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지을 제22대 총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21대 국회는 민생을 외면한 거대 양당의 극한 대립으로 국민의 정치에 대한 피로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조선비즈는 4월 총선에 도전장을 내민 여야 정치 신인들이 말하는 한국 정치의 문제점과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4월 총선에선 미래 산업 환경에 대비할 능력이 있는 ‘디지털 정치인’이 나와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경쟁 상대가 서로라고 보면 안 됩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누군가, 워싱턴 DC의 누군가가 경쟁자가 돼야 합니다.”

여선웅(41)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정치에는 이제 국경이 없다. 서로 못하는 것으로 반사 이익을 얻고, 정권을 잡고, 국가를 운영하려는 시대는 끝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 전 정책관은 더불어민주당 공채 당직자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다. 이후 모빌리티 기업인 쏘카에서 본부장을, 프롭테크 기업인 직방에서 부사장을 지냈다. 미래 먹을거리 산업에 관심이 많은 여 전 정책관은 4월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여 전 정책관은 “여야 모두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단순히 물리적인 교체가 아니라 세계관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민주당을 보면 소위 ‘586 운동권 유니버스(세계관)’가 존재한다. 하지만 586 유니버스는 더 이상 국민들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로운 세계관은 시대정신이자 산업 대전환”이라며 “인공지능(AI) 같은 미래 먹을거리 산업을 받아들이기 위해 관련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가 여야 모두에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도 민주당이 변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선택을 못 받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여선웅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 사진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답하고 있는 모습. /민영빈 기자

ㅡ이번 총선에서 이것만큼은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

“이번 총선은 미래를 준비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 정보기술(IT) 산업 현장에 있다 보니 빠른 변화 속도를 실감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챗GPT’ 등 생성형 AI 이슈도 있었다. 올해 출시 1년이 된다. 올해를 AI 원년이라고 꼽는 사람도 많다. 대한민국이 AI 시대를 잘 준비해서 AI를 주도하는 국가가 될 것이냐 아니면 추종자가 될 것이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라는 의미다. 이에 맞춘 정책과 공약을 내놓을 생각이다.”

ㅡAI 원년에 대해 더 설명해 달라.

“AI가 우리 삶 곳곳에 들어왔다. 일부 국가는 벌써부터 대비에 한창이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경우 AI를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많다. 우리도 덩달아서 AI를 규제하자는 이야기를 윤석열 대통령부터 하고 있다.

미국의 AI 규제 움직임은 일종의 ‘사다리 걷어차기’다. 쉽게 말하면 미국이 AI에 가장 앞서 있는데 다른 나라들은 AI를 규제해 빠르게 따라오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앞으로 5년은 대한민국이 AI 선도국으로 가느냐 못 가느냐를 결정지을 시기다. 새로운 산업 환경에 잘 대비할 수 있는 정치인과 정치 세력이 등장해야 한다.”

ㅡ만들고 싶은 한국 정치의 청사진은 무엇인가.

“미래 먹을거리 산업 등 정치가 국가 미래를 보고 이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야 협치가 복원돼야 한다. 통합의 정치를 하고 싶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국회가 아니라 실리콘밸리, 워싱턴 DC에 있다는 걸 정치권에서 직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ㅡ이미 원내에 여야 젊은 정치인들의 움직임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주도하는 ‘유니콘 팜’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지만, 국민의힘 소속 김성원·배현진 의원도 열심히 참여한다. 건강한 모습인데 이런 게 국민들께 잘 알려지지 않다. 아직 성과가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앞으로는 ‘국회에서 고민 중’이 아니라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 나는 10년 뒤에도 대한민국이 자동차나 반도체 덕분에 선진국으로 지낼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산업 생태계가 30년을 주기로 바뀌었는데 여전히 자동차와 반도체가 우리나라 대표 먹을거리다. 한계가 있다.

시대에 맞는 기업을 키워 나가야 한다. 플랫폼 기업과 IT기업의 혁신의 싹을 자르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 더 이상 미래는 없다.”

ㅡ본인의 장단점은.

“쏘카와 직방이라는 국내 대표 유니콘 기업에서 활동했다. 그만큼 혁신 산업 생태계를 잘 발전시킬 수 있다. 21대 국회엔 혁신 산업을 대변하는 디지털 정치인이 없었다.

세계는 AI로 대표되는 디지털 격변기, 산업 대전환의 시기에 와 있다. 대한민국은 기득권 산업의 벽에 가로막혀 혁신 산업이 뒤로 밀리거나 발목을 잡히는 사례가 많았다. 국회의원들도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받아들이는 걸 주저해 왔다.

단점은 아무래도 낮은 인지도와 부족한 노련미다.”

ㅡ원내 정치인보다 불리한 입장이다.

“내부 경선에서 민주당은 ‘현역 특혜 공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현역에게 굉장히 유리하다. 2020년 총선 공천 당시 민주당에서 국회의원 103명이 공천을 신청했는데 93명이 공천을 받았다. 현역 생존율이 90% 이상이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은 현역 의원 하위 20% 컷오프를 통해서 신인들을 발굴하는데, 민주당은 컷오프 제도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선거법상 신인은 홍보 수단이라고 할 게 없다. 가만히 있어야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일례로 가장 효과가 큰 게 길거리 현수막인데, 원외 신인들은 매우 불리하다. 일부 지역에선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ㅡ정치에 대한 국민 피로도가 높다.

