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교훈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가 11일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두자릿 수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이 12년 만에 국민의힘에 내어줬던 ‘텃밭’ 구청장직을 탈환한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2일 오전 개표 완료 결과 진 당선인은 56.52%(13만7065표)를 기록했다. 김태우 후보 득표율은 39.37%(9만5492표)로 집계됐다. 격차는 17.15%p(포인트)다.
진 당선인은 이날 수락 연설에서 “이번 선거가 상식의 승리, 원칙의 승리, 강서구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강서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 저를 선택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구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구민의 눈높이에서 일하는 진짜 일꾼이 되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3월 대선 직후 대통령실 이전을 준비하는 치안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발탁됐던 인물이다. 전북 출신인 만큼, ‘호남 지역 안배’ 차원에서 윤석열 정부 초대 경찰청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후 올해 8월 민주당에 입당하는 동시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고, 열흘 만에 강서구청장 후보로 전략공천을 받았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강서구에 위치한 진 후보 선거사무실에 모여 개표 상황을 지켜봤다. 다만 자택에서 회복치료 중인 이재명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최고위원과 강서 지역구 의원 외에도 현역 의원 20여명이 참석했다. 개표 전 전체투표율이 48.7%로 집계되자, 좌석에선 박수와 환호성이 터졌다. 또 ‘진교훈 파이팅, 민주당 파이팅’ 구호를 외치는 등 승리를 예견하는 모습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 후보 선거사무실에 모이지 않았다.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을 맡았던 안철수·나경원·권영세 의원도 불참했다. 투표 종료 약 1시간 후 지도부 중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유일하게 김 후보와 함께 선거사무실에 들어왔다. 이어 김선동 서울시당위원장과 김가람 최고위원, 김정식 청년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다만 이 사무총장은 약 40분 정도 사무실에 머물고 자리를 떠났다.
이번 보궐선거는 전임 구청장인 김 후보의 직 상실로 인해 치러졌다. 민주당은 보궐선거를 야기한 국민의힘이 귀책 사유가 있는 후보를 또다시 공천했다며 “투표로 심판해달라”고 했었다.
이재명 대표도 이날 개표 후반 민주당 승리가 확실해지자 “국민의 위대한 승리이자 국정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며 “한때 집권당이던 민주당의 안일했음과 더 치열하지 못했음과 여전히 부족함을 다시 한번 성찰한다. 국민의 공복으로서 민생, 경제, 안전, 평화, 민주주의 회복에 사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전통적인 진보 진영 강세 지역인 강서구는 갑·을·병 모두 현역 국회의원이 민주당이다. 다만 지난해 지방선거는 석 달 전 치른 대선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고,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김승현 민주당 후보를 불과 2.61%p 차이로 꺾고 당선됐었다.
검찰 수사관 출신인 김 후보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으로 일하던 2018년 당시 특감반과 관련해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등 권력형 비리를 폭로했다. 이 과정에서 공무상 비밀을 언론 등에 누설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확정 받고 강서구청장 직을 상실했다.
그러나 지난 8월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뒤, 국민의힘 예비후보 공천을 받았다.
민주당은 이번 보궐선거 승리로 ‘정권 심판론’이 동력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후보가 대통령 특사로 복권을 받아 출마하자, 정치권에선 공천 과정에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말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중도층 표심을 대변할 수도권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한 만큼, 여당 내 선거 전략에 대한 변화 요구도 거세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