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4일 포털 사이트 '다음'의 응원 페이지 여론 조작 과정에서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와 VPN(가상 사설망)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 1일 한국과 중국이 국가대항전을 펼쳤던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8강전이 한창이던 당시, '다음' 응원 페이지에서 한때 중국을 응원하는 클릭 수가 90%를 넘기면서 제기된 여론 조작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다는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의 중국 축구 응원 클릭 조작 의혹이 '기우'가 아닌 사실로 드러났다"며 매크로와 VPN 방법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특정 반국가세력들이 국내 포털을 기점 삼아 광범위한 여론 조작을 한 게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이런 조작 행위가 드러났다는 건 절대 가벼이 볼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선거 여론조작이 발생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앞서 전날 박 의원이 카카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8강전 당시 '다음' 응원에 IP 기준 5592명이 참여했고, 클릭 응원은 3130만8549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한국 응원은 약 6.8%인 211만3190건인 반면, 중국 응원은 약 93.2%인 2919만5359건으로 나타났다.
이때 로그인을 기반으로 운영된 댓글 응원의 경우 클릭 응원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총 3243개 댓글 중 한국을 응원하는 댓글이 약 92.2%에 달하는 2991개였고, 중국을 응원하는 댓글은 7.8%인 252개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기현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좌파 성향이 강한 포털 사이트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여론 조작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는 건 아닌지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여론 조작 세력은 반드시 발본색원해 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총선 6개월을 앞두고 다시 반복된 이번 사태는 국가 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는 '드루킹 시즌2′로 번질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국민적 의구심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검경 수사는 물론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부처의 제재, 국정조사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대통령실도 국민의힘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대해 "국민들이 혹시 여론이 왜곡되는 상황이 아닐지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런 우려엔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