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지을 제22대 총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21대 국회는 민생을 외면한 거대 양당의 극한 대립으로 국민의 정치에 대한 피로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조선비즈는 4월 총선에 도전장을 내민 여야 정치 신인들이 말하는 한국 정치의 문제점과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만연한 정치 혐오 문화를 바꾸려면 세대교체가 물론 필요하나 그것만으로 충분치는 않습니다. 장기적으로 독일식 대연정(이념이 다른 둘 이상의 정당이 연합해 함께 정부를 구성하는 것) 등을 참조해 한국의 후진적인 정치문화를 바꿔야 합니다.”
김인규(35)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지난달 30일 부산시 서구 선거캠프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서울 태생인 김 전 행정관은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손자다. 경북 포항 소재 한동대에서 경영학과 국제지역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정치적인 ‘금수저’이지만, 무급인턴으로 시작한 7년 차 정치인이기도 하다.
김 전 행정관은 지난 2019년 국회의원실에서 정치에 입문한 후 국회의장 정무비서 등을 지냈다. 이후 지난 21대 총선에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선거를 경험했다. 이후 윤석열 캠프에 합류해 정무수석실에서 일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11일 조부의 지역구였던 부산 서구·동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날 인터뷰 현장에는 그의 부친인 김현철 고려대 지속발전연구소 연구 교수도 잠시 자리했다.
김 전 행정관은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사건의 예처럼 인면수심(人面獸心) 정치가 횡행하고 있다”며 “부끄러움을 아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지역 이슈인 윤석열 정부의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해서는 “분위기가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가덕도 신공항 조기 개항 등 지역 공약이 이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정치 입문 계기가 궁금하다.
“2017년 정병국 당시 바른정당(현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대학생 무급인턴으로 정치와 인연을 맺었다. 이어 국회 사무처에서 기간제 인턴을 뽑는데 지원해 거기서 일했다. 국회의장실에 인턴으로 들어가서 6급까지 올랐다. 이어 21대 총선에서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 캠프에 합류해 선거를 치르고 의원실에서 일했다.
2021년 7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정치 참여 선언 직전에 그를 만났다. 7월 27일 선언 직후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조부의 후광을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밑바닥부터 시작했다고 자부한다.
대학에 다닐 때는 사업가가 꿈이었다. 음악에도 관심이 많아 관련된 일을 하고 싶기도 했다. 국제지역학을 전공했는데 당시 한국정치이론 수업을 들었다. 한동대는 기독교 학교인데 절반은 영어로 수업하고 외국인이 많다.
수업 중 한 외국인이 발표하는데 한국 정치사 및 조부에 대한 관심이 나보다 많더라. 그때부터 정치 공부를 열심히 했다. 나는 현실에 대한 판단이 빠른 편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갈등을 조율하는 일이 적성에 맞았다. 자연스럽게 총선 출마 결심으로 이어졌다.”
ㅡ조부 및 부친에 대한 평가는.
“나는 3남매 중 둘째다. 형은 미국에서 회사에 다니고 여동생은 한국에서 회사에 다닌다. 조부는 이미 역사적으로 많은 평가를 받았다. 최근 흥행한 영화 ‘서울의 봄’의 여파로 ‘하나회 척결’이라는 조부의 업적이 재조명됐다. 그의 굵직한 업적에 대해서는 여야를 불문하고 다 인정할 것이다.
안타까운 부분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로 조부의 공이 가려지는 부분이다. 공이든 과이든 내가 안고 가야 한다. 조부는 나의 정치적인 롤모델이기도 하다. 조부 외에도 합리적이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정치인을 좋아한다.
부친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안타까움이 많다. 처음에 정치권에서 일하겠다고 말했을 때 부친이 반대를 많이 했다. 본인이 고초를 많이 겪어 만류한 것이다. 나는 미혼이다. 아내와 자식이 없어 선거운동을 혼자 한다. 지금은 부친이 도움을 준다(웃음).” (이 문답 중 김현철 교수가 인터뷰하는 방에 들어와 인사를 나눴다. 그는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ㅡ부산 엑스포 유치가 불발됐다.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
“부산은 아직 지역구도 획정되지 않아 어수선하다. 분구 이슈가 있다. 이에 더해 엑스포 유치에 실패해 전반적으로 여당에 어려운 분위기는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말 엑스포 유치 실패 직후 부산을 찾아 가덕도 신공항 조기 개항, 북항 재개발, 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의 이슈를 유치 실패와 관계없이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원내 입성 시 반드시 이들이 실현되도록 노력하겠다. 이런 지역 이슈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영남권 의원들도 찬성하는 분위기다.”
