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며 민주당이 내홍에 휩싸였지만 국민의힘도 마냥 웃기에는 곤란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 강 대 강 대치 정국이 이어져 정기국회가 마비되면 집권 여당에게 중요한 민생 법안과 예산안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우려돼서다. 또 강서구청장 선거와 총선을 앞둔 시기인데 이 대표 사법리스크의 반사이익을 더 이상 얻지 못한다는 점도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개표에서 의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22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21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재석 의원 295명 중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가결됐다. 가결 직후부터 민주당은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기권과 무효표까지 합치면 민주당에서 최소 29명, 최대 39명까지 이탈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결국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는 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했다. 이번 표결로 이 대표의 리더십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았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 상황이 국민의힘에 마냥 긍정적이진 않다고 해석한다. 우선 집권 여당인 만큼 민생 법안과 예산안 처리 등에 집중해야 하는데 현재 민주당이 원내대표 재선출을 준비하는 등 다른 일정으로 바쁜 상황이 됐다. 법안 처리의 주요 키를 쥔 거대 야당이 심각한 내홍에 휩싸인 상황에서 이번 정기국회의 정상 운영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22일 민주당 원내지도부 총사퇴 선언에 대해 "공적으로도 협상 파트너이기도 하고, 인간적으로도 많은 교감을 하기도 한 입장에서 표결 결과와 관련해 사퇴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거운 마음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협상 파트너가 현재로선 없어진 상황"이라며 "절대적으로 (의석) 숫자가 부족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협상을 진행해야 하고 국회를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평론가인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민의힘이 지금까지는 국정 발목잡기에 대해 민주당의 책임을 물을 수 있었지만 10월 초중순까지의 정치 일정에 대해서는 민주당에게 국정 발목잡기 책임을 묻기가 좀 곤란해졌다"고 했다.

오는 10월 11일 강서구청장 선거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그동안 누려온 '이재명 사법리스크' 반사이익이 사라져 선거에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 체제를 '방탄'이라며 주요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공격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는데 민주당이 '방탄 정당'에서 벗어나면 이런 전략은 더 이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김웅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은 이재명 없는 민주당과 맞붙어야 한다"며 "어려워지는 것은 우리"라고 썼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이재명 있는 민주당', 소위 말해 이 대표의 사법적 리스크에 기대서 정치를 해온 면이 있다"며 "민주당이 새로운 비대위를 세우고 변화혁신을 던질 때 우리 국민의힘이 준비를 안 하고 있으면 되치기 당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국민의힘과 합당 의사를 밝힌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것은 민주당에 어마어마한 기회고, 국민의힘에는 상상 못 할 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이 대표가 구속된다면 국민의힘의 주공격 대상이 사라지게 된다"고 했다.

임 소장은 "지금 이 상황이 국민의힘한테는 그렇게 유리할 거 같지 않다.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이 민주당 지지 성향의 젊은 층 결집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