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9월 구속영장 청구설에 무게가 실린 가운데 여야는 8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8월 임시국회는 시작됐지만 여야는 서로 다른 셈법으로 회기 본회의 일정과 종료일 합의에는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은 지난 18일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친 직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여야 양당 원내대표와 원내 수석부대표로 이뤄진 여야 ‘2+2 협의체’는 21일 김진표 국회의장의 주재하에 회동했지만, 끝내 8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야는 빠른 시일 내에 8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일과 본회의 개최일을 합의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의 입장이 극명하게 다른 탓에 8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정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8월 임시국회 회기 일정에 팽팽하게 대립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때문이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민주당은 비회기 기간을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는 21일부터 25일 사이에 본회의를 열고 이후 임시국회를 종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의 직접적인 표결 상황은 피하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친명과 비명 간 잡음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체포동의안 표결로 당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은 회기 내에 구속 영장이 청구될 때만 이뤄진다. 비회기에 청구되는 구속 영장은 별도의 표결 없이 구속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된다. 결국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방탄’ 논란이 재점화되고,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경우 ‘당 대표를 구속 위기에 넘겼다’는 반발을 직면해야 하는 등 당이 진퇴양난에 빠지는 상황을 막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 영장 청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회기를 25일까지 하자고 요구했다. 당 대표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대신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높은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개정안 등을 9월 정기국회 본회의로 넘기는 것으로 여당과 대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투표 거부’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전날 친명(친이재명)계인 민형배 의원은 원외 모임인 ‘더민주혁신회의’에서 “투표 거부로 이재명 대표를 지키고 민주당을 지키겠다”며 “본회의장에 들어갔다가 투표를 시작하면 민주당 의원들이 일제히 빠져나오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해당 주장과 관련된 논의는 한 적이 없는 상태다.

반면 국민의힘은 비회기 기간 없이 오는 31일까지 8월 임시국회를 종료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본회의를 오는 22~24일 중에 열고, 법안 처리가 필요할 경우 30~31일에 한 번 더 열자는 것이다. 이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반드시 표결에 부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과 같은 부결이 예상되는 이유”라며 “우리 당이 민주당의 ‘방탄’에서 도덕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또다시 표결을 통해 이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여기에 당초 민주당이 처리하겠다고 밝힌 노란봉투법·방송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도 높다. 국민의힘은 이 법안들이 본회의에서 통과될 때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해야 하는 정치적 부담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노란봉투법과 방송법 개정안의 본회의 안건 상정 여부도 중요한 사안”이라며 “해당 내용이 전제돼야 야당과 회기나 본회의 일정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서 정청래 최고위원등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에 전문가들은 여야가 8월 임시국회 일정에서 간극을 좁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양당 모두 각자의 셈법이 충족되지 않는 한 물러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어느 정당이든 명분에 어긋나는 일을 하는 게 굉장히 부담스럽다”면서 “때문에 국민의힘은 회기를 그대로 이끌고 가서 민주당이 갖는 명분적 취약성을 돋보이게 할 것이고, 민주당은 회기를 끊고 검찰의 구속 영장에 대한 표결 의무에서 벗어나고자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올라오는 노란봉투법이나 방송법 처리에 대한 부담은 있더라도,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해도 되는 만큼 오히려 정기국회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넘어가지 않는 것을 관철하고자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병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초빙 교수는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이 부담되는 민주당은 이 자체를 시작하지 못하도록 할 가능성이 크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방탄’ 논란에 다시 불을 지펴야 하는 등 입장이 첨예하게 다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