“동감한다. 건강한 논쟁이라면 국민들도 그렇게 눈살을 찌푸리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양당 모두 무조건 진영과 지지자들만 생각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

건설적인 논쟁은 국민도 환영한다. 정치인 스스로 인기 영합주의 정치나 공천만 바라보는 줄서기 정치를 끊어야 한다.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 눈높이에서 토론하면 국민들이 정치를 더 건강하게 볼 것이라고 믿는다.”

ㅡ정치인들의 자성만으로 가능하다고 보나.

“선거제도에 변화를 주자고 주장하는 분도 많지만, 나는 효과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다당제가 정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양당제 하에서도 충분히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정책이 나올 수 있다. 다당제가 된다고 해서 정쟁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왼쪽)과 여선웅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이 지난해 6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타다금지법 폐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ㅡ정치 불신이 크다.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개인적으로 의원 불체포 특권도 삼권분립 상 필요한 안전장치라고 본다. 그런데 정치 혐오에 따라 그런 것조차도 국민이 인정하지 않는 지경까지 온 거다. 그 장치들을 다 해체하는 게 올바른 방향은 아니다. 정치인들이 반성하고 국민들의 정치 신뢰를 높이기 위한 활동을 더 많이 해야 한다.

국민이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본인의 철학이나 소신을 지키는 정치인과 정치 세력에게 투표하면 언젠가는 문화가 바뀔 것이다. 예를 들면 계속 거짓말하는 정당에 표를 안 주고 계속 당을 바꾸는 철새 정치인에 표를 안 주는 식이다. 국민의 견제가 계속돼야 한다.”

ㅡ총선용 들러리로 ‘청년 카드’를 쓴다는 지적도 있다.

“청년 정치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포함, ‘여성 정치’, ‘노인 정치’ 등 특정 세대를 강조하는 정치는 올바른 정치가 아니다. 청년 정치인은 청년 관련 의제 외에는 이야기하면 안 되는 것인가. 여성 정치인은 무조건 여성 관련된 이야기만 해야 하나. 오히려 청년 정치라는 말 때문에 스스로 2부 리그가 됐다.

정치 신인, 신진 정치 인사라고 보는 게 맞는다. 그리고 국민은 이들이 새로운 정치로 판을 바꿔주기를 원한다. 신진 세력들이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아울러 청년들이 ‘총선용 들러리’로 전락한 이유에는 청년 정치인이나 신진 정치인들 스스로가 어젠다를 못 만든 영향도 있다.”

ㅡ청년 정치의 문제점에 대해 더 설명해 달라.

“청년 문제는 청년 정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이 많다. 예를 들어 청년 주거 정책이라는 건 있을 수 없다. 그냥 청년들이 살 수 있도록 아파트값을 내리는 게 좋은 정책이다. 세대를 따로 구분하는 건 의미가 없다. 일자리나 저출산 문제는 대표적인 국가 과제다. 이런 것들을 대상이 청년이라는 이유로 청년 정치라고 포장해서는 곤란하다.

포장할 필요가 없는 것들을 포장하다 보니 앞서 말한 2부 리그가 생기게 된 거다. 사회 분위기도 청년 친화적이지 않다. 다만 이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젊은 정치인들의 숫자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럽은 30대 총리가 나오지 않나.

페이스북과 구글 등도 전부 2030세대의 젊은 사람들이 만들었다. 젊은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겨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사회 전반적으로 퍼졌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세대에 따른 정치의 벽도 자연스럽게 허물어질 것이다.”

ㅡ‘나이만 청년’인 기성 정치인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적극적으로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그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야 젊고 신선한 생각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젊은 정치인들이 기성 정치권에 물들지 않으려면 그런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가고가하(可高可下)’와 ‘유소작위(有所作爲)’라는 사자성어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가고가하는 높아도 옳고 낮아도 옳다는 뜻이다. 지위가 높다고 해서 교만하지 말고 낮다고 해서 비굴하지 말자는 얘기다.

유소작위는 필요할 때 필요한 일을 한다는 뜻이다. 내 할 일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것으로 소신 있는 정치를 하겠다는 거다. 소신이 있어야만 정치권에서 대화가 되고 타협이 된다고 생각한다. 소신 없이 권력에 아부하고 공천을 받기 위해 계속 권력에 줄을 대면 정치가 뒤죽박죽될 수밖에 없다.”

ㅡ유권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번 총선은 미래를 준비하는 선거여야 한다. 유권자들이 미래를 잘 준비하고 대응할 수 있는 정치인과 정치 세력에게 표를 주셨으면 좋겠다. 그래야 정파나 계파와 관계없이 대한민국의 미래만 보고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정치 세력이 힘을 가지게 된다. 새로운 산업 시대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정치인이 많이 탄생할 수 있도록 소신껏 투표해 주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