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18일 4·10 총선 공약으로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일과 가족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통한 저출생 대책 공약인 ‘일·가족 모두행복’ 정책을 발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결혼·출산·양육 전반을 아우르는 ‘저출생 종합대책’을 공개했다. 여야 수장이 같은 날 동일한 주제로 공약 발표로 맞붙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인구 감소 문제가 우리나라 최대 과제로 부상한 만큼, 총선에서 미래 세대와 민생을 위한 정책에 여야 모두 역점을 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최두아 휴레이포지티브 대표가 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랜드마크타워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정책주문 배송프로젝트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與, 저출생 정책 총괄 ‘인구부’ 도입… 아빠도 유급 출산휴가 한 달 의무화 추진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소재 기업 휴레이포지티브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정책 주문 배송 프로젝트’에서 “국민의힘은 총선 공약을 두 축을 중심으로 발표하고 있다. 불합리한 격차 해소·공정한 기회 제공과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세대로의 전환이 그것”이라며 “이 중 저출생은 국가 소멸 위기까지 언급되는 미래 문제다. 청년과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에겐 현재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여당인 국민의힘은 일과 가정, 그리고 기업 모두의 행복을 위한 에코시스템을 정립하겠다”며 “아이를 키우는 모든 분들은 공감하겠지만, 성장 과정에 따라 필요한 정책이 다 다르다. 인구 관점으로 격상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 문제를 ‘원스톱’으로 한꺼번에 연구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가장 먼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부총리급 ‘인구부’를 신설한다. 그간 여러 부처로 흩어진 저출생 정책과 여성가족부 업무를 흡수해 인구부로 통합해 저출생 정책을 총괄하기 위해서다. 안정적인 저출생 대응 재원 마련하고자 ‘저출생 대응 특별 회계’도 신설할 계획이다.

또 자녀와 부모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관련 휴가 방안을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출산 휴가’는 용어 자체에서 느껴지는 사회적 부담을 경감하고자 ‘가족’이라는 사회적 가치로 전환하기 위해 ‘아이 맞이 엄마 휴가’ 또는 ‘아이 맞이 아빠 휴가’로 명칭을 바꿀 방침이다. 이때 ‘아빠 휴가’ 1개월(유급)은 의무적으로 갖도록 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엄마·아빠 휴가 및 육아 휴직을 신청만으로 자동 개시하도록 법 개정에 나설 예정이다. 또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기존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인상하고 사후지급금 제도는 즉각 폐지된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에 한해 부모의 돌봄이 필요할 경우 ‘자녀돌봄휴가(연 5일)’를 신설하고 임신 중에도 배우자 또한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육아기 유연근무’를 기업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육아기 유연근무 취업규칙·근로계약서·정기적 공지 의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 상한 인상 ▲육아휴직 및 육아기 유연근무 지표 등 공시 의무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적용할 예정이다. 특히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 상한 인상의 경우 현행 1일 1시간 단축분을 통상임금의 100% 월 상한 200만원이었던 것을 1일 2시간 단축분으로 통상임금 100% 월 상한 250만원으로 확대한다.

또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출생·육아 등 대체인력 확보를 위해 ▲대체인력 채용 근로자에 한해 ‘채움인재’ 인센티브 지급 ▲외국인 인력을 대체인력으로 활용할 시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 한도 상향 ▲ ‘일·가정 양립 산업단지’ 육성 및 산단 내 육아 휴직 근로자에 대한 파견근로자 사용 적극 지원 ▲육아휴직 동료 업무대행 수당인 ‘육아 동료수당’ 신설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현행 육아휴직 대체인력 지원금 80만원을 2배인 160만원까지 인상하고, 경력단절자·중고령은퇴자를 대체인력으로 채용할 시 지원금을 3배인 240만원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이외에 국민의힘은 ‘가족 진화 우수 중소기업’을 선정해 법인세를 감면하고, 해당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 근로자에 한해 저축·대출 금리를 우대할 방침이다. 특히 직업별 ‘아이 돌봄’ 격차 해소가 나지 않도록 오는 2025년 고용보험 미가입자 또한 ‘일·가정 양립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저출생 종합대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野, 결혼·출산·양육 패키지 지원… 돌봄 서비스 확대·자동 육아휴직 부여도 추진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 발표회에서 “합계출생률이 2년 0.5명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국가 소멸이 먼 미래가 아닌 당장 우리 발등에 떨어진 당면 과제”라며 “아이를 낳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아마 불평등 문제일 것 같다. 특히 자산·소득 불평등 문제가 심각해 이 부분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우리 민주당은 결혼·출산·양육을 망라하는 획기적인 정책 패키지를 준비했다”며 “모든 신혼부부의 기초 자산 형성을 국가가 직접 지원하고 국가의 출산·돌봄 책임을 더욱 강화하고 주거 문제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 노동환경을 개선해서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우선 ‘결혼-출산 지원금’을 도입하기로 했다. 돈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는 청년층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해당 방안은 소득·자산과 무관하게 모든 신혼부부에게 10년 만기로 1억원을 대출해 주고 자녀 수에 따라 원리금을 감면한다는 게 핵심 내용으로 ▲첫 자녀를 낳으면 대출을 전액 무이자로 전환 ▲둘째를 낳으면 원금 50% 감면 ▲셋째를 낳으면 원금 전액 감면 등 차등 지원된다.

주거 대책인 ‘우리아이 보듬주택’은 공공임대 방식으로 ▲둘째를 낳으면 24평 주택 지원 ▲셋째를 낳으면 33평 임대주택을 지원한다. 해당 임대주택은 임대 기간이 끝나면 임차인에게 우선 분양된다. 또 신혼부부 주거지원 대상을 10년 차까지 기존보다 3년 더 늘리기로 했다.

양육 대책은 아동 수당을 카드로 지급하는 ‘우리아이 키움카드’와 정부 지원형 ‘우리아이 자립펀드’가 핵심이다. 키움카드는 8세부터 17세까지 자녀 1인당 월 20만원씩의 아동 수당 카드를 지급한다. 자립펀드는 출생부터 고교 졸업(만 18세)까지 매월 10만원을 정부가 펀드 계좌에 입금해 자녀는 학자금이나 창업·주택·결혼 자금 등의 용도로 찾을 수 있다. 부모도 매달 10만원씩 입금할 수 있다. 이때 증여세는 면제되고 펀드 수익 전액은 비과세 처리된다.

돌봄 대책으로는 현행 중위소득 150% 이하만 신청할 수 있었던 ‘아이돌봄 서비스’를 모든 가정 제공으로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또 본인 부담금은 현행 최대 85%에서 20%까지 낮추기로 했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민간 돌봄 서비스에 대해 실태 조사를 하고, 건강진단서와 범죄 경력 조회서를 제출하는 사람만 육아 도우미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가됐다.

이외에 민주당은 일·가정 양립 대책으로 부모 누구나 출산휴가(급여)와 육아휴직(급여)을 쓸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때 부모가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회사에서 자동으로 부여하는 방안도 담겼다. 해당 방안이 현장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중소기업 근로자가 휴직을 할 경우엔 정부 차원에서 매달 50만원을 급여로 지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