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내년도 예산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국회 통과를 요청하는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했다.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취임 후 세 번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시정연설에 앞서 진행된 ‘5부 요인(국회의장·국무총리·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중앙선거관리위원장) 및 여야 지도부 사전환담’에 참석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났다. 두 사람이 앉아서 대화를 나눈 것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정부 기념식 등에서 잠시 마주치며 인사를 나눈 게 전부였다.
지난해에는 민주당이 이 대표 등 야권에 대한 수사 및 조사에 반발해 시정연설 자체를 보이콧했다. 그러나 이날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을 계기로, 야당이 제안한 영수회담 등 대화의 물꼬가 트일 거란 관측도 나온다.
한편 민주당은 국회를 찾은 윤 대통령을 향해 피켓(손팻말) 시위를 벌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마친 후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민생경제 우선’ ‘국정기조 전환’ ‘민생이 우선이다’ ‘국민을 두려워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진행했다. 사전환담 장소로 이동하는 윤 대통령이 피켓을 볼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다만 구호를 외치거나 공개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가 맺은 ‘신사협정’을 고려했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앞서 여야 원내지도부는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통령의 시정연설이나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야유하지 않고, 본회의 및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피켓을 들지 않는 등 내용에 합의했었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이 일년에 몇 차례 국회 방문하는 것인데, 국민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에게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있었다”며 “대통령에게 국민의 어려운 삶의 문제, 국정기조 전환을 통해 민생을 제대로 살피는 것만이 국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는 의사를 (피켓 시위로) 전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서도 여야가 합의한 신사협정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윤 원내대변인은 “회의장 밖 공간까지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막는 건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최소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야당 국회의원으로서 대통령께 국민 의사를 전달하는 것을 최대한 절제해서 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