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정치권에서 ‘한동훈’이라는 인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4·10 총선을 100일을 앞두고 각 언론사가 일제히 발표한 신년 여론조사는 ‘한동훈 효과’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차기 대통령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처음으로 앞질렀다는 결과가 나오면서다. 이러한 시기 국내 첫 한동훈 분석서로 불리는 ‘73년생 한동훈’ 책이 출간돼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1973년생으로 서울 강남, 엘리트 검사 출신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주목받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X세대’다. 그가 착용한 스카프와 안경, 가방 등은 톡톡 튀는 개성을 드러내며 2030 세대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술을 즐겨 마시지 않기로 유명한 그는 ‘제로 콜라 마니아’이기도 하다.
최근 발표한 연설문에서도 그의 X세대 면모는 드러난다. 그는 비대위원장 연설에서 “동료 시민과 미래를 위한 빛나는 승리를 가져다줄 사람과 때를 기다리고 계십니까. 우리 모두가 바로 그 사람들이고,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언급했다. 가수 ‘서태지와 아이들’이 부른 노래 ‘환상 속의 그대’ 가사를 인용한 것이다. 그가 취임 연설에서 열 차례나 반복한 ‘국민’을 대체한 ‘동료 시민’이라는 지칭도 시선을 끌었다. ‘마이 펠로 시티즌스(My fellow citizens)’의 직역이다.
기존 여의도 정치인들에게서 전형적으로 볼 수 있는 화법이 아닌 한동훈식의 언어는 제법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여의도 사투리가 아니라 5000만 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면서 기성 정치권과 차별성을 분명히 하는 발언을 했다. ‘여의도 문법’을 따르지 않겠다는 한 위원장의 일성(一聲)은 기존 여의도 정치 스타일과의 결별일까, 일종의 정치적 퍼포먼스에 불과할까.
그런 그를 주목한 건 같은 X세대이자, 여성인 심규진 스페인 IE 대학의 교수다. 심규진 교수는 우리 정치에서 세대교체의 상징이 된 한동훈 신드롬 현상을 해석한 신간 ‘73년생 한동훈’을 출간한 장본인이다. 기자 출신인 그는 대중 심리와 정치 소비자 행동 연구의 전문가다.
심 교수는 지난 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동훈 신드롬은 지금의 ‘시대 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과감한 결단력으로 정국을 휘어잡았다면 한동훈 전 장관은 역으로 올곧음, 예측 가능성, 안정감을 매력으로 기존 ‘보스정치’의 해악을 극복한 엘리트 관료 시대를 상징한다는 측면에서 요즘 시대가 기대하는 신개념 정치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심 교수와의 일문일답.
ㅡ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 책은 ‘70년대생으로서 가장 좌편향된 세대로 꼽히는 40대인 내가 왜 보수가 되었나’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했다. 한동훈은 만나본 적도 없다. 한동훈이라는 아이콘을 통해 나를 포함한 대한민국 X세대가 경험한 정치적 격변과 인식의 변화를 기록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시대 전화 필요성도 이야기하고 싶었다.
ㅡ’73년생 한동훈’이라는 인물을 내세운 책 제목을 지은 이유는.
“책 제목은 내가 직접 지었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소설 책의 제목에서 영감을 받았다. 소설은 결혼, 출산, 육아를 겪은 30~40대 여성들의 모습을 세대 감성으로 그려나갔다. ‘73년생 한동훈’도 기존과 다른 세대적 감수성을 가진 한동훈이라는 인물과, 70년대생을 떠올리며 지은 제목이다. 70년대생들은 이전 세대가 주입한 정치관에 영향을 받았지만, 이와 동시에 풍요로운 문화적·경제적 감수성을 키워온 세대다. 70년생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보수와 중도 진영의 외연이 확장이 될 것으로 본다. 한류문화를 이끈 국내 주요 기획사 대표들도 70년대생들이다. JYP엔터테인먼트 설립자이자 프로듀서인 박진영씨, 방탄소년단(BTS)을 키운 하이브 설립자 방시혁씨, YS엔터테인먼트 창업자 양현석씨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한국 대중문화의 상징이자 ‘문화 대통령’인 서태지씨도 70년대생이다. 이들이 현재의 ‘K-POP’을 이끈 핵심 리더들이 됐다. 과거 정치가 이념 전쟁에만 기울어 있었다면 이제는 문화 전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동훈 세대는 민주화 운동을 경험한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와는 다른 색깔을 띠고 있다. 이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한동훈은 ‘탈정치’의 젊은 세대와 가까운 스타일에 가깝다. 그가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사로 주목 받는 것은 그 자체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처음 책을 쓴다고 할 때 우파 책은 팔리지도 않는다며 말리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지금은 많은 독자들이 봐주는 것 같다(웃음).”
