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거취 문제에 민주당 내 친명계(친 이재명계)와 비명계(비 이재명계)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이 '꼼수 탈당'한 민형배 의원을 복당시키고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제명된 김홍걸 의원의 복당을 추진하자 당 내홍이 더욱더 심화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28일 민주당 제21대 국회 4기 원내대표로 비명계인 박광온 의원이 친명계로 꼽히는 홍익표·박범계·김두관 의원을 꺾고 선출되면서 민주당 일각에선 비명계의 퇴진 신호라는 때이른 예상도 나온다.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탈당 의사를 밝힌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송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2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기귀국 및 탈당 의사를 밝힌 뒤 24일 귀국했다. 이에 지도부는 검찰 수사 경과를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인 반면 비명계는 꼬리자르기라고 비판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3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일단 송 전 대표가 귀국해 당시 캠프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정치·도의적 책임을 비롯해 책임 있는 자세로 검찰 수사에 응하는 것은 실체 규명을 위해 필요하며 도움이 되리라 본다"며 "사건 규명 진행 상황을 보며 거기에 맞는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표적인 비명계로 꼽히는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에서 "한숨 돌릴 상황은 아니다. 돈 봉투 사건의 진실이 하나도 안 밝혀졌다"며 "탈당했기 때문에 한숨을 돌린다? 그건 꼬리 자르기"라고 지적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탈당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기 때문에 안도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자체 조사 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탈당에 안도하는 것은 꼬리자르기라는 것"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영선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라디오에서 "심지어 어느 정도까지 개혁해야 하느냐. 민주당이 아마 저것은 못 할 것이라고 국민이 생각하는 부분까지 개혁해야 된다"며 "그렇게 반드시 하지 않으면 굉장히 힘들어진다"고 주장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도 라디오에서 "송 전 대표가 들어와서 자기가 다 책임지겠다고 해서 다행인데 만시지탄"이라며 "당에서 자체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했다가 안 하겠다고 했는데, 오락가락하는 이 행보가 국민에게 뭔가 감추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한 비명계 의원 역시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어떤 조직이든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자체 조사기구를 통해 밝혀낸 사실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지금 당 지도부는 그런 조사 자체를 포기한 격"이라며 "당 지도부가 보여줘야 할 리더십인데 이를 포기하면 대표직에 있을 이유가 있느냐"라고 했다.

또한 당 지도부가 검찰 조사 상황을 보고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수사기관의 진상규명과 관계없이 당 자체적으로 해야 할 자기정화 기능이 있다"며 "대한민국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공당으로서 그런 내부 결함조차 자기정화·시정을 할 수 없다면 국민들이 믿음을 주겠나"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한 민형배 의원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특히 돈 봉투 리스크가 불거지는 중에 민주당은 '꼼수 탈당'한 민형배 의원을 복당시켰고,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제명된 김홍걸 의원의 복당을 추진하면서 당내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민 의원은 지난해 민주당이 추진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당시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무력화를 위해 '꼼수 탈당'을 해 논란이 됐다.

지난달 28일 임기를 마친 박홍근 원내대표는 임기 종료 이틀 전이었던 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의 최종판결이 이미 나온 만큼 민주당은 헌재에서 지적된 부정한 점을 아프게 새기면서 이제는 국민, 당원께 양해를 구하고 민 의원을 복당시키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라 판단했다"며 "민주당과 민 의원이 앞으로 더 진정성과 책임감을 갖고 의정활동에 매진하여 국가 발전과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정치로 보답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에 비명계로 꼽히는 이원욱 의원은 "민주당이 부끄럽다. 최소한의 논의조차 없이 민형배 의원 복당을 추진했다. 명분 없는 복당은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고 오히려 책임 면피"라며 "최소한 의원들과의 논의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비공개 최고회의에서 결정할 그리 간단한 사안이라면 지금까지 복당을 미룬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식 정치로 국격을 낮추고 국민생명을 위협한다. 민주당이라도 상식을 갖고 정치하는 정당이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 비명계 의원은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탈당 당시 위장 탈당이라는 반응이 우세해서 지금까지 복당을 못 시킨 건데 임기 종료를 앞둔 원내지도부가 책임지는 차원에서 복당시킨 것"이라며 "우리 당으로서는 좋지 않은 기록이지만 개인적 일탈로 인한 탈당이 아니다 보니 비난과 책임은 당도 같이 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다만 민 의원 당사자의 반성과 좀 더 진지한 유감 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민주당 제21대 국회 4기 원내대표로 비명계인 박광온 의원이 친명계로 꼽히는 홍익표·박범계·김두관 의원을 꺾고 선출되면서 당 내홍이 진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당초 결선 투표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박 원내대표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그만큼 비명계의 손을 든 민주당 의원이 많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박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소통과 균형을 강점으로 꼽으며, 계파 선거가 아닌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친이낙연계 중진으로 친명계가 주축인 지도부에서 계파 균형을 잡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