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5개월 앞두고 여야가 ‘김포 서울 편입’에 이어 다시 수도권 개발 공약으로 표심을 겨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기 신도시 특별법(노후계획도시 정비·지원 특별법)’을 두고 국회에 연내 통과를 촉구하자, 특별법을 발의한 국민의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도 “연내에 통과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민주당은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이어 수도권과 지방의 구도심을 정비하자는 내용이 담긴 도시재정비촉진법을 같이 통과시키자고 꺼내들며 개발 정책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더불어 도시재정비촉진법이 연내 동시 통과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으로 1기 신도시 정주여건을 개선하는 한편, 도시재정비촉진법을 개정해 수도권과 지역의 구도심 정비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러면서 “반드시 올해 안에 노후계획도시 특별법과 도시재정비촉진법이 동시에 통과될 수 있도록 정부와 여당도 적극 협조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의 적용 대상이 신도시와 수도권에 집중돼 지방 구도심의 ‘역차별’이 우려된다고 지적해 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3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야당도 특별법 제정에 동의한 만큼 연내에 꼭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에 적극적인 논의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는 국정과제로도 선정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보조를 맞춰 지난 3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발의했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은 택지가 조성된 지 20년 이상, 규모 100만㎡ 이상인 곳을 대상으로 하는 법으로, 용적률을 상향하거나 재건축 안전진단을 면제해 주는 등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수도권 5개 1기 신도시가 대상이고 서울에서도 목동, 상계, 중계, 개포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지방에서는 부산 해운대 1·2지구와 대구 성서, 광주 상무, 목포 하당 등이 대상이다.
당초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처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던 민주당이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꾸며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주거환경개선특위에서 “국민의 생활안전과 편의성을 높이고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1기 신도시와 노후계획도시의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민주당이 앞장서 연내에 1기 신도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잘 챙기겠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과의 개발 정책 경쟁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이 노후계획도시 특별법과 함께 도시재정비촉진법 동시 통과를 추진하겠다고 하며 일각에선 처리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국토위 위원들이 회견에서 추진하겠다고 말한 도시재정비촉진법은 재정비촉진지구 지정 최소 면적을 50만㎡에서 10만㎡로 낮추고, 구도심의 특성을 고려해 재정비촉진지구에서 추진할 수 있는 사업 종류를 대폭 확대, 용적률 상향과 높이 제한 완화 등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여당 국토위 관계자는 “두 법안은 성격이 달라 같이 묶어서 연내에 통과시키기에는 조금 힘들 수 있다”며 “계획도시를 재정비하는 법안과 구도심을 재정비하는 건 내용적으로 다르다”고 했다. 현재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 51곳의 대상도시를 지정한 것과는 달리 도시재정비촉진법은 현재 대상지 선정이 되지 않은 상태다.
여야는 오는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1기 신도시법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국토위는 앞서 세 차례 법안소위에서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도시재정비촉진법은 지난 6월 발의됐지만 아직 법안소위에서는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았다. 오는 29일 열리는 법안소위에서도 아직 논의될 계획은 없다. 국토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조선비즈에 “(도시재정비촉진법은) 지금 당장은 아니고 12월에 논의될 것 같다”고 했다.
최 의원은 조선비즈에 “국토부와도 소통하고 있고, 국토부도 공감하고 있는 내용”이라며 “이미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도 공감대가 많이 형성됐다. 여당 의원들도 개별로 물어보면 자기 지역구에 해당되는 지역들이 대부분인데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동시 통과는 가능한 일이고 여건은 충분히 숙성이 돼 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