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이 지난해 9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 대표를 재판에 넘기고, 한 달 뒤 '대북송금 의혹' 관련 쌍방울그룹 간부 자택을 압수수색한 지 1년여 만이다. 재판부는"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백현동 개발 특혜 및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조사를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이 대표는 일단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사법 리스크'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핵심 혐의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배임)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과 관련, 재판부가 각각 "직접 증거가 부족"하고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검사사칭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의 위증교사 혐의만 소명했다고 봤다.

향후 이 대표가 추가 수사나 재판을 받긴 하겠지만, 사실상 검찰과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한 셈이다. 따라서 당내 입지와 리더십을 재구축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체포동의안 가결표를 던졌던 비명계(非이재명계)에 대한 '숙청'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최고위원회는 친명계 원내지도부와 '가결파' 30여명에 대한 징계 수위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날 선출된 홍익표 신임 원내대표는 친명계의 적극적 지지를 받고 당선된 인물이다. 지난 21일 체포동의안 가결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선 비명계 박광온 원내지도부 사퇴를 촉구하며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홍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취재진에 "민주적인 선택은 보장돼야 하지만,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도 있다"고 말했다. 체포안 가결파에 대한 징계 등 당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당원과 지지층에서 문제 제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런 부분을 책임 있게 해나가겠다"고도 했다.

친명계 내부에선 징계 대상 의원들의 실명도 거론됐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행사한 의원 중 한 명이 설훈 의원이라며 "해당(害黨) 행위"라고 했다. 설 의원은 "체포동의안 표결은 당론이 아니었기 때문에 해당 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강성 친명 원외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는 이날 법원의 영장 기각 직후 입장문을 내고 "당을 팔아먹은 해당행위자들에 대해 단호하고 즉각적인 정리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혁신회의는 앞서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해 설 의원과 김종민·이원욱·조응천·이상민 의원의 출당을 공개 요구했었다.

이 조직이 친명계의 새로운 구심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들 의원에 대한 '공천 불이익'부터 제명까지 각종 징계가 검토될 수 있다. 이 조직이 최근 민주당의 대여 투쟁, 내부 세 대결 이슈마다 지도부의 의사 결정 과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권칠승 수석대변인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은 야당 탄압과 정적 제거에 혈안이 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폭정을 멈추고 국민 앞에 머리숙여 사죄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