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지을 제22대 총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21대 국회는 민생을 외면한 거대 양당의 극한 대립으로 국민의 정치에 대한 피로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조선비즈는 4월 총선에 도전장을 내민 젊은 인재들이 생각하는 한국 정치의 문제점과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패거리 정치 문화를 없애고 토론 정치를 복원해야 합니다.”

김병민(42)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토론 정치 복원을 위해서는 여의도 정치권력에 대한 확실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이 바뀌어야 격의 없는 토론도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다.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 최고위원은 경희대 경제통상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와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희대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했고, 현재 경희대 행정학과 객원교수를 맡고 있다. 윤석열 캠프에서 대변인을 지내고 지난해 3월 집권여당 최고위원으로 발탁됐다.

김 최고위원은 “거대 양당 중심의 당론 정치를 바꿔야 한다. 당론을 중심으로 결과를 정해놓고 나가서 싸우라고 하면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2대 국회에서는 극단적인 양당 정치에 끌려가는 수동적인 국회의원이 아니라, 양당 정치를 견인해 갈 수 있는 의원이 많아져야 한다. 그런 의원이 양당에 10명씩만 포진돼 있어도 한국 정치가 확 바뀔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김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 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21대 국회에서 아쉬웠던 점을 꼽으라면.

“정책 실종이다. 시대정신이라는 게 있다. 그 시대마다 꼭 끌고 가야 하는 중요한 어젠다와 과제가 있는데 21대 국회에서는 손도 못 대고 지나가 버렸다. 연금 개혁 같은 문제가 대표적이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출산율이 거의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못했다.

대한민국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기후 위기에 관한 것도 마찬가지다. 특히 젊은 세대, 10대 청소년이나 20대가 바라보는 기후위기의 인식 정도와 기성 정치권이 바라보는 기후위기 인식 정도의 차이가 너무 크다. 그런 것들에 대한 정책 논의들이 실종됐다. 대신 대립과 대결 구도의 정치만 난무했던 국회였다는 생각이 든다.”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보는 것은.

“토론 정치의 복원이 가장 중요하다. 국회 방송이라는 데가 있는데 국회의원들이 안 나간다. 그러다 보니 국회의원이 아닌데도 저한테 섭외가 많이 왔다. 국회 방송은 정책 중심으로 토론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들이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원들이 외면한 것이다.

국회 내에서도 정책 토론들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다 보니 결국 이슈가 되는 건 사람 중심, 정치 중심의 대결 구도다. 아쉬움이 깊게 남는 대목이다. 22대 국회에서는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꼭 필요한 시대정신에 맞춰 국민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 토론 기능들이 살아나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민적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정당의 주요 어젠다가 그쪽으로 넘어가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 중 하나가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 와서 처음으로 의원들을 대상으로 정책의총이라는 걸 연 것이다. 그가 이민청 설치에 대해 쭉 설명을 하는데 거기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문이 하나도 없었다.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이런 정책 토론, 정책 의총이 상당히 많아져야 하고 거기서 쏟아지는 질문과 답변이 나와야 한다. 한 비대위원장이 정치에 대해서 그렇게 피 터지게 싸우는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정책 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피 터지게 싸우는 모습들을 국민에게 보여주면 좋겠다.

이것이 실현되려면 지도부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또 각자가 갖고 있는 정책 역량으로 국민적 관심사를 촉발시키는 일도 중요하다. 지금은 우리 당이나 민주당이나 다 할 것 없이 국회의원 이름 석자를 달고 만든 땡땡땡 법안 이런 걸 찾기조차 어렵다.”

ㅡ여야 관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소통의 복원이 매우 필요하다. 예전에는 정치인들끼리 만나서 낮에는 열심히 논쟁하다 저녁에는 술도 한잔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다 죽었다. 특히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면서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하는 형태가 돼버렸다. 쾌도난마처럼 한번 싹 정리하려면 국회의 세대교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사람이 바뀌어야 격의 없는 토론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당론 정치를 바꿔야 한다. 당론을 중심으로 결과를 정해놓고 나가서 싸우라고 하면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국가의 미래 과제를 논하는 과정에는 굳이 당론을 갖고 얘기할 건 또 아니다.’”

여당 지도부의 일원이기도 한데 당론 정치가 없어지면 끌고가기 어렵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얼마 전 김예지 의원이 간호법 제정 관련 소신 발언들을 했다. 그거 갖고 누가 뭐라 하는 사람이 없지 않나. 당은 당론대로 갈 수밖에 없는 구도가 분명히 있다. 또 때로는 그 당론대로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그 당론에서 이탈되는 발언을 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징계하거나 이른바 왕따를 시키거나 하는 문화가 굳어지게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이재명 대표가 이끌고 있는 민주당은 완전히 원사이드로 굳어져서 다른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는다. 가장 다른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는 데가 지금 민주당이다. 당론은 당론대로 갈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내용이 다 당론이 될 수는 없다는 거다. 각자가 갖고 있는 정책적 어젠다의 생각들이 많을 건데 그걸 중심적으로 논할 수 있는 자율성을 많이 보장 해줘야 한다.

물론 반드시 당론으로 가야 될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여당 입장에서는 예산안을 수립하고 나서 정부의 예산인데 이걸 갖다가 대놓고서 다 반대할 수는 없는 거다. 소신 정치도 중요한데 당론으로 결정되는 과정까지 충분하게 메시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조정 과정이 필요하다.”