ㅡ정치 신인이라 어려운점이 있다면.
“불합리한 법이 많다. 정치후원금의 경우 원외 신인들은 모금 한도가 1억5000만원인데 현역의원은 3억원으로 2배다. 또 책임당원 명단도 현역이나 당협위원장은 다 가지고 있다. 수시로 문자도 하고 연락도 한다. 주요 행사가 있으면 미리 알고 찾아간다.
선거 운동에 대한 부분도 현역은 상시 운동이 가능하다. 반면 신인은 선거일 120일 전 예비후보 등록 후 선거 운동이 가능하다. 쓸데없는 것도 많다. 피켓을 목에 걸지 않으면 불법이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사진을 보고 선관위에서 연락이 왔었는데 옷 속으로 끈이 연결된 사진을 보내줬다.
현장에서 선거 유세를 이유로 마이크를 잡아서도 안 된다. 인사말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역 현안 얘기가 나오는데 해석의 여지가 너무 많아 애매하다. 원내에 입성하면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을 꼭 바꾸고 싶다.”
ㅡ21대 국회에서 아쉬웠던 점은.
“매년 국회가 끝날 때마다 ‘역대 최악’이라는 평이 언론을 도배한다. 그런 걸 감안해도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었다. 작년 상반기에는 민주당의 상임위 독식 이슈가 있었다. 하반기에는 총선을 앞두고 올해 예산안을 어물쩍 타협했다.
결과적으로 민생과 규제 혁파 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예를 들면 비대면 진료 허용 등은 논의가 안 됐다. 기재위에선 가장 큰 이슈가 국민의힘이 요구한 재정 준칙 도입인데. 소위에서 논의도 못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구 챙기기용 예타면제 완화만 발표했다가 욕먹고 철회했다. 기득권만 지킨다는 비난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
ㅡ정치 혐오를 타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전면적인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기득권인 586운동권은 진영논리에 입각한 정치로 한국 사회 양극화를 부추겼다. 그러나 789세대는 이념적 관성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세대교체가 되면 지금보다는 잘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과거 정치가 3급수라는 얘기를 했다. 국민은 1급수를 원한다. 단기적으로 인적 교체가 필수적이다.
586운동권에서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조국 사태 등을 겪으면서 운동권의 한계가 명확해진 것으로 판단한다. 역대 선거서 세대교체를 말했지만 운동권 퇴진에 대한 일치된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본다. 시대적인 흐름이다.”
ㅡ장기적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궁극적으로는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현재의 심화한 양당 구조에서는 대립만 심해진다. 우리가 참조할 부분은 독일의 대연정이다. 법을 바꿔 의원 내각제 등으로 제도를 전환해야 한다. 대통령 임기나 국회 임기가 끝날 때 나오는 말뿐인 국면 전환용으로 쓰고 말 게 아니라 22대 국회에선 처음부터 논의해서 초반에 논의를 끝내야 한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4년 내내 가다가 아무것도 안 되는 게 다시 반복되면 안 된다.”
ㅡ원내 정치인과 비교했을 때 본인의 장단점은.
“장점은 젊은 시각이다. 사실 원내에도 국정 운영 경험이 없는 분들이 많다. 나는 국정 운영 경험이 있다. 의원실, 의장실,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다. 이를 거치면서 점점 시야가 넓혀졌다. 그리고 나는 원내든 원외든 사람 얘기를 듣는 걸 좋아한다. 단점은 달변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부분에선 오래 정치한 분들에게 배울 점이 있다.”
ㅡ한동훈 비대위에 대한 평가는.
“일각에선 그가 정치 초보라는 얘기도 하지만, 오히려 신선한 기대감이 크다. 그가 국무위원을 할 때 치우치지 않고 소신대로 일하는 모습을 봐왔다. 기존 여의도 문법과는 다르다. 또 그가 임명한 비대위원들 면면 보면 비정치권 출신으로 전문성이 있다.
다만 3주까지는 허니문 기간이다. 그 이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수직적 당정관계의 경우 문제가 될 수는 있는데 국민 눈높이에서 봐야 한다.”
