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8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공식 논의한다. 이 위원장에게 ‘방송 장악’, 한 장관에게는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의 책임을 묻겠다는 이유다. 정부·여당이 반대하는 일명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도 같은 날 처리하기로 했다. 상정만 되면 168석 과반 의석을 점한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쌍특검법(김건희 여사·대장동 50억 클럽 특별검사법)은 이달 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당 특별위원회 차원에선 두 번째 검사 탄핵도 추진 중이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이 위원장 등 윤석열 정부 인사들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건을 논의한다. 특히 이 위원장 탄핵안은 당론으로 채택해 이튿날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탄핵 대상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1명이 아닐 수 있다”고 했다. 2명 이상의 탄핵안을 동시에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지도부에선 이 위원장과 한 장관 외에 이재명 대표의 ‘불법 대북송금 의혹’ 사건 수사를 맡은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 ‘고발사주’ 혐의로 기소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의 탄핵도 거론됐다고 한다. 이들 모두 당 검사독재정치탄압독재위원회 산하 검사범죄대응TF(태스크포스)가 ‘2호탄핵 검사’로 벼르는 인물들이다.
탄핵안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과반의 찬성이다. 지난 9월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를 통과한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검사 탄핵소추안도 민주당이 주도했었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이 위원장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방통위원은 이상인 부위원장 1인만 남아 사실상 기능을 못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이동관 체제를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탄핵이 쓰인 셈이다.
당내에선 ‘탄핵 남발’이 중도층 표심에 악재가 될 거란 우려도 나왔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 이후 ‘대통령 탄핵’ ‘총선 200석’ 발언 등 역풍을 맞을 이슈는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총선 전 유리한 언론 지형을 구축하려면, 일단 이 위원장의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시기가 안 좋은 건 맞는다. 또 탄핵이냐는 여론을 분명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그래도 선거 전에 최대한 이동관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손발을 묶어 놓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이 우세한 것 같다”고 했다.
쟁점 법안 처리도 강행한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사관조정법 2·3조 개정안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를 상대로 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여당은 불법 파업을 부추기고 파업으로 손해를 본 기업의 손해배상 소송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방송3법 개정안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진 추천 권한을 학계와 직능단체에 부여하는 게 골자다. 정치권 영향력을 줄이자는 취지인데, 여당은 오히려 친야권 단체의 방송 장악을 돕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반대한다. 민주당은 이달 본회의 처리를 위해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법안 상정을 압박하고 있다.
‘쌍특검 법안’은 이르면 이달 23일, 늦어도 내달 8일에는 처리할 방침이다. 특검 대상은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됐다는 의혹과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50억 클럽’ 관련 의혹이다. 여당발(發) ‘김포-서울시 편입’ 이슈에 묻히지 않도록 정권심판론을 최대한 띄워야 하는 입장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정국을 주도해야 하는데 김포 이슈에서 여당에 크게 밀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동관이든 한동훈이든 일단 직무를 못 하도록 묶어두려면 탄핵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이 많다”며 “선거 전에 김포 이슈에 계속 끌려가지 않으려면 특검도 띄우고, 노조법도 확실히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여전히 ‘내년 총선 200석’을 거론하고 있다. 정부의 실책으로 국회 의석 중 3분의 2를 가져올 수 있다는 낙관론이다. 200석 정당이 되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도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개헌은 물론, 대통령 탄핵소추도 할 수 있다.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은 최근 KBC광주방송에 출연해 “수도권을 석권하면 200석 못 하라는 법도 없다”고 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페이스북에 “다양한 범민주진보세력, 국힘 이탈 보수 세력까지 합해 200석이 되길 희망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