공천에서 이른바 '정치적 약자'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정치적 경험이 전무한 청년 정치인, 여성 정치인, 전문성은 있지만 정치적인 접점이 아예 없었던 전문인 등을 전략공천한다면 미래자산을 위해서 투자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전략 선거구를 통해 개혁 공천을 하는 걸 인재를 키우는 데 활용한다면 또 다른 후진 양성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번에 국민의힘에서 정한 공천 룰의 핵심은 '경쟁력'과 '총선 승리'다. 그걸 위한 나름의 원칙을 세운 것"이라면서도 "고육지책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다. 이걸 해결하려면 결국은 정량·정성 평가가 좋은 젊은 정치인들에게 재도전할 기회를 줘야 한다. 예를 들면 '정치낭인 방지 제도'처럼 어떤 방식으로라도 경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인지도 차원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만 할 게 아니라 그걸 챙길 수 있도록 당 차원에서 육성 프로그램도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 SNS나 유튜브를 통해 정치 신인들의 정치관이나 정책 공약 등을 홍보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라며 "이번에 떨어지더라도 다음에 나가기 전까지 경쟁력이나 전문성을 키울 장을 제공한다면 인재 풀(pool)은 더욱 두터워지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