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2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15%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다. 총선을 약 6개월 앞둔 상황에서 이번 선거가 다음 총선의 서울 민심 바로미터라고 불렸던 만큼, 여권 내 ‘수도권 위기론’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오전 강서구 화곡역 인근에서는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사진 왼쪽)이 발산역 인근에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사진 오른쪽)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자정쯤 확정된 개표 결과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3만7065표(56.52%)를 득표했다.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는 9만5492표(39.37%)를 득표했다. 진 후보는 개표 초반 김 후보를 ‘더블 스코어’로 앞섰고, 앞서 오후 11시쯤에는 두 사람의 득표율 차이가 30%포인트 이상 벌어지기도 했다. 진 후보가 예상보다 큰 표 차로 낙승한 것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민주당 상승세는 강화되고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타격이 클 것”이라고 했다.

이번 선거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에서 열리는 마지막 선거라 ‘총선 전초전’으로 불렸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해 지원 유세를 하는 등 판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패배한 만큼 여당 내 위기론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수도권에서의 여당에 대한 민심을 확인하고, 중도 민심도 등을 돌렸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대통령실의 인사와 당 지도부 등 “다 바꿔야 산다”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당내에서는 김기현 지도부 체제에 대한 불안감이 나오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재정비 방안까지 거론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기현 지도부는 용산 대통령실과 보조를 맞추는데 집중하며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의 경우, 윤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받은 김 후보를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지도부에 대한 비판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심판 성격의 투표에서 여당 후보가 무명의 야당 후보에 졌다고 하니 타격이 큰 것이고 그렇다고 (대통령이) 책임질 수는 없으니 김기현 대표가 책임을 질 것”이라며 “김기현 간판으로 총선 치르기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보궐선거가 됐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에게 화살이 가는 걸 막기 위해 당 내에 중진이나 당대표가 굉장히 많이 시달릴 것”이라며 “대통령이 사면까지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당대표 책임론으로 화살에 옮겨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국민의힘 지도 체제의 개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김기현 대표 체제의 신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도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국정 운영에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의 잇단 ‘인사 참사’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사면까지 해서 출마시킨 후보”라며 “대통령한테도 내년 총선까지 영향이 좋지 않을 거다”라고 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지금까지 입을 닫고 숨죽였던 비윤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여러 차례 논란이 됐던 인사 문제에 대한 반발도 나올 것”이라고 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도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에 대해 “당이 문제라기보다는 용산 대통령실이 문제라고 보여진다”며 “공천도 용산에서 밀어붙였고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와 심판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런 만큼 대통령실에서도 기존과 같이 인사를 ‘임명 강행’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신원식 국방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인사로 이미 최근에만 여러 차례 논란을 겪어온 대통령실이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까지 인사를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국민의힘이 큰 표 차로 민주당에 패배한 만큼 6개월 남은 총선 전략에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교수는 “국민의힘이 졌으니 내년 총선 전망이 어려워질 거다”라며 “교훈을 찾아 신중하게 갈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여당에선 5%포인트 이하 차이를 얘기한 바 있다. 큰 차이 패패로 김기현 대표 체제를 넘어 비대위 출범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당 일각에서는 ‘수도권 혁신위’ 제안도 나온다. 하태경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비대위까지는 모르겠다”라면서도 “어쨌든 큰 차이로 진다면 수도권 혁신위 정도의, 수도권 비전과 승리 전략을 가져올 수 있는 대책은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