ㅡ한동훈 신드롬이 뜨거운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동훈은 개인의 ‘매력과’ 능력만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정치세력, 혹은 그 어느 곳에도 부채가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강남 8학군 출신으로 경제적 문화적 결핍이 없는 환경에서 반듯하게 자란 한동훈은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도 자신만의 능력으로 586 정치 카르텔의 부당함에 맞서는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줬다. 그를 지지하는 세력 중 상당수가 비정치적인 계층이라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한동훈 신드롬은 특권 의식을 갖고 있는 ‘꼰대’ 정치인들에 대한 반발심에서도 비롯됐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시대 정신을 읽지 못하고, 자기 주장을 강요하는 사람을 꼰대라고 여긴다. 국민은 선민 사상과 특권의식에 갇혀있는 기존 정치권 문법에 지쳐있다. 그의 청문회 발언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그가 정치권의 공격을 맞받아칠 때 사용하는 직설 화법은 통쾌함을 선사했으며, 기성 정치권의 언어를 구태로 만들었다.
증오와 혐오의 선동 정치를 일삼는 기존 정치에 대한 피로감, 안정감과 예측가능성에 기반한 ‘먹고사니즘’을 중시하는 리더를 원하는 국민의 바람이 한동훈 팬덤을 형성했다. 사람들은 X세대인 한동훈으로 대표되는 새 정치세력, 즉 실용적 파워 엘리트 계층에서 희망을 걸고 있다. 그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검사 출신이고, 40대 나이에 현 정부 초대 법무부장관에 발탁됐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권력과 유착해 출세만 탐하는 탐관오리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깨끗한 이미지도 갖고 있다. ‘엄친아’라고 불리운다. 그렇다고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2019년 ‘조국 수사’ 이후 2020년 ‘채널A 사건’으로 코너에 몰리며 한 해 좌천만 세 차례 당했다. 그럼에도 그가 진영논리에 휘말리지 않고 맡은 역할을 굳건히 하는 모습은 요즘식의 ‘능력주의’ 모범으로 통한다. 그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부를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젊은 세대가 그를 영웅으로 추앙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셀럽’으로 대우한다.”
ㅡ한동훈식 화법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통했다고 보는 이유는.
“그는 오로지 개인의 능력으로 커리어를 쌓았다. 자기사람이나 자기조직 챙기기 등 구태정치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도 MZ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이유다. 한동훈은 비합리적이고 사실이 아닌 불필요한 (야당 국회의원들) 지적들에 논리로 맞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MZ들은 이를 보고 그가 자신들을 대신해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말을 사이다처럼 하는 듯해 통쾌감을 느낀 것 같다. MZ들은 제 역할이나 소임만 다 하면 된다는 마인드가 있다. 어린시절부터 경쟁해 익숙한 MZ세대들 역시 자신의 능력과 무관한 지적이나 비난, 시간낭비, 비효율을 싫어한다. 그가 보여준 행보들은 이들 세대에게 공감대를 일으킨 것 같다.”
-정치 혐오가 능력주의를 낳았다고 봤는데, 어떤 의미인가.
“그간 한국 정치는 정파적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자기계파 사람을 밀어주고 챙겨주는 생리에 의해 움직여 왔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부정부패와 불공정이 배태되었는지는 우리 정치사가 입증한다.
먹고 살기도 바쁜 시대다.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실력 기반의 ‘능력주의’다. 싱가포르에서 4년 동안 교수로 일하면서 한국 사회와는 전혀 다른 극강의 능력주의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었다. 아부를 하거나 눈도장 찍을 시간에 논문을 한 줄이라도 잘 쓰면 실력을 인정 받는 곳이 그곳이다.
