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대화형 인공지능(AI)' 열풍을 일으킨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샘 알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6일(현지 시각) 미 의회에 출석해 챗GPT를 포함한 AI가 갖고 있는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소식을 전하며 "미국은 사생활 보호, 표현의 자유, 어린이 보호 관련 규정은 물론 AI 관련 규제에서도 뒤처져 있다"며 "유럽연합(EU)은 올해 말 AI에 대한 규칙을 도입할 예정이며 중국은 검열법 관련 AI 법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유럽보다 뒤쳐졌다고는 하지만, 한국은 미국에도 많이 뒤쳐진 상태다. 선진국 의회가 신기술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위해 핵심 관계자를 부르는 등 대응하는 동안 한국 국회는 거야(巨野·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 속 간호법 제정안과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을 두고 매일 다투는 모양새만 연출하고 있다.
민간은 신기술에 앞장서는데 정치는 크게 뒤떨어지다 보니 일각에서는 정치에 대한 국민 반감만 키우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결국 정치권의 민생 천착이 일상화돼야 한다"며 "국회에 다양한 직능과 경험을 가진 인물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쟁 속 가상자산, 자율차 등 신기술 관련 법안은 뒷전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의 입법 폭주 속 신기술 관련 법안은 뒤로 밀리거나 아예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김남국 코인' 사태도 가상자산(코인) 관련 법안이 계류되면서 사실상 무법 상태서 발생했다. 국회는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가상자산 법제화 관련 논의를 하고 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이 나온 것은 지난 2009년의 일이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자 뒷북 대응을 한다는 얘기다.
최근 두 차례 기각된 검찰 수사까지 발전하지 않은 건 그동안 정부가 가상 자산 시장을 일종의 도박판에 준해 관리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관련 공직자 윤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관련 법안도 국회서 낮잠만 자고 있던 실정으로 부랴부랴 다시 검토되고 있다.
아울러 국내 자율차, 드론 개발 업체의 AI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모호한 법 규정에 발목이 붙잡힐 위기에 처한 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한 한 예로 AI 솔루션이 지속적으로 사람 얼굴을 있는 그대로 학습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의 이목구비 인식률도 기술 완성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 개인정보보호법과의 상충 문제로 국내 업체는 사람 얼굴이 지워진 영상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정쟁에 한창인 국회도 이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거야'인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가 반복되면서 한국 국회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 등을 둘러싸고 야당의 단독 본회의 통과 후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는 대치 양상만 이어지고 있다. 여권에선 이를 두고 독소조항을 통한 '민주당의 프레임'이라고 주장하지만, 결국 이 같은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 시선은 곱지 않다.
◇전문가들 "국회, 기술 발전 대응하려면 민생 천착 일상화돼야"
전문가들은 우리 정치가 퇴행적인 모습을 많이 보이면서 신기술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등 대립에만 골몰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우리나라 정치가 항상 대립하고 대치하는데 바빠 기술에 대해 발 빠르게 대응을 못 하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술 발전에 대응하려면 국회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민생이라는 것에 천착하고 그것이 일상화돼 있어야 하는데 정치적 이슈를 가지고 매일 거대 양당이 싸우고 있는 구조 속에서는 신기술의 발전에 정치가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현재 정치가 실종된 상태고 여야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네 탓 공방만 하고 있다. 기존 법안도 처리를 못 하니 새로운 기술의 발전에 맞춰 법안을 처리할 여력이 없다"며 "여야가 협치는 하지 않고 상대방이 낸 법안을 무시하고 정쟁을 하고 있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할 여력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에 법조인 등 특정 직능의 인사들이 너무 쏠려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회에는 다양한 직능을 갖고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모여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법조인 등 특정 직종 출신이 너무 많이 몰려 있다"며 "그만큼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렵기 때문에 의원의 전문성이나 경험을 기반으로 기술 발전에 빠르게 대응하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