ㅡ22대 국회에서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보는 것은.
“정치 문화를 바꾸고 싶다. 21대 국회는 막말과 조롱이 각각 당내에서는 일종의 전투력으로 포장됐다. 그리고 이게 공천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3김(金) 시대 어른들 얘기를 들어보면 당시에도 정치가 후진적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앞에서 싸우다가 여야가 뒤에서 짬짜미하니까. 그러면서 낭만이 있었다고 회고하더라.
반대로 지금은 감정적 대립, 이념적 대립이 과도하게 심화했다. 사석에서도 인간적으로 합의가 되는 부분이 없다. 원내에 입성하면 이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야당에도 합리적인 정치인은 많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에 그런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트래픽에 기대느라 이상한 소리를 다 써주는 언론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ㅡ선거마다 청년을 들러리로 쓴다는 지적이 있다.
“맞는 말이다. 공천 문제로 보자면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 때 ‘퓨처메이커’라는 명칭으로 김용태, 천하람, 김성용 등을 청년인재로 영입해 놓고 선거가 닥치니 험지에 가서 알아서 살라는 식으로 처리했다. 다만 청년 정책 부분에서는 청년 문제만 때어 놓아서는 안 된다.
나는 현재 국민통합위원회의 노인특위에 참가 중이다. 청년 문제는 노인 문제처럼 초고령화, 저출생 등이 다 얽혀있다. 연금도 청년만의 이슈는 아니다. 청년 문제로 한정 지으면 될 일도 안 된다. 그래서 세대가 함께하는 공간이 국회에 있어야만 한다. 세대만 분리하면 정치적인 구호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일례로 부산서도 1인 가구 이슈가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내 지역구엔 고령층도 많다. 고독사, 고립 문제 등은 모든 세대를 아우른다. 인구 위기나 저출생 문제는 전 세대를 놓고 봐야 한다.”
ㅡ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장점은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 기존 정치권에 빚이 없고 강단이 있다는 점이다. 조부를 닮은 면도 있다. 금융실명제 실시, 하나회 척결 등은 YS가 아니면 못 했다는 게 여야의 평가이지 않은가. 부친이 윤 대통령을 만나서 교육· 연금·노동 등 3대 개혁에 대해 이 중 하나만 하더라도 엄청난 업적이 될 거라고 말했다고 들었다.
윤 대통령은 그걸 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과거 정치권에 몸담았으면 좌고우면하느라 어려울 것이다. 노조 개혁 부분에서 확실히 치고 나가는 모습을 이미 보이기도 했다.
물론 총선에서 승리해 여소야대 정국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소통이다. 청와대에서 용산 대통령실로 이전하면서 도어스테핑을 했지만 몇 달 후 없어졌다. 어떤 방식이든 소통을 확대하면 좋겠다.”
ㅡ지역구에서 이것만은 이루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부산 원도심인 서구와 동구는 시내에서 가장 고령화됐다. 아이를 낳지 않고 낳아도 다른 데로 이사한다. 젊은 층을 끌고 올 일자리가 중요하다. 서구는 구덕운동장 재개발 숙원사업이 있다. 국토교통부에서 오는 7월 혁신 지구로 확정돼야 한다. 원내에 들어가면 확실하게 이를 이루겠다. 공원과 편의시설 등을 효율적으로 넣어 복합 단지화하겠다. 부산시 차원에서도 공을 들이고 있다.
교통 문제도 있다. 서구는 송도선을 연장하는 부분이 잘 안 되고 있다. 5년마다 국가철도망 계획을 수립하는데 올해 계획안에 들어가야 한다. 동구는 철도 지하화 문제가 있다. 이를 이루면 지상은 공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북항 재개발 이슈도 있다. 해운대 오페라하우스를 볼 수 있는 대관람차 사업을 계획 중이다.”
ㅡ그리고 있는 한국 정치의 청사진은.
“기계를 예로 들면 너무 오래된 기계는 니스칠하고 부품을 갈아 끼운다고 돌아가지는 않는다. 많이 바뀌어야 한다. 인적 교체를 이뤄야 정치가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돈봉투 받은 게 명확한데 검찰 진술은 거부한다. 인면수심의 정치다. 최소한의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음)가 우리집 가훈이다. 이를 정치권에 대입해보면 겸손하지만 비굴하지 않게, 당당하지만 부끄러움을 아는 정치인이 많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