22대 국회는 어떤 국회가 되어야 하나.

“정책 중심으로 각자가 전문성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열어놓고 거기에서 ‘무슨 무슨 국회의원의 이름을 딴 법’들이 파생돼서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도부로서 있어보니 당이 모든 이슈를 다 끌고 갈 수가 없다. 사람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지 않나.

그런데 누가 툭 튀어나와서 잘 나가고 국민적 관심을 끌어내는 법을 잘 만들면 그 사람한테 당이 끌려가게 된다. 22대 국회에서는 극단적인 양당 정치에 끌려가는 수동적인 국회의원이 아니라, 양당 정치를 견인해 갈 수 있는 의원들이 많아져야 한다. 국회의원이 헌법기관의 독립적 자율성을 실제로 갖게 되고, 그런 의원들이 양당에 10명씩만 포진돼 있다면 한국 정치가 확 바뀔 것이다.”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과 허은아 의원이 지난해 11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하태경 의원 '여의도 렉카' 출판기념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원외에 있는데. 장점과 단점을 꼽는다면.

“일단 원외에 있다 보니 서럽다(웃음). 제가 김재원 최고위원 다음 2등으로 최고위원이 됐다. 그러면 당내에서 당대표 원내대표 다음이다. 그런데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이런 것들이 원내 이슈와 원외 이슈가 섞여 있다. 원내 이슈 있을 때마다 뒤로 빠질 수밖에 없는 형태라 온전하게 이 정당 활동의 모든 부분들을 가져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 대한민국 정치는 결국 국회 중심으로 돌아간다. 거기서 법안이든 예산이든 나라를 바꾸는 일은 결국 법과 돈으로 바꾸는 거지 않나. 최종적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는 ‘디시전 메이커(결정권자)’가 될 수가 없어 매우 큰 아쉬움이 있다.

장점이라면 원내에 있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에 얽히지 않고 또 인간관계 틀에 얽히지 않을 수 있었다. 국민적 눈높이와 원내 국회의 눈높이가 있으면 국회라고 하는 공통된 집단 안에 있으면 국민 눈높이보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척을 지지 않기 위한 상황들이 발생한다. 원외에 있다 보니까 더 과감하게 국민적 눈높이에 맞춰서 메시지를 내고 국민의 편에서 정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지난 3년 동안 있었다.”

지금 준비하는 지역구가 서울 수도권이고 사실 험지이지 않나.

“광진구갑은 민주당 텃밭이다. 지금 여당이 수도권 선거가 힘든 거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 그럼에도 지역구 분위기가 꽤 괜찮다. 정치는 상대적인 것이다. 국민의힘이 약간 국민적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해서 전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걸 극복해야 되는 건 당연하다.

제가 낙선하고 4년 가까운 기간 동안 지역을 한 번도 안 떠났다. 이후 동네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 동네에서는 구청장이 여당으로 바뀌고 그리고 제가 최고위원으로 가교 역할을 하면서 동네를 실제로 바꿔내고 있다는 평가가 축적되기 시작했다.”

현역과의 대결 구도에서 불리한 점이 없다는 것인가.

“오히려 현역 의원이 12년 동안 약속을 했는데 지역을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원성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저희가 구청장을 바꾸고 딱 1년 반 만에 동네 절반을 차지하는 중곡동의 지구단위 계획을 변경하면서 일부 2종 일반주거지역이었던 걸 준주거지역으로 특별계획가능구역으로 변경을 완료했다. 짧은 기간 동안 주민들이 진짜 동네가 변하는구나라는 걸 눈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구청장 교체 이후 지역이 바뀌는 것들에 대한 기대와 희망들이 훨씬 더 큰 상황이다.”

원내에 입성하면 염두에 둔 법안이나 정책이 있나.

“제가 세 아이 아빠다. 4년 전 총선에 나갔을 때 캐치프레이즈가 아이 키우기 좋은 광진이었다. 적어도 아이 키우는 엄마 아빠들 사이에서는 이슈가 됐다. 방송에 나오는 오은영 박사 얘기처럼 아이 키우는 게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비춰지는 게 아니라 아이 키우는 게 행복한 일이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게 이루고 싶은 핵심 정책이다.”

당선됐을때 한국 정치에서 이것만큼은 바꾸고 싶다는게 있다면.

“패거리 정치 문화다.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다 헌법기관으로서의 역할들을 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그 지역을 대표해서 헌법기관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되는, 자주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지 않나. 근데 패거리 문화에 딱 들어가는 순간부터 그들의 자주성과 자율성이 많이 떨어지고 퇴색되는 것 같다.

한국 정치 문화에서 국회의원 한 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율성과 존중성이 있는 문화로 바꾸고 싶다. 제일 지금은 누가 뭐래도 패거리 정치만 할 수 있어 그 패거리에 들어가냐 마냐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옛날 장진 감독 작품 중에 ‘굿모닝 프레지던트’라는 영화가 있었다. 배우 고두심과 이순재가 나온 옴니버스 영화다. 대통령에 대한 약간 코믹스러운 모습을 담았다. 따뜻한 영화다. 그리고 먼 세계에 있는 정치인들이지만 그 사람들에게도 인간적인 면들이 있구나를 보여줬다.

이처럼 정치가 따뜻했으면 좋겠다. 극한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끝까지 싸우다가 서로 죽자고 드러눕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순간에서 타협도 하고 공간도 열어주면서 국민들을 위해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는 그런 정치를 국민들께서 기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