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갑(甲)들의 갑을 감시하는 곳.’

국회 정무(政務)위원회는 정치·행정의 핵심 부처를 관할하는 상임위원회다. 시장 독과점과 불공정 경쟁을 막는 ‘기업 저승사자’ 공정거래위원회부터 금융사 잡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주요 정책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국무조정실까지 모두 정무위 소관이다. 쟁쟁한 권력 기관을 견제하는 정무위원, 그 중에서도 정무위원장에 고도의 전문성과 판단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21대 국회 후반기 정무위원장은 2011년 말 ‘검사 백혜련’으로 정치권에 처음 등장했다. 광우병 보도 논란과 검찰의 언론 수사, ‘벤츠 여검사’ 사건 등 검찰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진 때였다. 내부통신망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무너졌다”며 사직한 백 검사를 이듬해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이 영입했다. 2012년 총선, 7.30 재보궐선거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2016년 수원을(乙) 지역구 의원으로 원내 입성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백혜련 정무위원장. /의원실 제공

임기 마지막 국정감사를 마친 백 위원장을 11월 초 국회에서 만났다. 국감은 끝났지만, 내년도 예산안 심사로 더 바쁜 시기였다. 전반기 국회 법사위 간사 때부터 꼼꼼한 일 처리로 유명했던 그는 “국감이 이념 논쟁이나 정쟁 소재로 격화하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데 굉장히 신경썼다”고 했다. 총선을 앞두고 여권발 이념 공방과 야당의 대여(對與) 공세가 극심했지만, 야당 의원 이전에 위원장 역할에 무게를 뒀다는 뜻이다.

이번 정무위 국감의 핵심 화두는 단연 ‘가계 부채’와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이었다. 특히 재계와 금융계에선 기촉법 일몰 연장에 애를 태우고 있다. 기촉법은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워크아웃)을 통해 빠른 회생을 돕는 법이다. 지난달 15일 기한 만료로 일몰이 된 후 방치 상태다. 국회가 이미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정무위 차원의 논의는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 법원과 정부의 합의가 우선이라는 게 국회의 입장이다.

특히 야당인 민주당은 이 법이 ▲시장 기능에 의한 구조조정이 작동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도입된 법이며 ▲채권단 이해관계가 복잡해 워크아웃 개시가 어려워지고 일부 채권자에 대한 재산권·평등권 침해 우려가 있으며 ▲당국의 개입으로 인한 관치금융 우려가 있다고 처리를 미뤘다. 앞서 법안심의 과정에서 법원이 위헌성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며 정부가 먼저 설득하라고도 했다.

백 위원장도 이런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기업과 경제 전반의 위기를 고려해 기촉법의 ‘한시적 추가 연장’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기촉법을 한시적으로라도 더 운영하며 법원의 회생 영역과 조정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안이 자칫 정쟁의 영역으로 빠지면 안 된다는 게 백 위원장의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백혜련 정무위원장. /의원실 제공

─정무위 국정감사를 운영하며 가장 신경 쓴 것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민생’을 챙기는 국감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감사에 주력했다. 특히 질의 과정에서 이념 논쟁이나 정쟁적 소재로 분위기가 격화되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데 주의를 기울였다.

국감의 화두는 단연 ‘가계부채’ 이슈였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올 초 정책금융상품으로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과 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오히려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고, 정부의 모순적인 행보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이미 금융위원회가 총부채상환비율(DSR) 규제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는데.

“문제는 전세대출을 DSR 적용 범위에 포함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내용도 들어갔다는 점이다. 서민대출을 제한했을 때 불법 사금융으로 몰릴 수 있는 위험이 있고, 취약차주가 타격을 받게 되면 그 리스크의 범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정교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동담보’와 ‘쪼개기 대출’을 악용해 다수 세입자에게 800억 원 이상의 손해를 입힌 ‘수원 전세사기 사건’에 대해 금융당국의 적극적 대응과 법원, 국토부 등과의 협업을 촉구했다.”

ㅡ기촉법 일몰 연장이 시급한데, 여야 간 이견도 크고 국회는 법원-정부 합의가 우선이라고 한다.

“아직 금융 당국과 법원의 입장 차가 크고, 논쟁의 소지도 해소가 안 됐다. 일몰 이후 협력업체로의 부실 전이 등 우려했던 상황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다. 조선이나 항공같은 수주·수출 산업은 회생 신청 시 기존계약이 해지돼 영업활동이 곤란해지고, 상거래대금 지급이 정지돼 기업의 부실이 협력업체로 전이될 위험도 있다. 기업 상황에 맞게 구조조정 수단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고, 협력업체의 연쇄 부실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ㅡ한계 기업 비중이 역대 최고치다. 정부도 줄도산 우려를 고려해 재입법을 추진한다는데.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최근 수원과 부산 회생법원이 설립돼 기업회생절차가 신속하게 운영된다고 한다. 지방법원 파산부가 담당하던 사건을 회생법원이 처리하면서 업무 처리 속도가 빨라졌고, 전문법원의 판단을 받으려 하는 당사자의 요구도 충족시키면서 기촉법의 필요성이 옅어졌다.

