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윤석열 대통령이 단행한 2기 내각 인선의 특징은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하기 위해 생긴 빈 자리를 관료와 전문가로 채웠다는 점이다. 전문가 중심 인선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 조각 때와 같은 기조다. 그러나 이날 지명된 6명의 신임 장관 후보자 중 절반을 여성으로 채웠고, 1970년생 젊은 장관도 깜짝 발탁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중폭 개각을 시작으로 2기 내각을 순차적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이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김대기 비서실장의 인선 발표 브리핑을 경청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 송미경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뉴스1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 정부 2기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 총선 출마를 위해 자리를 비우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임으로는 최상목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발탁했다.

김 실장은 최 부총리 후보자에 대해 "정통 경제관료로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기재부 1차관을 거치며 거시금융 등 경제 전반에 걸쳐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을 갖춘 경제 정책 최고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물가, 고용 등 당면한 경제 민생을 챙기며 우리 경제의 근본적 체질 개선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후보자는 소감 발표를 통해 "대외 경제 환경이 녹록지 않다"며 "임중도원(맡겨진 일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의 사자성어)의 책임감을 가지고 국회 청문회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다.

국가보훈부, 농림축산식품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는 모두 여성이 발탁됐다.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강정애 전 숙명여대 총장,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송미령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오영주 외교부 2차관이 그 주인공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장관급 인선의 가장 큰 특징은 6명 중 3명이 여성이라는 사실"이라며 "여성 인재를 대거 발탁했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여성 후보자들이 모두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1970년생 젊은 장관도 발탁됐다. 김 실장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강도형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에 대해 "1970년생으로 이번 장관 후보자 중 가장 젊다"며 "해양수산 분야에 대한 탁월한 전문성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수산물 안전관리 강화, 어촌 활력 제고, 해양 관련 산업 육성 등 산적한 정책 현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 후보자는 소감 발표에서 "김 실장께서 가장 젊은 후보자라는 얘기해를 주셨는데 더 열심히 뛰라는 이야기로 알고 해양수산 분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는 박상우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지명됐다. 행정고시 27회 관료 출신인 박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이명박 정부 당시 권도엽 장관 이후 10년 9개월 만에 내부 출신 장관이 탄생하게 된다.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 송미경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뉴스1

이번 인선은 추 부총리와 원희룡 국토부 장관, 박민식 보훈부 장관을 비롯한 장관급 인사들이 총선에 대거 나가게 되면서 이뤄진 것이다. 대부분 관료와 전문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1기 내각 출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안배 없는 능력 위주 인선'을 강조했는 데 이런 기조가 이어진 셈이다. 다만 1기 내각에서 지적을 받았던 고령과 남성 위주 인선에서는 벗어나려는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 1기 내각에서 편중 지적을 받았던 서울대 학부 출신 인사도 최 후보자(법대 82학번)가 유일했다.

그러나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실패와 낮은 지지율 등에 따른 국정 쇄신 의지를 드러내기에는 미흡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정치 평론가는 "전문성을 중시한 관리형 인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낮은 지지율 속 국정 쇄신 의지를 드러내기에는 부족했다"고 평했다. 윤 대통령은 연말~연초 순차적으로 개각을 이어갈 예정이다.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최근 사퇴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임 등에 대한 인선은 차후 이뤄질 예정이다. 총선 출마를 위한 법적 공직자 사퇴 시한은 내년 1월 1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