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로 꼽히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1심 판결에서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무더기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권력기관이 대통령 측근 당선을 위해 사정기관을 동원한 사건에 현역 의원의 연루가 인정된 것이다. 이미 기소 상태였던 황 의원을 공천한 민주당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이달 중순 공천심사위원회 발족을 앞두고, 지도부는 황 의원의 22대 총선 공천 여부를 고심해야 한다. 당선무효형을 받은 피의자를 출마시키는 것 외에 이재명 대표 등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공직선거법위반 등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2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 의원은 판결 하루 만에 서울중앙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법원이 지난달 29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황 의원에 징역 2년6개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하자 “검찰의 정치 탄압에 꿰맞춘 판결”이라며 불복한 것이다. 그는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청와대 하명을 받아 표적수사한 적이 없다”고 강변했다. 의원 채팅방에서도 이런 주장을 했고, 동료 의원들의 지지 답글이 이어졌다고 한다.

황 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이 기소된 건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 1월이다. 당시 울산경찰청장이었던 황 의원과 송철호 전 울산시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외에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이었던 한병도 민주당 의원 등이 줄줄이 엮여 재판을 받았다. 재판부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하명수사를 인정한 만큼, 최고위급 책임자였던 조국 전 민정수석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한 수사 요구도 나온다.

◇ 당대표도 부패 혐의 재판 中 “무조건 ‘이재명은?’ 말 나와”

민주당은 사흘째 침묵하고 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실형을 선고 받은 것에 대해서도 당 차원의 입장은 없었다. 그러나 내부에선 이미 ‘공천’ 문제가 회자되고 있다. 현역 의원의 경우, 법적·도덕적 중대한 흠결 등으로 큰 감점이 되지 않는 이상 대부분 경선을 통과한다. 민주당의 ‘정치 검찰’ 비판 기조가 선명한 만큼, 검찰 수사와 법원 판단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유죄 선고를 받은 범죄 피의자를 후보로 냈다”는 여권의 공세를 피할 수 없게 된다.

황 의원이 현역인 대전 중구는 구도심 지역으로, 대전 6개 지역구 중에서도 보수세(勢)가 강한 곳으로 꼽힌다. 전날에는 국민의힘 소속 현역 김광신 구청장까지 대법원의 선거법위반 확정 판결로 직을 잃었다. 현역 의원, 현역 구청장이 일제히 당선무효형을 받은 것이다. 이 지역 선거판이 혼란에 휩싸인 상황에서, 황 의원을 다시 내보냈다가 대전 선거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공천을 안 해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전임 정부의 흠결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그간 당 내분의 핵심이었던 ‘친명 대 비명’ 구도를 넘어서는 문제이기도 하다. 부패 혐의 등으로 재판 중인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천 시비도 뒤따를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미 뇌물죄와 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등 각종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지도부가 황 의원을 설득해 ‘자진 불출마’로 매듭짓자는 의견도 있다. ‘최대 사법리스크’를 지닌 이 대표가 공천 불이익 등을 줄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대전 지역 한 의원은 “유죄 판결 난 사람을 어떻게 공천하느냐. 다른 곳까지 다 피해를 본다”며 “대표도 뇌물, 위증교사 재판을 받는데 공개적으로 문제를 삼을 수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초선 의원도 “어떻게 하든 ‘그래서 이재명은?’ 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기소나 수사 중인 사람만 40명이다. 공심위가 심사를 할 거라 분명 구성을 두고서도 말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 줄줄이 수사·기소더 커진 野 사법리스크

민주당 공천 규정에 따라 ▲기소되거나 ▲성폭력 ▲음주운전 ▲금품수수 ▲채용비리 등 의혹에 연루된 현역 의원은 감점 대상이 된다. 다만 이들에겐 소명 기회를 준다. 재판 진행 과정과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 설명 등을 기술하고, 증빙자료를 첨부해 당 중앙당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에 넘기는 식이다. 최근 이 대표를 포함한 수십명의 의원이 소명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평가위가 ‘검찰과 법원 탓’에 무게를 두면 감점 폭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현재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각종 개인 비리로 수사 또는 재판을 받는 민주당 의원은 40명 안팎이다. 선거 개입부터 불법 정치자금, 불법 토지거래, 금품 수수 등 혐의도 다양하다. 앞서 검찰이 돈봉투 수수가 의심되는 의원 21명의 명단을 공개한 것을 감안하면, 규모는 늘어날 수 있다. 당대표 재판도 더 많아졌다. 이 대표 측이 요구했던 ‘위증교사 재판 병합’을 법원이 거부하면서, 내달 기준 주 최대 3회 재판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