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뉴스1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8.15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 권력형 비리 35건을 세상에 알린 공익 신고자다.

김 전 구청장은 2018년 1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감찰 무마 의혹 등 내부 비리를 언론 등에 폭로했다. 이후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기소돼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되면서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사면심사위원회를 열고 광복절 특사·복권 대상자를 심사해 이같이 결정했다. 곧 사면권자인 윤석열 대통령 보고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사면·복권 대상자가 최종 결정된다. 사면심사위원들은 김 전 구청장이 문 정부의 비리 의혹을 제보한 공익 신고자라는 점을 감안해 이번 특사 명단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구청장은 1975년 강원도 양양군에서 태어났다. 이후 경상남도 창원시로 이주해 지역의 경상고와 경상대 법대를 졸업했다. 이후 대검찰청 검찰수사관(6급)으로 근무하던 중, 청와대 특별감찰반에 파견돼 감찰반원으로 근무했다.

2018년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김 전 구청장은 특별감찰반의 비위를 폭로했다. 폭로 사태의 발단은 2018년 11월 그가 경찰청을 방문해 자신의 지인인 건설업자 최모씨가 연루된 ‘공무원 뇌물 사건’에 대한 진척상황을 물어보는 등 부당한 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그는 특감반원들과 부적절한 골프 회동을 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조국 당시 민정 수석은 특감반 전원에 대해 소속기관 복귀 조치를 내렸다.

당시만 해도 이 사건은 청와대 특감반원의 비위 또는 ‘개인 일탈’로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검찰로 복귀한 김 전 구청장의 폭로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반전했다. 그는 언론을 통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와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에 관한 첩보를 보고했으나, 여권 인사의 비위 의혹이라는 정치적 이유로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우 대사가 2009년 건설업자 A씨로부터 채용 청탁과 함께 1000만원을 받은 의혹 등을 담은 감찰보고서를 작성했다가 청와대에서 쫓겨났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공개했다.

그는 이어 전직 총리 아들이나 은행장 등과 관련한 동향을 보고했다며 ‘민간이 사찰’ 의혹까지 폭로했다. 이어 당시 정부 초기 공공기관 사장 및 고위임원들의 정치 성향과 사퇴 여부 등을 파악한 문건까지 작성했다며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 특감반원의 비위 의혹이 문재인 정부의 대대적인 불법 사찰 문제로 번진 것이다.

그는 이후 재판에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당했다. 당시 청와대 윤영찬 홍보수석과 김의겸 대변인 등을 비롯한 청와대 인사들이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 등의 발언으로 그를 비판했다.

그러나 그가 폭로한 35건 중 대표적인 의혹인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대법원에서 징역 2년 실형, 신미숙 균형인사비서관은 집행유예를 각각 확정받으며 폭로 내용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아울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민정수석 시절 감찰을 무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2022년 3월 대법원은 유죄를 확정했다.

김 전 구청장은 현재 공익 신고자로서 유튜브 활동도 하고 있다. 이날 현재 ‘김태우 TV’ 구독자는 약 77만 명이다.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입당했고, 서울특별시 강서구 을 지역구에 국회의원 선거 70일 남겨두고 출마했으나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후보에게 패했다.

그는 2021년 8월 윤석열 캠프에 합류하며 다시 정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22년 3월 29일,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됐으나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 강서구청장 예비후보로 등록했고, 4월 국민의힘의 공천장을 받았다. 당시 ‘김태우 수사관의 블랙리스트’라는 자서전도 출간했다.

2022년 6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김승현 후보를 접전 끝에 꺾고 당선됐다. 정치권에선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인 강서구에서 12년 만에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그러나 2023년 5월 대법원에서 김 구청장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원심을 그대로 확정하면서 민선 8기 기초자치단체장 중 처음으로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그는 이번 특별사면이 최종 확정되면 10월 재보궐선거에 다시 강서구청장 후보로 출마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반발하면서 자당 강서구청장 후보 선정도 늦췄다. 후보군을 3~4명으로 좁힐 예정이었던 검증위원회 회의가 애초 지난 8일에서 오는 18일로 열흘 미뤄졌다. 국민의힘과 김 전 구청장의 동태를 살피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의 판결에 대해 승복하기 어려우니 김 전 구청장을 바로 사면 시킨다면 애초에 잘못이 없는데 무공천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수도권 지역에서 인재를 찾기 어렵다고 하던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이기면 거꾸로 인재가 몰려들 것이니 본인들의 인식과 판단이 맞는다면 무조건 후보를 내고 선거에서 성적표를 받아봐야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