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대통령 측근·중진 험지 출마' 등 혁신안 관철에 실패하고 조기 해산한 가운데, 김기현 대표 사퇴를 둘러싼 내부 충돌이 거세지고 있다. 김 대표가 혁신위 제안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당의 '반(反)혁신' 이미지가 강해지고 총선 위기론도 재부상했다는 것이다. 당 중진 의원들이 김 대표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자, 여권의 텃밭인 대구 지역 초선 의원이 나서 "내부 총질"이라며 반박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김진표 국회의장의 본회의 강행에 대한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승수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 "도를 넘는 내부 총질에 황당하다"는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중진 의원이 소속 정당을 '좀비정당'으로 폄훼하고 위기 타개를 위한 지도부의 고심을 '꼼수'라고 매도한다. 어떻게 지지층을 설득하고 중도층에 지지를 호소하겠나"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또 "큰 전투를 앞둔 지금은 총구를 적에게 돌려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이 언급한 '중진 의원'은 부산 지역 중진인 하태경·서병수 의원 등으로 보인다. 3선 하 의원이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김기현 대표의 제1과제는 윤석열 정부를 총선 과반 승리로 안정화시키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김기현 대표 체제로는 그게 불가능하다.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김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김 대표의 사퇴를 촉구해서다.

5선 중진 서병수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이 모양 이 꼴로 계속 간다면 국민의힘이 필패한다"며 "이제 김기현 대표가 결단할 때가 됐다. 대통령실만 쳐다볼 게 아니라 단호하게 바로잡겠다는 결기가 김 대표 당신에게 있냐고 묻지 않았나"라고 적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제12차 전체회의에 참석 하고 있다. /뉴스1

이에 친윤(親윤석열)계로 분류되는 박대출 의원은 페이스북에 "단결이 혁신"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합리적이고 강력한 대안 없이 지도부를 흔드는 것은 필패의 지름길"이라며 "지금은 때가 될 때까지 순리대로 믿고 맡기는 게 상책"이라고 썼다. 또 "빅텐트로 이겨야 한다. 찢어진 텐트는 비가 샌다"고 했다.

한편 당 지도부는 공천관리위원회 조기 출범을 준비 중이다. 공관위원장 후보로는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선 야당이 강행하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시 국회 재표결을 감안해 공관위 출범을 연말까지 늦출 거란 전망도 나왔다. 다만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공관위 구성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