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천리마-1호'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에 대응해 1일 위성 개발과 물자 조달, 탄도미사일 연구·개발 등에 관여한 북한인 11명에게 독자 제재를 가했다. 미국 정부도 북한의 해킹조직 '김수키'와 북한 국적자 8명을 30일(현지 시각) 제재했다.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안보를 위협하는 소위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포함한 북한의 불법 활동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발표했다. 제재 대상엔 우선 북한의 지난달 21일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및 이를 탑재한 운반로켓 '천리마 1형' 발사를 주도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관계자가 4명 포함됐다. 총국 부국장 리철주와 소속 인사 김인범, 고관영, 최명수 등이다. 룡성기계연합기업소 지배인 강선이 제재 목록에 올랐다. 룡성기계연합기업소는 북한 내 굴지의 기계제작업체로 군수산업 연관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들이 위성 개발과 관련 물자 조달, 무기 개발 등에 관여했다고 명시했다. 또 탄도미사일 연구·개발·운용에 참여한 김용환 727연구소장, 최일환·최명철 군수공업부 부부장, 김춘교 인민군 중장, 최병완 태성기계종합공장 지배인, 진수남 주러시아 북한대사관 무역서기관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미사일 연구·개발 기관으로 알려진 727연구소는 그간 북한 매체 등에 거의 이름이 등장한 적이 없다. 진수남은 신규남이라는 이름도 사용하는 인물로, 북한 국영보험회사인 조선민족보험총회사를 대리해 활동한 이력이 있으며 유럽연합(EU) 제재 명단에 올라 있다. 이번 제재대상 가운데 진수남을 제외한 10명은 한국이 세계에서 최초로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한국 국민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개인·기관과 외환거래 또는 금융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각각 한국은행 총재 또는 금융위원회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 허가 없이 거래하는 경우 관련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도 30일(현지 시각) 북한 해킹조직 '김수키'와 강경일, 서명 등 북한 국적자 8명을 제재 대상 리스트(SDN)에 추가했다. 김수키는 북한 정찰총국 제3국(기술정찰국) 산하 해커 조직이며 2012년부터 활동하고 있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김수키는 군사, 에너지, 인프라 분야를 공격 타깃으로 삼고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는 업체들의 기밀 정보를 노려오고 있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이 보고서에서 밝힌 바 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유엔 안보리 북한 정찰위성 발사 관련 회의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뉴스1

미 재무부는 보도자료에서 "김수키는 주로 정보 수집 조직이지만, 김수키의 사이버 스파이 활동은 북한의 핵 야망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며 "김수키는 스피어피싱(특정인을 목표로 정보를 훔치는 공격)을 주로 사용해 유럽, 일본, 러시아, 한국, 미국 등의 정부, 연구센터, 싱크탱크, 언론, 학계의 개인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키는 잘 알려진 기관이나 실존 인물을 사칭한 이메일을 유포해 정보를 탈취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김수키는 한국에서 한국수력원자력 문서 유출(2014년), 국가안보실 사칭 메일(2016년), 정부기관·국회의원실·기자 사칭 메일 사건(2022년) 등을 벌였다. 한국 정부도 북한이 군사 정찰위성을 발사한 직후인 지난 6월 2일 김수키를 대북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미국 재무부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북한 국적자 8명은 북한의 국영 무기 수출 업체, 금융기관, 페이퍼 컴퍼니 등과 관련된 인사다. 이 가운데 강경일, 리성일 등은 이란 테헤란 소재 청송연합 대표라고 재무부는 밝혔다. 청송연합은 북한의 불법 무기 거래를 주도하고 있으며 강경일은 중국산 알루미늄 판매를 시도했고 리성일은 외국 정부에 재래식 무기를 판매했다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또 서명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북한 무역은행의 대표로 제2자연과학원 등 제재 기관과 무기 거래 단체간 금융 거래를 도왔다. 이밖에 중국과 러시아 등에 있는 다른 북한 금융기관 대표들도 제재 리스트에 추가됐다. 재무부는 "이번 조치는 북한이 군사위성 발사라고 지난 21일 주장한 것에 대한 대응 조치"라며 "북한이 국영기업, 은행, 무역회사 등을 통해 창출하는 수익과 무기를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외 다른 국가도 대북제재에 참여하고 있다. 일본도 개인 5명과 단체 4개, 호주도 개인 7명과 단체 1개에 대해 각각 제재를 가했다. 한미일 3국이 사전 공조를 통해 동시에 대북제재를 발표한 것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9월 등 사례가 있지만, 호주까지 함께하는 것은 처음이다. 외교부는 "호주가 처음으로 동참한 것은 북한의 거듭된 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국제사회의 의지가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한국이 지난 6월 제재한 해킹조직 김수키가 이번에 미국 OFAC 제재에 포함되는 등 우방국들이 같은 대상에 중첩적으로 제재를 하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새로운 제재를 사실상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처럼 우방국의 중첩적 독자제재로 제재망을 촘촘히 하는 것으로 나름대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정부는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