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월 총선을 앞두고 범죄 혐의로 재판 중인 노웅래 의원과 실형을 선고 받은 황운하 의원 등 89명을 ‘적격 후보자’로 판정했다. 황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혐의로 지난해 11월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 받았고, 노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 중이다. 당 검증기구는 ‘검찰의 정치 탄압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고, 수사 및 기소된 이들이 대거로 검증을 통과했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12일 첫 공개 회의를 열고 이번 총선에 ‘국민 참여 공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후보 선정 과정부터 일반 국민이 참여하고, 경선에서 후보를 선택할 권한도 부여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관위 산하 도덕성검증소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후보자 관련 도덕성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히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공관위 검증을 받게 될 예비후보 명단에는 범죄 혐의로 기소된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는 전날 ‘적격’ 판정을 받은 후보자 명단을 발표했다. 검증위 심사는 중앙당 공관위 차원의 본격적인 검증 전에 각 지역 예비후보로 등록할 자격을 부여하는 단계다.
명단에 따르면, 대장동·위례신도시·백현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뇌물 의혹, 위증교사 등으로 재판 중인 이재명 대표는 현 지역구와 동일한 인천 계양을에서 적격 판정을 받았다. 황 의원과 노 의원도 각각 자신의 지역구인 대전 중구, 서울 마포갑에 예비후보로 뛸 수 있게 됐다.
21대 총선 당시 성추행 의혹으로 공천에서 배제됐던 정봉주 교육연수원장은 서울 강북을에서 경선을 치를 수 있게 됐다. 그는 2018년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기자들을 고발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정 원장에 소송비용을 부담케 했다. 이후 무고 혐의는 무죄가 확정됐지만, 재판부는 “성추행이 없었다는 정 원장의 주장이 증명됐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성비위 의혹이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4년 만에 적격 후보가 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3선 출신 노영민 전 의원은 충북 청주 상당구 예비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노 전 의원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시집 강매’ 문제로 당 징계를 받은 뒤 불출마를 선언했었다. 당 관계자는 “1심에서 실형을 받았거나 재판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막지는 않는다는 게 규정”이라며 “향후 심사 과정에서 본인의 소명과 정황, 검찰의 정치 탄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