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각) 우리나라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헤이그 '리더잘'(기사의 전당)을 찾았다. 리더잘은 1907년 제2차 만국평화회의가 열린 곳으로, 고종은 당시 이준·이상설·이위종 특사를 파견해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업무 오찬을 한 뒤 리더잘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은 뤼터 총리와 함께 116년 전 만국평화회의 관련 전시물을 관람하고, 국권 회복과 독립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의 애국정신을 기렸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뤼터 총리에게 고종의 헤이그 특사 파견을 설명하며 "이곳은 한국에게 매우 의미 있는 장소"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뤼터 총리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홀로 이준 열사 기념관을 찾았다.
이준 열사 기념관은 유럽에 유일한 한국 독립운동 기념 장소로, 우리나라 대통령이 기념관을 찾은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타국에서 순국한 이준 열사가 사용하던 방과 고종 황제가 수여한 만국평화회의 특사 신임장 등 전시물을 관람했다.
윤 대통령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권 회복과 독립을 위해 애쓰신 순국선열들의 희생 덕분에 오늘날의 자유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자유, 정의, 평화를 위해 헌신하신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고, 애국정신과 평화를 향한 숭고한 뜻을 알리는 노력을 정부도 계속 지원해 나가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6·25 전쟁에 참전했던 네덜란드 용사들을 만났다. 윤 대통령은 암스테르담 왕궁에서 열린 한국전 참전 용사 간담회에서 "수교 이래 첫 국빈 방문을 통해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영광"이라고 사례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참전 용사와 유가족 등을 만나 환담하고, 참전 용사에게 '영웅의 제복'을 전달했다.
영웅의 제복은 정부가 올해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참전 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옷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과 네덜란드의 한국전쟁 참전 용사 및 유가족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전쟁 당시 카투사(주한미군에 배속된 한국군) 소속으로 네덜란드 대대에 복무했던 최병수 옹도 함께 자리했다. 최병수 옹은 이날 목숨을 걸고 함께 싸운 네덜란드 전우들과 70년 만에 재회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네덜란드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 영국, 호주에 이어 네 번째로 우리나라에 전투부대 파병을 결정한 나라다.
네덜란드군은 횡성 전투와 인제 전투 등에서 공을 세우고, 휴전 이후에도 1954년 10월 1일까지 휴전선 방어 임무를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