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오는 31일부터 일부 항공기 비상문 인접 좌석을 소방관·경찰관·군인 등 ‘제복 입은 승객’에게 먼저 배정한다고 밝혔다. 비행기 운항 도중 승객이 비상문을 연 ‘아시아나 개문 비행’과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항공기 비상문 안전 강화대책 당정협의회’를 마친 뒤 브리핑을 통해 “소방관, 경찰관, 군인 등 제복 입은 승객이나 항공사 승무원 직원에게 비상구 인접 좌석을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오는 31일부터 시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적용 대상은 비상문이 개방될 우려가 있는 우리나라 국적기 중 3개 기종 38대의 항공기 비상문 인접 좌석 94개다. 현재 국적 항공사가 보유한 여객기 총 335대 중 236대는 잠금장치가 있어 비행 중 비상문을 열 수 없게 설계돼 있다.
나머지 99대 중 61대는 비상문 주변에 승무원이 착석해 돌발 상황이 발생할 시 바로 조치가 가능하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38대의 항공기의 비상문 인접 좌석에 소방관·경찰관·군인 승객 우선 배정 방안을 실시한다는 설명이다. 적용 항공사는 아시아나항공, 에어서울, 에어부산, 에어로케이 등 4곳이다. ‘비상문 개방 미수 시도’ 사건이 발생한 제주항공의 경우, 비상문에 자동잠금장치가 있어 제외됐다.
앞으로 항공사는 항공권을 온라인으로 판매할 때는 팝업창 등으로 소방관·경찰관·군인 등에 우선 배정한다는 내용을 승객에게 고지해야 한다. 여기에 동의한 승객이 항공권을 구매하고 해당 좌석을 선택하면 발권 카운터에서 신분증 등으로 신분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항공권 현장 판매 시에는 항공기가 출발하는 일정 시간 전까지 ‘제복 입은 승객’에게 우선 판매하되, 시간이 경과한 후에는 일반 승객에게도 판매 전환하는 방법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사건이 발생한 비행기처럼 비상문 레버가 좌석에 거의 붙어있는 23개 좌석은 우선 배정으로 판매되지 않으면 공석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박 의장은 “소방관 등에 대한 우선 배정으로 불법적 개방 시도가 있을 때 효과적으로 이를 제압하는 기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정은 또 이 대책이 일종의 ‘인센티브’라고 설명했다. 박 의장은 “비상구 좌석은 원래 좌석이 넓어서 가격이 더 비싸다”며 “(제복 입은 승객)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안 앉는 거다”라고 말했다.
유경수 국토부 항공안전정책관도 “비상문 좌석은 일반적으로 넓고 편해 선호하는 좌석”이라며 “(소방관·경찰관 등 우선 배정은) 기존과 똑같은 가격대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선 배정해 주는 것 자체도 인센티브”라고 덧붙였다.
외국 국적기나 외국 저비용항공사(LCC) 등에는 적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유 정책관은 “외국 국적기는 기본적으로 소속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판단해서 하는 부분 있다”며 “이번 대책은 국적기에 한해서 시행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 의장은 “(항공기) 제작당국인 유럽항공안전청 및 에어버스사와 협의해 비행 중 열림 방지 및 사전 경보 장치 설치 등을 포함해 근본적인 안전강화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다만 기술적 문제 개선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아울러 탑승객 대상 항공보안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비상문 조작 행위에 대해서는 항공보안법에 따라 10년 이하 징역형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승객에 명확히 안내하는 방안도 당정은 당부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