그러나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촉법을 한시적으로라도 좀 더 운영해가면서 법원의 회생 영역과 조정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회 상임위원장 간담회에서 ‘공매도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정부도 공매도 금지를 발표했다.

“불법 공매도는 엄단해야 하며, 뿌리를 완전히 뽑아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께 직접 건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당국이 갑자기 발표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어떤 기준과 절차에 의해서 결정된 것인지는 의구심이 든다. 정부는 국감에서 불법 공매도를 사전에 적발할 전산시스템 구축이 쉽지 않다고 밝혔고,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 편입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런데 불과 며칠 만에 초강수를 발표하는 행보는 오히려 시장에 불안감을 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면 제도 개선뿐 아니라 정부에 대한 신뢰가 수반돼야 한다.”

─정부가 공매도 문제 해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려고 초강수를 뒀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의 의도를 떠나 공매도 규제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은 크게 ‘불법 공매도 엄벌’과 ‘시장의 투명성 및 형평성 확보’가 돼야 한다. 불법 공매도를 엄벌하고 이러한 거래로 얻은 이익을 철저히 환수하면서 제도와 시장에 대한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

또 불법 공매도를 실시간으로 차단할 전산시스템을 구축이 필요하다. 특히 수수료 체계 산정이나 담보금 설정 등에 대해 개인투자자와 기관·외국인 투자자 사이에 불합리한 장벽이 존재한다는 비판이 많다. 이를 원점 재검토해 개인투자자에게 공정한 환경을 구축해줘야 한다.”

백혜련 국회 정무위 위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실제 백 위원장 인터뷰 이후인 16일 정부와 여당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를 할 경우, 빌리는 주식 금액 대비 보유해야 하는 담보총액 비율을 120%에서 105%로 낮추는 방안이다. 또 기관·외국인이 빌린 주식을 돌려줘야 하는 기간을 개인과 동일한 ‘90일+연장’으로 단축한다. 기존에는 기관·외국인의 빌린 주식 상환 기간이 1년이어서 개인 투자자만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야당 내에서도 이견이 있다. 위원장의 생각은.

“산업은행 이전의 목적은 국가균형발전이다. 약 300조 원의 자금을 시장에 지원하는 정책금융기관이 특정지역에 편중되는 부작용은 없는지, 국가균형발전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런 조사가 부족하다. 국회와의 소통은 물론 노사 합의도 없다. 이전 로드맵 구상과 타당성 검증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문제는 산업은행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다른 정책 금융기관에까지 도미노처럼 번질 가능성이 있다. 과학적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한 논의가 필요하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야당 승리로 끝났다.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일까.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긴 것은 윤석열 정부의 직무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총선까지는 6개월이 남았다.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가 총선 결과로 이어질 거란 전망은 매우 섣부르고 위험하다.

총선 승리를 위해선 무당층 비율이 30%에 달하는 지점에 대한 깊은 고민과 전략이 필요하다. 정치 불신이 크다는 방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정치 불신의 시대에 정치 효능감을 높이기 위해 민생 중심의 정당으로 변모해야 한다.”

─지역구가 수원인데 이른바 ‘메가 서울’ 문제 관련 경기 남부의 반응은 어떤가. ‘메가 서울’에 대해 견해는.

“’메가 서울’은 ‘균형 발전, 대한민국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다뤄져야 하는데, 선거용 포퓰리즘 정책의 수단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 당장 김포가 서울로 편입될 경우, 수도권 정비계획법에 따라 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되면 산업단지 신규조성이 금지되고 중과세율 등으로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도시기본계획이나 관리계획, 도시개발사업 승인 등 기존 김포시의 권한이 대거 서울시로 이관돼 상당수 자치권한을 잃을 수 있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와 함께 ‘메가 서울’은 국가균형발전과 인구구조, 기후 위기 등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즉, 경기도 인접 도시를 서울로 편입하는 방안이 미래 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해법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다만, 서울시 편입이 수도권 위성도시 주민들의 염원이라면 이는 정치권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런 점에서 지금처럼 공개 토의나 검토도 없이 총선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면 안 된다.”

─‘군공항 이전’ 문제는 수원 지역의 숙원으로 꼽힌다. 실현되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나.

“군공항 이전은 국가의 대사(大事)인 만큼, 정부가 나서야 한다. 수원시민들은 수십 년간 비행기 소음과 고도제한 때문에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 특히 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시민이 느끼는 불안감은 말로 할 수 없다.

게다가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이 여객과 화물 모두 포화상태라 경기 남부에 국제공항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군과 민간이 함께 사용하는 통합국제공항인 ‘경기국제공항’을 건설해야 한다.

대구경북통합 신공항(TK신공항)의 경우, 지난 4월 특별법이 제정·공포되고 국무회의에서 건설사업 추진계획도 통과됐다. 기획재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사업으로 확정해 내년 6월까지 사업계획 적정성을 검토한다. 이렇게 공항 건설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정부는 ‘지역 간 합의가 우선’이라고 방기하지 말고 장기간 표류하는 군공항 이전 사업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