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서로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강 대 강 대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총선을 앞둔 제21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 산적해 있지만, 정쟁 속에 정기국회가 시작부터 표류하는 모양새다. 이에 국회의 책무인 입법 처리 자체가 멈추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18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정기국회 시작부터 서로를 향한 비판으로 연일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고 싶다면 지금의 국정 기조·인사·시스템을 모두 폐기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포함한 내각 총 사퇴를 요구했고, 한 총리 해임동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또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을 받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의 행보도 지적했다. 앞서 이날 오전 단식 중이던 이 대표가 건강 이상으로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가운데,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고, 비회기에 영장을 청구하면 영장 심사를 받겠다고 했는데도 정기국회 회기에 체포동의안을 보내겠다는 건 정치행위"라고 했다. 최근 불거진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등의 개입으로 통계 조작이 있었다는 감사원의 중간 발표에 대해서도 '정치 감사'라며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해당 의혹에 대해서는 전날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도 '여론 물타기용 정치감사'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오는 21일 본회의에서 그동안 처리하지 못한 '방송3법'과 '노란봉투법' 처리까지 예고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허위 인터뷰 의혹'과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의혹' 등으로 이 대표와 민주당을 향한 맹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박 원내대표의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친 직후 연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가 오늘(18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될 만큼 건강 상태가 매우 안 좋은 걸로 알고 있다. 빨리 쾌유해 국회에서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이 선언한 윤정부 내각 총 사퇴와 국무총리 해임안 추진은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돌파를 위한 출구 전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윤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감사원이 발표한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중간 결과에 대해 "한 마디로 너무 충격적인 국기 문란"이라며 최근 5년 아파트 동향 통계를 94건 조작한 사실과 조작에 비협조할 때 조직과 예산을 바탕으로 협박한 것 등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통계를 조작하면서까지 실패한 정치를 강행한 문재인 정부와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법안 처리를 위한 논의를 하는 자리인 상임위도 야당의 '보이콧' 선언으로 줄줄이 중단됐다. 당초 예정됐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를 포함해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는 취소됐다. 이날 오전에 하기로 했던 행정안전위원회 법안1소위는 오후로 연기됐다. 보건복지위원회를 제외한 나머지 상임위는 모두 여야가 합의한 일정대로 진행되지 못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총선을 앞둔 마지막 정기국회인 만큼 여야 공세 수위가 전보다 더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총선 전 강성 지지층 집결을 위해서라도 서로를 향한 공세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총선 직전 정기국회에서 여야는 핵심 지지층을 모으기 위해서라도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며 "이번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교권보호4법' 등과 같이 국민적 관심이 높은 법안을 제외하면 다들 협치나 타협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연말부터는 예산안 협의를 통해 중도층 확보를 위한 타협이 있을 순 있지만 이 또한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상병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여야는 서로가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보지 않는 상황"이라며 "민생 관련해서는 국민들 눈치를 보느라 일부 정기국회를 통과할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했다. 이어 "오히려 총선 전 유권자 중 양당 지지자들의 '정치적 내전 상태'에서 본인들에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 싸움만 일삼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