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소속 의원 168명 전원 명의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는 이재명 대표의 ‘불법 대북송금 의혹’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인물이다. 강성 친명계 의원들과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자) 원외조직이 수차례 탄핵을 요구했지만 ‘정치 보복으로 비칠 것’이란 내부 우려로 당 차원의 발의를 미뤄왔었다. 그랬던 탄핵안 발의에 결국 이 대표 본인이 동참한 것이다. 추후 탄핵안이 가결되면 이 검사의 직무가 즉시 정지돼 이 대표 수사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10일 이 검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고, 이번 정기국회 회기(~12월9일) 내 가결을 목표로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하기로 했다. 전날 국회 본회의 표결이 무산된 탄핵안은 일단 철회하되, 유사한 내용으로 다시 발의해 이달 말 본회의 표결에 부친다는 계획이다. 국회법상 탄핵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지 72시간 안에 표결이 안 돼 자동 폐기되고 이번 회기 때 재발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후 “이미 대검에 이정섭 검사를 고발했지만 범죄 검사에 대한 어떤 조치도 없었다. 용납해선 안 된다”며 “오늘 공수처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포기해 표결을 못 했지만, 이동관 위원장과 검사 2명의 탄핵, 국정조사는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때 스키장 이용 청탁, 자녀 입학용 위장 전입”

민주당이 전날 발의한 탄핵소추안의 대상은 3명으로, 이 검사와 ‘고발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다. 이 가운데 이 검사의 탄핵소추 사유로는 ▲자녀 초등학교 입학을 위한 위장전입 ▲코로나 집합금지 당시 스키장 리조트 이용 청탁 ▲처남 마약 관련 수사 개입 ▲처가 소유 골프장 직원 등에 대한 범죄기록 조회 등의 혐의를 제시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며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와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 등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한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11.9/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탄핵안에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일반인인 타인의 범죄기록, 수사기록, 전과기록을 무단으로 열람하고 이를 자신의 친인척에게 제공했다” “코로나로 인해 집합금지가 된 스키장 리조트를 대기업 부회장의 조력을 받아 이용했다” “처가가 운영하는 용인cc에 선후배 등 동료검사들의 예약을 부정하게 도와줬다” “처가의 민,형사 분쟁에 변호사를 소개했다” “처남의 마약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본인이 실제 거주하지 않는 도곡동 래미안그레이튼 아파트 104동에 2회에 걸쳐 위장으로 전입신고를 해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에 이용했다” “‘김학의 재판’에서 증인을 사전면담해 결과적으로 김학의에게 무죄가 선고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혐의도 탄핵소추 사유로 명시했다.

특히 ‘스키장 이용’ 건에 대해선 탄핵, 고발 외에 국민권익위원회에 조사도 요청했다. 이 검사가 2020년 12월24일 대기업 부회장과 함께 강원도 소재 리조트에서 식사를 한 사진, 리조트 스키장을 이용한 사진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공개됐고, 이는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부적절한 접대)한 행위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검사가 혜택을 무료로 받았다고 봤다. 다만 이 검사는 비용을 부담했다는 입장이어서 진술이 상반된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당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 탄핵이자, 검찰을 마비시키는 협박 탄핵, 당 대표에 대한 사법절차를 막으려는 방탄 탄핵”이라며 “그래도 탄핵하겠다면 검사를 탄핵하지 말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책임진 검찰총장을 탄핵하시라”고 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11차 본회의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 당론발의.. 노조법, 방송법 개정 상정"의 글을 SNS에 올리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은 일단 기존에 냈던 탄핵안은 철회하되, 여야가 합의한 이달 30일 본회의 때 탄핵안을 재발의하고, 내달 1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친다는 계획이다. 국회법상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지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에 부쳐져야 한다. 72시간을 넘기면 폐기된다. 전날 표결할 계획이었지만, 국민의힘이 당초 예고한 쟁점법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갑자기 취소, 본회의가 산회하면서 민주당의 계획도 어그러졌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꼼수로 탄핵을 잠시 미뤘는지 몰라도, 결코 막을 수는 없다”며 “국회의장께 정당한 절차를 거쳐 발의된 탄핵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본회의를 열어줄 것을 정중하고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