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대선 경선 후보'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 '5선 국회의원'

이런 이력의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다. "그 정도 인물이면 탈당이 아닌 분당"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관건은 '현역 의원'이다. 이 전 대표 본인이 대선주자급 인물이긴 하지만, 신당에는 지역구 현역 의원들의 합류 선언이 필수적이다.

총선을 4개월 앞둔 현재 원내 제1당을 탈당하겠다는 현역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표가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 금태섭 전 의원과 교류하고는 있지만, 민주당에선 비주류조차 선뜻 동참하지 않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이 전 대표의 지역기반인 호남 여론도 싸늘하다.

20일 오후 전남 목포대학교 청강아카데미아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대한민국 생존전략'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혁신계 의원 모임인 '원칙과상식'은 이 전 대표와 거리를 두고 있다. 이들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표 사퇴와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이 대표 등 현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주류 인사들도 포함시킨 비대위를 만들자는 뜻이다. 이들은 이달 말까지 지도부의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이 시점까지 지도부가 응하지 않으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탈당 및 '이낙연 신당' 합류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민주당 안에서' 당의 변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원칙과상식 소속이자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윤영찬 의원은 "신당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이 전 대표와 대화한 적은 없다"며 "속도가 너무 빠른 것 같다. 왜 이렇게 서두르느냐고 얘기한 적은 있다"고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많은 의원들이 신당에 안 가겠다는 의지를 내게 전달했다. 현역 의원 중에 현재로서는 신당 동참자가 있다는 말은 못 들었다"고 했다.

이튿날인 15일에는 민주당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가 성명을 냈다. 창당 선언을 철회하라는 내용이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4선 김상희 의원은 "이 전 대표와 가깝고 정치적 행보를 함께 해오던 의원들, 당 지도부에 비판적인 분들조차 '이낙연 신당'에 찬성하는 의원은 없다"고 했다. 설사 이 전 대표가 원외 반(反)이재명 그룹을 모아 탈당하더라도 지지층 분열로만 이어질 뿐, 의미 있는 성과를 달성하긴 어려울 거란 뜻이다.

2020년 11월 6일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미래포럼 세미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의 혁신과제와 미래비전'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유사한 선례는 있다. 20대 총선 전인 2015년 '문재인·안철수 공동 대주주' 체제였던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에서 안철수 의원이 탈당했다. 야권 잠룡이었던 그를 따라 호남 현역들이 줄줄이 탈당했다. 전부 문재인 당시 대표와 대결구도를 형성했던 '비문(非문재인)'계 인사들이었다. 결국 2016년 2월 안 의원을 대표로 세운 국민의당이 출범, 두 달 뒤 총선에서 38석을 얻으며 원내교섭단체가 됐다.

문제는 '이낙연 신당'의 동력이 떨어지는 것이 이 지점이라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전남 지역에서만 4선 의원과 도지사를 지낸 전형적인 '호남 정치인'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로 발탁된 배경에도 호남 내 민주당에 대한 '반문(反문재인) 정서'와 '호남 홀대론'이 있다. 대표적인 호남 정치인을 총리로 세워 진보진영 텃밭의 정치적 반감을 줄이려는 의도였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이렇게 된 것이 지난 대선 경선의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당시 대선 후보직을 두고 경쟁했던 양측은 후보자 본인은 물론 지지자 간에도 갈등이 극심했다.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이 최대 이슈로 부상하며 수차례 충돌했고, 이 전 대표 측이 사실상 경선 결과에 불복하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감정의 골은 해결되지 않았고, 대선 본선 과정에선 이 전 대표 지지층 일부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전남 지역 현역인 민주당 의원은 본지에 "누가 따라 나가겠냐"고 했다. 그는 "호남에선 이낙연 대표 말만 꺼내도 화 내는 분들이 많다"며 "'대선 때 뭐했냐' '(이 전 대표 측이 전적으로 돕지 않아서) 대선 졌지 않느냐'는 말들을 한다"고 했다. 또다른 전남 현역 의원도 "안철수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이낙연으로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느냐, 거기에 확답을 못한다" "그럼 호남에선 안 된다. 현역들이 나갈 일은 없다"고 말했다.

중진 그룹에선 이재명 대표의 '대승적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 대표가 이 전 대표를 만나 탈당을 만류하고, '탕평' 등을 약속하라는 것이다. 김상희 의원은 "중진들을 중심으로 이 전 대표를 만나봐야 할 것 같다"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기 전에 당대표가 이 전 대표를 만나야한다"고 했다. 다만 오는 18일 '길 위의 김대중' VIP 시사회를 계기로 예상됐던 두 사람의 만남은 불발됐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이 전 대표는 일정상 이유로 오후 7시에 참석키로 했다.

◇호남보다 TK서 더 환영받는 '이낙연 신당'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 중 '이낙연 신당'에 대한 긍정평가는 21%, 부정평가는 71%였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54%가 긍정적으로 본다고 답했다. 지역별로도 보수 진영의 텃밭인 TK(대구·경북)에서 긍정평가(44%)가 가장 높았다. 호남에선 부정평가(64%)가 긍정평가(26%)를 압도했고, 조사지역 중 긍정평가 답변이 가장 적었다.

이번 조사는 무선전화 가상번호 인터뷰로 진행했으며 응답률은 13.2%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