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약 7개월 앞두고 여당에서 '수도권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가 더불어민주당을 앞서는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영남권에 편중된 당 지도부가 수도권 상황에는 어두워 전략적으로 대응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 내부 요인보다는 불안정한 대통령 지지율이 원인이라는 해석도 있다.
22일 여권에 따르면 친윤계는 대외적으로 수도권 위기론과 선을 긋고 있다. 국민의힘 친윤모임인 국민공감 간사 김정재 의원은 22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수도권 위기론은) 소위 '관종' 정치인이 만든 말"이자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했다.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윤상현 의원 등을 겨냥한 발언이다. 김 의원은 또 "본인의 위기를 (수도권이라는) 당 전체의 문제로 확대 해석하려는 면이 있다"고도 했다.
서울 강북 원외당협위원장인 김병민 최고위원도 전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실질적인 데이터와 관계 없이 말도 안 되는 위기론을 불러일으키면 오히려 지지층이 이탈할 수도 있다"고 했다.
여권에서 수도권 위기론을 띄운 건 신평 변호사다. 대통령의 멘토를 자처한 그는 "당 자체 여론조사 결과 수도권은 전멸"이라고 했다. 이후 "수도권이 참 어렵다"(이준석 전 대표), "인물난이 심각하다"(안철수 의원)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총선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이철규 사무총장이 "배에 구멍을 내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함께 승선 못 한다"고 경고하자, 윤상현 의원이 "지도부는 수도권 경쟁력이 없다"고 맞섰다.
일각에서는 수도권 위기론의 근거로 대통령 지지율을 지목한다. 2020년 4월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수도권 의석 121개 중 16석을 얻는 데 그쳤다. 민주당은 103석을 얻어 압승했다. 당시 한국갤럽이 총선 직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59%였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1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직전 조사보다 2.7%p 하락한 35.6%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에선 4주 만에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했다. 지난 6월 5주 동일 조사 당시 42.0%를 기록한 후 줄곧 30%대에 머물렀다.
윤상현 의원은 "총선에는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중요한데, 현재 35% 내외를 오가고 있다"며 "45% 정도는 돼야 여당이 안심할 수 있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도 "결국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정권 견제론'이냐 '정권 지지론이냐'라는 선거 구도를 결정한다"며 "특히 이 구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 수도권"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지지율 부진의 원인을 '정치 전반에 대한 혐오'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는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 비율로 나타난다. 이달 17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34%, 23%를 기록한 반면, 무당층은 35%에 달했다.
서울에서는 국민의힘 32%, 민주당 21%, 무당층 37%다. 인천·경기에서는 국민의힘 33%, 민주당 23%, 무당층 32%로 집계됐다. 무당층이 국민의힘 지지도를 앞서거나 비등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수도권 무당층이 통상 '정권 심판론'으로 기울어 야당에 표를 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준석 전 대표는 KBS라디오에 출연해 여론조사 동향을 언급하며 "현재 '모름'이 30% 나오는데, 결국 '모름'이 어디로 쏠리느냐의 싸움"이라며 "수도권에서 이런 선거를 많이 해봤지만, 모르면 대부분 야당으로 간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서는 지지율의 원인을 볼 때 '이재명 반사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국민의힘 자체 동력이 아닌, 민주당의 악재로 반사 이익을 누린다는 것이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이재명 대표를 소환한 데 이어, 9월 중 구속 영장을 청구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혁신위원회 논란' 등도 중도층 표심을 등 돌리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당내에서는 '이재명 리스크'가 사라진 후 선거 전략을 고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찍부터 수도권 위기론을 펴온 하태경 의원은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를 대비해 "이재명 없는 총선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최대 위험 요소인 이 대표가 사라지면, 오히려 여당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페이스북에 "이재명 비리에만 기대서 총선을 어떻게 치르나"라며 "정권교체 덕은 이미 지난 지방선거 때 특수를 다 누렸다. 인재가 고갈된 수도권은 대책이 있느냐"고 했다.
한편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