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신설 사업이 정치권의 ‘김포시 서울 편입’ 논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경기 북부의 성장 동력을 키워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와는 달리, 총선용 이슈와 각 당 내분으로 소모되는 판이 돼서다. ‘한강 이남’ 김포의 지리적 여건과 교통 불편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제 선점에 실패한 민주당은 울산 현역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김포 출마를 요구하는 식의 정치공세로 맞서고 있다. 야당에서도 정치 초년생인 김 지사가 갈등을 키웠다는 소리가 나온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김포시 서울 편입에 당이 명확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지적에 “바보 같고 어리석은 소리”라고 했다. 김포 논란이 여야를 넘어 야당 내분으로 격화하고, 당 지도부가 “개인 의견개진 자제령’을 내린 상황에서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자꾸 이 문제를 OX문제로 규정해 국민의힘이 만든 프레임에 빠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이 전 대표가 페이스북에 “야당이 찬반의 입장도, 뚜렷한 대안도 내지 않는 것은 당당하지 않다”고 공개 비판하자, 홍 원내대표가 직접 나선 것이다. ‘지역 균형 발전’을 기본 정신으로 둔 민주당이 ‘메가시티 서울’에 적극 동조하긴 어렵다. 반대하면 김포 등 관련 지역 표심이 위태로워진다. 현재 김포 지역구 두 곳 모두 민주당 현역 의원이 있는데, 이들은 김 대표가 당론 추진을 선언한 지 닷새 동안이나 아무 입장도 내지 못했다.
이 문제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공약한 경기남·북도 분도(分道)를 추진하면서 나왔다. 그가 지난달 행정안전부에 주민투표를 공식 요청하자, 김포시는 경기 북부가 아닌 서울로 편입시켜달라며 이를 공론화했다. 그러자 김기현 대표가 돌연 당론 추진 의사를 밝히고, 지도부도 의원 입법 형태로 발의하겠다며 특별위원회까지 만들었다. 경기도 차원의 사업이 여의도 최대 이슈로 부상한 것이다. 김 지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부총리까지 역임했지만, 정치는 초년생이다.
‘당사자’인 김 지사도 가세했다. 김 지사는 같은 날 경기도청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 관련 기자회견에서 “(김포시 서울 편입은) 무책임한 선거용 정치쇼”라며 “21대 국회 임기가 내년 봄에 만료되고 4월 총선인데 실현 가능성 자체가 없다. 나라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고, 김포시민을 표로만 보는 선거용 정치쇼이자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했다. 이날 회견 주제는 내년도 본예산이었지만, 질의응답 대부분이 김포 이슈로 점철됐다.
여권 내 논쟁에서도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사라지고, ‘서울 비대화’에 대한 비판만 남았다. 당초 ‘균형 발전’을 목표로 공약을 내건 김 지사로서는 뼈 아픈 대목이다. 서병수(부산시 부산진갑)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은 이미 슈퍼 울트라 메가시티”라며 “김포를 서울에 붙이면 지옥철 출퇴근길 고단함이 해소될 수 있느냐. 김포시를 서울특별시 김포구로 편입하면 서울의 경쟁력이 높아지게 되느냐”고 했다.
민주당은 ‘부·울·경 메가시티’ 등 행정구역 개편과 ‘5호선 지하철 연장’ 등으로 방향 전환을 꾀하고 있다. 김포 이슈의 폭발력이 워낙 커 서울-양평 고속도로 등 정권 심판론에 대한 주목도가 추락해서다. 다만 국민의힘이 국면전환용 카드로 활용한 만큼, 주도권을 빼앗기는 어려울 거란 게 중론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김동연 지사가 던진 경기북부 이슈가 결과적으로 여당에 최고의 먹잇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접경 지역 개발 불균형, 서울 비대화는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기 때문에 한 번은 다루고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가 맞다”면서도 “시기상 총선이 코앞인데, 이렇게 선거용 이슈로 불이 붙으면 갈등만 더 커지고 현실화는 멀어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