극심한 경쟁 속에서 취업난에 시달리며 ‘똥팔육’ 민주노총 카르텔에 불만이 쌓일 대로 쌓여 있는 젊은 세대는 순수 능력주의가 정치적 편향성으로부터 자유로운 해결책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수치화되는 실적에는 출신 지역, 성적 성향, 정치적 라인 등 그 어떤 꼬리표도 달리지 않기 때문이다. 능력주의는 그 어떤 잣대보다도 공평무사한 솔루션이며 언더독에게도 강고하게 구축된 기득권을 뛰어 넘을 기회를 제공한다. 과거 이회창, 반기문 등에게서 이러한 능력주의를 기대했지만 유권자들 다수의 마음을 사진 못했다. 국민은 자기관리 잘하고 일관되게 국정을 운영하는 실력파 리더를 원한다. 정치적 메시아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ㅡ한동훈표 능력주의와 이재명표 능력주의가 어떻게 다르다고 보는가.
“한동훈과 이재명 모두 ‘능력주의’라는 키워드에는 부합하는 인물이다. 소년공 출신인 이재명은 노무현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이 정치권에서 숱하게 봐왔던 ‘짠내 나는’ 흙수저 자수성가 스토리를 갖고 있다. 그 역시 능력주의로 인정받은 정치인이다. 기본소득이나 지원금 전면 지급과 같은 패스트 행정 실행 등을 통해 탈이념적 행정가형 정치인으로 중도층에 어필하기도 했다. 다만 이재명이 구축한 능력주의는 한동훈에 비해 다소 억척스럽고 세련되지 않은 이미지를 풍긴다. 때로는 공격적이고 사납지만, 자신에게 호의적인 우군에게는 살뜰이 챙겨줄 것 같은 이미지도 있다. 그의 인생 역경 극복 전기는 요즘 세대에 쉽게 먹히는 것 같진 않다.
반면 한동훈표 능력주의 서사는 쿨하게 세련됐다는 특징이 있다. 동정과 눈물을 요구하는 신파가 없다. 핏이 좋은 수트발로 멀쑥한 귀공자를 연상시키는 강남 신사 스타일의 한동훈은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 자신만의 능력으로 기존 정치 카르텔에 맞선다. 특히 2030세대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때부터 경제적 풍요를 누린 세대다. 아이돌 그룹의 육성 과정도 이러한 세대의 특성을 반영한다. 특정 인물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시대는 지났다. 그룹 멤버들은 각각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성취를 이룬 개인들의 총체다.
미래의 대통령은 더 이상 제왕적 군주 모습이 아니다.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주의는 보다 세련되고 합리적이며, 예측가능한 방식이어야 한다. 기성 정치세대의 엘리트주의가 보여준 나르시시즘과도 궤를 달리 한다. 대중들은 정치에 대한 환상이 없다. 다만 가성비 높은 행정 서비스와 정치적 보상으로 위안을 얻길 바란다. 지금 시대에는 한동훈식의 능력주의가 더 뜨는 것 같다.”
ㅡ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정치적 능력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했는데, 어떤 측면인가.
“한때 이준석 신드롬이 일었다. 이준석이 등장한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사건이었고 젊은층의 관심이 보수당으로 향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제는 이준석의 정치적 생명이 끝자락에 와 있다고 본다. 그는 이 시대 청년의 도전과 성장이라는 생산적 의미의 청년성을 상실했다. 이준석은 또래 청년들보다 일찍 정치에 입문해, 정치문법을 게임의 문법으로 활용한 커뮤니티 정서를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유권자와의 스킨십이나 동료의식 공유라는 리더십의 근본을 갖지 못해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박근혜 키즈로 정치에 입문해 박근혜 몰락을 지켜본 그는 윤석열 정권도 마음만 먹으면 탄핵시킬 수 있다거나 몰락시킬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방송에 나와 선동을 하며 애쓰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기본적 갈등 조정 능력이 부족한 그저 내 사람 챙기기 작전은 많은 역풍을 불렀고, 결국 자멸의 요소가 됐다. 이준석이 말하는 ‘세대 포위론’ 역시 오히려 후퇴한 가치관이라고 본다. 세대를 나이 기준으로만 보는 것이야 말로 오히려 ‘세대를 갈라치기’ 하는 느낌을 주었다.
