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지을 제22대 총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21대 국회는 민생을 외면한 거대 양당의 극한 대립으로 국민의 정치에 대한 피로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조선비즈는 4월 총선에 도전장을 내민 젊은 인재들이 생각하는 한국 정치의 문제점과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제가 그리는 한국 정치의 청사진은 좀 더 크고, 품격 있는 실력자들의 정치입니다. 더 이상 특정인의 사생활과 누가 어떤 가방을 드는지가 이슈가 되지 않는, 좀스럽지 않은 정치판을 만들고 싶습니다.”

국민의힘이 최근 MZ영입인재로 발탁한 박충권(38) 현대제철 연구개발본부 책임연구원은 지난 27일 조선비즈와 전화인터뷰에서 “북한 주민을 억압하고, 가짜 평화와 선의로 국제사회를 우롱하는 북한 정권에 질려 맨몸으로 한국에 와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국민을 섬기는 삶을 살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연구원은 탈북민 출신 자동차 부품소재 엔지니어다. 국민의힘은 전신인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시절부터 조명철 전 의원, 지성호 의원, 태영호 의원 등 탈북민 출신 정치인을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지난 2009년 북한에서 탈출해 중국 단둥을 거쳐 남한에 왔다. 당시 그의 나이는 24세였다. 평양 국방종합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는 한국서 많은 이들의 지원 속에 서울대에서 재료공학 석·박사를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서울대 재료공학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2018년부터 충남 당진 현대제철 연구개발본부에서 근무 중이다. 그는 주로 자동차 엔진·변속기·파워트레인용 부품소재를 연구한다.

박 연구원은 “좌파 정권에서 일련의 햇볕 정책을 통해 이뤄진 북한에 대한 지원이 인민에게 가기는커녕 핵무기 개발에만 투입되는 사실을 직접 목격하면서 한국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확신했다”면서 “북한 핵위협 대처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이 가장 행복하지 않을 때는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다. 사회갈등과 분노를 유발시키는 선동정치에서 벗어나 미래 먹을거리를 발굴하고 청년 관련 의제들을 풀어나가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박 연구위원과의 일문일답.

박충권 현대제철 연구개발본부 책임연구원. /본인 제공

ㅡ언제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졌나.

“공대생이긴 하지만 서울대 대학원에 다니던 2010년부터 통일과 남북 관계, 남한의 현실 등이 궁금해 여러 청년 모임에 참여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열정이 계속 있었다. 개인적으로 친구들과 남북한 청년 모임인 ‘블루프린트 코리아’를 만들어 남한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다. 당시 여러 유명 인사들을 초청해 강연을 주최하기도 했다.”

ㅡ탈북도 국민의힘 입당도 모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

“고민을 많이 했다. 북한에서 5년제 대학에 다니던 중, 3학년쯤부터 체제가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나는 학생 간부였다. 실질적인 권력을 갖고 다른 학생들을 통제·계도하는 자리다. 체제가 돌아가는 원리를 보다 보니 의심이 점점 커졌다.

김정일이 쓴 논문을 공부한 적이 있었다. 파고들다 보니 사상교육과 세뇌교육을 받은 내용과 외부 현실이 크게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됐다. 납득이 안 되더라. 졸업에 즈음해서 가장 위에 있는 조선노동중앙당까지 다 크게 병이 든 것을 알게 됐다. 위에서부터 썩었다는 얘기다.

세계관이 뒤집히면서 북한 인민의 현실이 너무 불쌍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라 전체가 감옥이었다. 젊은 혈기에 테러까지도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래서 탈북했다. 현실적으로 내년 총선에 나가면 직장을 관둬야 하는 리스크가 있다. 그럼에도 세상을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서 결심했다. 아직 미혼이라 부담이 덜 됐다.”

ㅡ한국 생활 14년 차다.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뭔가.

“우리나라는 과거와 차원이 다른 안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질서와 글로벌 경영환경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사회의 시급한 현안들을 신속히 해결하고, 하루라도 빨리 우리의 5년, 10년, 30년 후의 든든하고 밝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뛰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미래에 대한 고민을 전혀 안 하고 있다. 국가 총력전을 펼쳐도 모자랄 판인데, 정치는 당파와 계파 싸움에만 몰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첨단 제조업 등 기업은 실제 죽을 맛이다. 탄소중립 체제로 가면 공장을 새로 짓는 수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인데 대비는 없다.”

ㅡ남북 관계와 안보 위기에 대한 의견은.

“우리나라의 안보상황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 접어들었다. 북한의 핵무기 완성 전까지는 우리가 북한 정권을 쓸어버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핵을 보유한 적성 국가와 인접한 상태가 됐다.

특히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크게 실망했다. 북한에서 국방종합대학에 다닐 때 남한의 지원이 핵과 무기 개발 분야에 전부 투입되는 현실을 직접 목격했다.

일례로 군수 공장만 유일하게 24시간 전기가 꺼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에는 나중에 알려졌지만, 북한에서 대학을 다니던 2006~2007년 당시에도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개발은 이미 9부 능선을 넘은 상태였다. 사실상 김정일 때 개발해 둔 걸 김정은에게 물려준 것이다.”

ㅡ가짜 평화가 문제라는 말인가.

“그렇다. 북한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으로 우리가 핵 위기를 맞이하는 시기가 더 앞당겨졌다고 본다. 좌파 정권이 이를 당기면, 우파 정권은 지연시키는 분위기가 반복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일각에서는 전쟁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데 전쟁은 상대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만 발생한다. 과거 좌파 정권의 햇볕정책은 북한이 그러한 자신감을 키우게 해줬다.

