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발(發) '김포-서울 편입 특별법'이 내년 총선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김포시 등 경기도 일부 지역을 서울로 편입하는 입법을 추진한다고 밝히자, 정치권은 지역별 이해관계와 총선 유‧불리 계산에 분주해졌다. 경기도 내 자치단체는 물론 서울시와 경기도의 입장이 얽힌 문제여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슈 선점 차원에서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과 자충수가 될 거란 관측이 혼재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경기 김포시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가진 '해결사 김기현이 간다'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김동연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거부한 김포시 "서울로 가겠다"

김포-서울 편입 문제는 지난 9월 말 경기도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 제정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행정안전부에 요청하면서 정치권 이슈로 부상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경기도 북부 지역을 분리해 '특별자치도'를 만드는 것을 핵심 공약으로 추진해왔고, 소관 부처인 행안부를 통해 주민투표에 붙이겠다고 했다.

그런데 김포시가 경기북도에 편입할 바엔 '서울시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서울, 경기도 지역 이슈에 이어 정치권 문제로 번진 것이다.

홍철호 국민의힘 김포시을 당협위원장은 당원 행사에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보다 서울시 편입이 낫다"며 이를 공론화했다.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홍 전 의원은 지역에 '경기북도 나빠요, 서울특별시 좋아요'라는 내용의 현수막도 걸었다. 홍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김병수 김포시장도 공론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만나기로 했다.

◇與 '당론 추진' 밝히고 野 끌어들여… "대형 이슈 선점"

이런 가운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0일 공식 행사에서 '당론 추진' 의사를 밝히고 민주당에도 협조를 촉구하면서, 이 문제는 '정국의 핵'이 됐다. 대형 이슈를 빼앗긴 민주당은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차원의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메가시티 서울론'을 내년 총선 수도권 전략으로 전진 배치했다. 기존 대도시에 주변 소도시들을 편입해 해외 유명 대형도시처럼 광역화한다는 것이다. 정책위원회 차원에서도 '편입 1호' 김포시를 서울로 편입하는 내용의 행정구역 개편 특별법을 준비 중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정책위원회에서 특별법을 검토할 것"이라며 "의원 입법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의원 입법은 정부 입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차가 간단하고 변수도 적다. 김포시 주민투표 등 의견 수렴 절차를 밟은 뒤,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 표결만 거치면 된다. 과반 의석을 점한 민주당이 동의해야 하지만, '주민이 원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 야당도 무조건 반대하진 못할 거란 게 국민의힘의 판단이다.

31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재옥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내 시각은 제각각이다. 당장 서울에서도 소외된 구(區)는 내팽개치는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있어서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데도 '총선용 구호'에 그쳐 역풍을 맞을 거란 우려도 나온다.

김재섭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새로운 서울을 만들어 낼 게 아니라, 있는 서울부터 잘 챙기라"며 "도봉구 외 강북·노원·중랑·광진·강동 등은 (교통 체증과 인프라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를 겪는다"고 했다. 또 "김포시를 편입한다고 해서 5·9호선 연장의 조건인 건설 폐기물 처리장 설치를 김포구민들이 좋아하겠나"라고도 했다.

전문가 의견도 갈린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총선용이라 해도 김포시 입장에선 '숙원'을 국민의힘이 결단을 내려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것"이라며 "의미 있는 화두를 선점한 것부터 유리한 고지를 일부라도 점했다고 볼 수 있다. 타지역 반대를 어떻게 풀어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서울 유권자 입장에서는 크게 와닿지 않고, 오히려 편입된 지역 외의 다른 지역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수도권 의석 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며 "총선용 카드라면 수도권에서 국민의힘이 목표한 의석 수를 철저히 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