이준석이 대선 승리라는 공을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한동훈에게 보수의 차기 슈퍼스타 자리를 내어준 것은 정치 기술의 부족이 아닌, 조직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기 관리, 기본기의 부재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준석을 보고 있으면 일부 예능 스타들의 몰락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는 정치 지지자들의 심리를 읽고 그것을 자극적으로 뱉어내어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정치에 능하다. 이준석은 늘 싸운다. 문제는 싸움의 대상을 넓히다가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다. 이에 반면 한동훈은 일관된 싸움을 한다. 그는 막말을 일삼는 586 강성을 집중 공격하며 일관성을 유지했다. 당내에서 공격을 받아도 대응하지 않고 묵묵히 넘긴다.”
ㅡ오늘의 시대 정신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73년생 한동훈은 어떻게 다를까?
“정치란 시대정신에 조응하는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해야만 한다. 이제는 이념에만 집착한 정치 카르텔 시대는 저물었다. 정부의 정책도 특정 이념에 쏠려서는 안 되고, 실리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한동훈 신드롬에는 새 시대에 기존 보수의 산업화 담론을 뛰어넘는 새로운 어젠다를 요구하는 유권자의 염원이 담겨 있다. 86세대만의 선악 대결의 정치관은 정치 양극화와 국민들의 불신을 야기했다. 70년대생은 적당히 보수적이며, 적당히 진보적으로 살아온 부류로 평가된다. 어린 시절 반공교육을 받았지만 급격한 산업화로 대학에 가서는 좋은 교육을 받았던 세대이다. 오바마 정부 이후 PC주의(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 등 진보 어젠다가 주도하는 10년도 경험했다. 그러나 이후 전쟁 이후 PC 담론이 시대적 효용성을 잃었고 예측이 어려운 정세를 맞게 되면서 유권자들은 이 위기를 해결하고, 민생경제를 이끌 실력주의를 표방한다.
세간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미숙하고 준비된 액션 플랜이 빈약하지만, 자신의 세대(60년생)인 586 운동권 세대와 결별해 대한민국을 새로운 시대로 이끌었다는 공적으로 이뤘다고 평가한다. 한동훈 시대에는 더욱 한국이 달라질 것이란 기대가 있다. 70년대생 한동훈에게는 586세대가 가졌던 ‘변방의 우물 안 국가’라는 냉전 시대의 컴플렉스가 없다. 국제 사회에서 한국 만의 경제 및 문화의 영토를 확장할 수 있는 비전과 능력이 펼쳐질 수 있다고 본다.”
ㅡ70년대생 대통령이 탄생할까.
“세간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한 세대에서 2명의 좌우파 대통령이 배출됐던 10년의 법칙이 거론된다. 노무현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40년대생, 박근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은 50년대생이었고, 윤석열 대통령은 60년대생이다. 개인적인 견해는 또다른 60년대생을 건너뛰고 70년대생으로 직행할 가능성도 커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로서는 한동훈 존재감이 크고, 당장 구속은 면했지만 야당 대표인 이재명 사법 리스크나 당내 리더십이 시간이 갈수록 위태로워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치의 혼란과 극단적 양극화 등의 모습은 오히려 한동훈의 반듯함이 더욱 돋보이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상황이 한동훈을 대권 주자로 만들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동훈은 윤석열 대통령의 오른팔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윤과는 완전히 또다른 캐릭터 영역을 구축했다. 독자적인 길을 모색할 가능성도 높다.
계파정치와 팬덤정치를 거쳐온 한국 정치 지향이 이제는 능력주의나 실용주의 트렌드로 전환하는 시기다. 능력주의의 끝판왕 격인 한동훈이 귀족적 매력으로 단단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그의 정치적 스펙트럼이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 정부가 왼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보수의 기틀을 다지며 한동훈을 성공적으로 대권 주자로 출격시킬 수 있다면 한국 정치는 보스정치의 해악을 극복하고 새로운 엘리트 관료시대를 상징할 한동훈 시대를 열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