국방종합대학에 다닐 때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했다. 그때 한국에서 들어오는 물자들 중 좋은 것은 다 내가 다니던 학교로 왔다. 당시 최신 기종이었던 평면디스플레이 컴퓨터 같은 건 모두 남한산으로 무기를 개발하는 우리 학교만 유일하게 1인당 한 대씩 쓸 수 있을 정도였다.

북한 정권에서는 이를 김정일이 보낸 것이라고 빨간 딱지를 붙여서 배포한다. 북한에는 남한에 대한 고마움은 전혀 없다. 평화통일이라는 용어 자체도 당연히 없다.”

ㅡ정치에 대한 국민 피로도가 높다. 대안이 있어야 할 텐데.

“정치인은 국민이 안심하고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민을 대신해서 나라를 운영해달라고 국민이 고용한 공복이다. 그러나 본업은 팽개치고 고용주들을 이간시키고, 갈라치기 하며, 쇼를 일삼는 직무 유기가 정치판에 빈번하다. 말 실력을 뽐내거나, 쇼 하는 것은 원래 그 직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이제는 실력과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 국회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직장이지, 개그콘서트 장이 아니다.

국회에서도 실력과 성과가 인정받는 문화가 자리 잡혀야 한다. 언론과 국민도 그런 정치인에게 더 큰 관심과 지지를 보내야 한다. 정교한 비전과 올바른 정책들로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받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더 세련되고 품격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충권 제공

ㅡ윤석열 대통령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는데 어떻게 보나.

“대통령의 기본적인 국정 운영 방향성에는 크게 동의한다. 야당의 프레임 공격에 갇힌 부분도 있겠지만, 국민에게 더욱더 잘 전달되는 방식을 고민하고 국민의 목소리도 더 잘 듣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회사원이다 보니 주로 평범한 사람들을 만난다. 대부분 나라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 대신 스캔들에 관한 얘기가 오갈 뿐이다. 정치가 더이상 이렇게 가면 안 된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ㅡ총선에 도전하는 원내 정치인과 비교할 때 본인의 장점은.

“나는 원외에서, 소위 링 밖에서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을, 한 사람의 국민의 눈높이로 봐왔다. 그래서 국민이 우리 정치에 대해 실망하는 부분과 피로도를 느끼는 부분을 더 잘 안다.

아울러 남북한 모두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도 장점이다. 특히 북한으로부터의 핵 위협에 대처하는 부분에 있어서 할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산업 분야에 어느 정도의 경험과 전문성을 갖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단점은 여의도 문법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성향이 오히려 여의도를 좀 더 새롭게 변화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의 586운동권 정치를 깰 수 있는 역할도 해보고 싶다.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사명 중에 하나다.”

ㅡ청년 관련 의제 중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일자리 문제 해결이다. 일자리의 경우 내가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시스템을 지지하는 만큼 억지로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본다. 좋은 일자리는 좋은 기업이 많아져야 생긴다.

꼭 하고 싶은 것은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창업 활성화다. 우리나라에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훌륭한 청년이 많다. 그러나 창업에 대한 도전은 리스크가 크다. 자금조달도 쉽지 않다. 취업에만 목을 매는 현실이 너무 아쉽다.

좋은 제도를 도입해 청년들이 마음껏 도전하고 뛰놀게 하고 싶다. 아울러 격차 해소도 반드시 이루고 싶다. 남녀 간 격차, 세대 간 격차, 출신 간 격차 등은 대한민국에 와서 가장 큰 문제로 느꼈던 점이다. 청년 문제는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서로 협력해서 해결해 가야 하는 문제라고 본다. 저항이나 반목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ㅡ총선에서 당에 기여하고 싶은 방안은.

“국민의힘이 지도부를 전면 교체하고, 비대위원장 본인부터 불출마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누구보다 열심히 뛸 것을 선언했다. 나는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의 혁신에 기여하고 싶다. 아직까지는 보수하면, 기득권, 부자, 꼰대, 약자를 위하지 않는다, 변화와 혁신을 싫어한다 같은 이미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련된 세계관, 가치관으로서의 보수주의, 더 나아가 역사가 증명하듯 사회의 실질적인 진보를 이뤄내는 보수의 진면모를 세련되게 보여주는 국민의힘이 되는 데 기여하고 싶다.

인간이 유토피아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진보와 달리 보수는 인간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이에 기초한 사회질서를 구성하고 그 안에서 질서 있고 정교한 변화를 추구한다. 방종한 자유와 책임 있는 자유 중에서라면, 보수는 책임 있는 자유를 중시한다.

국민의힘이 이러한 보수의 세련된 진짜 모습을 더 잘 보여주는 품격 있는 정당으로 먼저 변모해서, 진보 정당들의 혁신도 유도하도록 하고 싶다.”

ㅡ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내가 그리는 한국 정치의 청사진은 좀 더 크고, 품격 있는 실력자들의 정치다. 더 이상 특정인의 사생활과 선동이 이슈가 되지 않는 그런 좀스럽지 않은 정치를 원한다. 세계 속의 책임 있는 선진국으로서의 대한민국, 그 대한민국의 더 크고 밝은 미래를 두고 논쟁하는 정치를 만들고 싶다.

내세울 것이 없어 오로지 상대를 깎아내리고, ‘디스’하면서 인지도를 올리려고 하는 무능력한 사람들이 아니라, 온전히 실력과 실적으로 비교 우위를 가져가는 실력자들의 품격 있는 정치를 꿈꾼다. 이를 끝내는 첫 단추는 총선에서의 승리가 될 것이다. 중대한 기로에 놓인 대한민국을 위해 지지와 응원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