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수원 탈환 대작전’에 나섰다. ‘경기도 정치 1번지’로 꼽히는 수원은 야당 강세 지역이다. 국민의힘은 수원 표심을 공략할 만한 중량감·상징성을 갖춘 인물들을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현준 전 국세청장,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등이다. 이들이 수원 지역구 5곳 중 몇 곳이나 탈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수원 탈환 대작전’을 위한 인재 투입을 고심하고 있다. 수원특례시(수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갑·을·병·정·무’ 5개 지역구로 이뤄져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현역 의원이 한 곳도 없는 험지 중의 험지다. 현재 ▲수원갑은 김승원 민주당 의원 ▲수원을은 백혜련 민주당 의원 ▲수원병은 김영진 민주당 의원 ▲수원정은 박광온 민주당 의원 ▲수원무는 민주당 소속이었다가 국회의장 선출 후 탈당한 김진표 국회의장이 현역 의원이다.
◇尹 정부 장·차관 인재풀까지 총동원… 수원 출신 엘리트 관료 방문규 총선 차출론 제기
먼저 국민의힘에서는 ‘취임 3개월차’인 방문규 산자부 장관의 ‘총선 차출론’이 제기되고 있다. 방 장관의 출마 후보지로는 수원병 또는 수원무가 언급되지만, 아직 지역은 정해진 바 없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리 당에서 수원이 험지이다 보니 다들 나오는 걸 꺼려하는 분위기”라면서 “내년 총선에 출마할 대통령실 행정관·비서관급 인재풀은 이미 동이 난 상황이라 장·차관 인재풀까지 동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 장관은 수원 출신이기도 하고 엘리트 관료로 손꼽힐 만큼 능력도 출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러 측면에서 봤을 때 ‘수원 상징성’이 뚜렷한 분이기 때문에 험지인 수원에서 승부를 볼 ‘키맨(Key man·핵심 인물)’으로 당에서 꼽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 장관은 수원의 명문고인 수성고 24회 졸업생이다. 행정고시 28회인 그는 서울대 영문학과 학사, 하버드대 행정대학원 석사를 거쳐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기획재정부 대변인과 2차관, 보건복지부 차관, 한국수출입 은행장을 지냈고, 윤석열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거쳐 산자부 장관에 임명됐다.
방 장관은 ‘총선 차출론’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취임 77일을 맞아 진행한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불거진 장관직 사임 및 총선 출마설에 대한 질문에 “(출마하라는 권유는)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을 맡고 있는 만큼 공직에 최선을 다하겠다”라면서 “임명권자가 말씀하시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오래했으면 좋겠지만”이라고 덧붙였다.
◇'與 김현준 vs 野 김승원’ 수성고 선·후배 대결부터 수원정 출마 선언한 이수정 교수까지
수원갑에서는 수성고 출신들끼리 맞대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수원갑은 김승원(수성고 31회) 민주당 의원이 지키고 있다. 김현준(수성고 29회) 전 국세청장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9월 국민의힘에 입당한 김 전 청장은 본격적으로 수원갑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국세청 조세국 국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을 거쳐 문재인 정부 때 제23대 국세청장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지냈다.
수원 5개 지역구 중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은 수원정이다. 수원정은 2012년 처음으로 선거구로 만들어졌다. 당시 김진표 의장이 수원정에서 당선됐다. 이후 대표적인 비명(비이재명)계이자 원내대표를 지낸 박광온 의원이 제19대부터 제21대 총선까지 3선을 연달아 했다. 그만큼 수원정은 민주당 표심이 유달리 강한 곳이다.
여기에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교수는 지난 5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학교(경기대)가 정문 앞의 지역구랑 후문 앞의 지역구가 다르다”라면서 “그런데 저는 주로 후문을 통해서 출퇴근을 하는 입장이라 제가 아주 잘 알고 있는 후문 앞(에 출마하고 싶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원은 언제나 민주당이 지배적이었고, 제20대와 제21대 총선에서도 민주당 국회의원들뿐이었다”며 “저는 가진 게 많기 때문에 험지로 간다”고 말했다. 이날 이 교수가 언급한 경기대 후문 앞은 ‘수원정’ 지역이다.
이 교수는 그간 방송이나 언론에 자주 등장해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했던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을 알려왔다. 대중적 인지도에 전문성까지 갖춘 정치신인으로 평가받는다. 또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해 국민의힘과 윤 정부와 이미 인연이 있다. 이수정 교수는 지난 8일 국민의힘에 합류했다.
◇수원에 이어 고양도 탈환 전초전… 원희룡·장미란 차출론도 부상
한편 국민의힘은 고양특례시(고양) 탈환 작전도 함께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 역시 지난 제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전패한 곳이다. 갑·을·병·정 지역구 4곳 중 민주당이 3석, 정의당이 1석을 나눠가졌다. 4개 지역구 중 단 한 곳이라도 차지하기 위해 국민의힘은 각각 고양갑과 고양을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투입을 고심 중이다.
특히 장 차관이 고양시에 출마할 경우 장미란체육관이 있는 행신동 지역구인 고양시을이 거론된다. 국민의힘은 이 밖에도 장 차관에 대해 고향인 강원도 원주와 중진인 안민석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도 오산시 출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 차관도 아직 지역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하진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원 장관의 이미지는 ‘대권주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인천 계양을이나 지난해 대선 후보였던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고양갑에 출마한다면 대항마가 될 것으로 (당에서는) 보고 있다”며 “장 차관은 스포츠 영웅이라 국민적 호감도가 높은 편이다. 그의 정체성이 가장 돋보이는 곳이 어디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