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여야 비례대표 의원의 '지역구 대진표'다. 어느 지역에 출마하느냐 여부가 4년 의정활동의 결과를 반영해서다. 공천에 사활을 거는 지역구 후보와 달리, 비례대표는 지도부의 영입 형태로 당선된다. 쉽게 국회에 입성한 만큼, 차기 총선에선 '험지'에 도전해 정치적 명분과 입지를 갖추는 역할이 요구된다.
그러나 현실에선 대부분이 소속 정당에 우호적이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대선에서 자당 후보가 이긴 지역으로 쏠리는 식이다.
통상 지역구 의원은 선거 당시 구성한 조직을 기반으로 4년 간 지역을 관리한다. 지역 기반이 없는 비례대표로선 상대적으로 지역구 입성이 어렵다. 당으로부터 이미 혜택을 받았다는 인식도 재선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20대 총선 비례대표 의원 52명 중 21대 국회에서 '생환'한 경우는 5명뿐이었다.
◇국민의힘, '험지'가는 비례 의원 21명 중 3명뿐
24일 기준 21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은 총 47명이다. 이 가운데 국방부 장관 후보자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취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비례 의원 21명 가운데 지난해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패배한 지역에 출마하려는 의원은 3명으로 조사됐다. 진보 정당 텃밭인 호남에 출마하는 권은희(광주 광산을)‧정운천(전북 전주을) 의원과 최영희 의원(경기 의정부갑)이다.
광산을과 전주을은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에 각각 12%, 15%를 준 곳이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 지지율은 80%를 넘겼다. 현역 국회의원도 각각 민형배(민주‧광산을), 강성희(진보‧전주을) 의원이다. 국민의힘 비례대표 의원에게 '험지'로 꼽힌다.
2020년 지방선거, 2012년 총선 때도 보수정당 후보로 도전했던 정 의원은 2016년 총선 때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며 '지역주의 타파'의 아이콘이 됐다. 권 의원은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2014년 재보궐선거 때 국회에 입성했다.
최영희 의원이 출마를 준비 중인 의정부갑도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53%)가 윤 대통령(44%)을 앞섰다. 현역은 민주당 영입인재로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오영환 의원이다. 오 의원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민주당 정치 원로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6선을 지낼 정도로 민주당이 우세한 지역이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 지역 담당자인 당협위원장을 공석으로 남겨뒀다.
◇마포갑‧인천 분구 外 '꽃길'만 가는 민주당
민주당 비례대표 16명 가운데 현재까지 재선 의사를 밝힌 의원은 13명이다. 대부분 민주당 우세 지역인 호남 또는 수도권에 출마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만 노리다 보니 13명 중 10명은 같은 당 동료 의원과 경쟁하게 된다.
신현영 의원 정도가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이긴 마포갑 출마를 준비 중이다. 같은 당 현역인 노웅래 의원이 뇌물죄로 재판을 받고 있어 상대적으로 국민의힘에 유리하다는 평을 받는다. 이동주 의원은 인구 증가로 분구(分區)가 유력한 인천 서구 지역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서구갑‧을 현역 의원은 민주당 소속이다.
권인숙 의원이 도전하는 용인갑은 현재 공석 상태다. 정찬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9월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구속된 후, 올해 8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차기 총선까지 남은 기간이 1년 미만이어서 재보궐선거 대상에서 제외됐다. 작년 대선에선 이재명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줬지만, 같은 해 지방선거 때는 도지사·시장 모두 국민의힘 후보에 기울었다.
한편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출마하려는 성남 분당갑도 윤 대통령(55%)이 대선 때 이 대표를 앞선 곳이다. 현역 의원은 국민의당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다. 같은 당 장혜영 의원도 윤 대통령(49%)이 이 대표(46.5%)와 접전 끝에 이긴 서울 마포을로 지역구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