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식당 칸막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설전을 벌였다. 안 의원의 대화가 옆방까지 들렸는데, 옆방에서 식사하던 이 전 대표가 “안철수씨 조용히 하세요”라고 소리를 친 것이다. 이에 안 의원은 멈추지 않고 “모두가 이준석을 싫어한다. 못할 말도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오른쪽)과 이준석 전 대표. /뉴스1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안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안 의원은 이 전 대표가 4일 부산에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게 영어로 말한 걸 문제 삼았다. 안 의원은 “반대로 생각하면 교포 2세에게 미국 정치인이 한국말로 얘기하는 건 ‘넌 우리 구성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헤이트스피츠(Hate speech·혐오 발언)”라며 “적어도 의사에게는 ‘닥터 린튼’이라고 했어야 하는데, ‘미스터 린튼’이라고 한 건 대놓고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가) 영어를 잘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안 의원은 혁신위 제안으로 최고위원회에서 의결한 이 전 대표의 징계 전면 취소를 반대했다. 최근까지도 안 의원은 이 전 대표 제명 징계 서명 운동을 진행해 왔다.

그때 옆방에서 이를 듣고 있던 이 전 대표가 “안철수씨, 식사 좀 합시다”라며 “조용히 좀 하세요”라고 소리쳤다. 사석에서 나온 본인 험담을 바로 옆방에서 듣는 상황에서 제지하기 위해 고함쳤다는 게 이 전 대표 측의 설명이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에도 안 의원은 “내가 못할 말을 한 건 없다”며 하던 얘기를 계속했다. 이후로는 이 전 대표의 고함이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두 사람은 각각 식사를 마치고 직접 마주치지 않고 식당을 나갔다.

당시 두 사람 모두 방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옆방에 누가 있었는지 전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소동은 나란히 연결된 방 3칸 사이에서 벌어졌다. 이 전 대표는 가운데 방에 있었다. 방과 방 사이에 방음이 잘 되지 않는 편에, 조용히 대화를 해도 옆방에 잘 들리는 구조였다. 다른 방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손님들도 이들의 짧은 설전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