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변경 반대' 입장을 밝힌 후 중국은 외교부장과 외교부 대변인 등이 강하게 반발하며 공세를 펼쳤다. 주한 중국대사관도 윤 대통령을 겨냥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언급하며 "내정간섭에 반대한다"고 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4일 오후(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한 중국대사관은 24일 대만 문제와 관련한 입장문에서 "최근 미국은 중국의 결연한 반대와 반복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대만 민진당 당국과 결탁을 강화하면서 차이잉원(대만 총통)의 '경유 형식' 미국 무단 방문과 미국 하원의장과의 회동을 주선하고 미국 의원들의 대만 무단 방문을 방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일부 국가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내정에 간섭하며 부정적이고 잘못된 언행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일부 국가'는 한국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사관은 "대만은 과거부터 중국 영토의 분리될 수 없는 일부분이며, 양안은 모두 하나의 중국에 속해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만 정세가 새로운 긴장국면을 맞이하는 근본 원인은 미국의 일부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제압하려' 하고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이 거듭 '미국에 기대 독립을 도모'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공허하게 만들려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해 "중국이 각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발전시키는 정치적 전제이자 기초"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1992년 한중수교 때 '하나의 중국' 원칙에 약속했다고 적었다.

대사관은 "중국은 대만 문제를 이용해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의 내정에 속하며,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자 넘어서는 안 되는 중국의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했다. 또 "중국 정부는 당연히 대만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 통일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했다.

한반도 문제와 대만 문제는 다르다고도 했다. 대사관은 "1991년 남과 북은 유엔에 동시 가입해 세계 각국이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두 개의 독립된 주권국가가 되었다"라며 "중국 대륙과 대만의 관계와는 전혀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남북 양국 국민의 통일 염원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관계 개선, 화해 협력, 궁극적으로 자주적 평화통일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19일 보도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해협 긴장 상황에 대해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고 남북한 간의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서서 전 세계적인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글렌 영킨 미국 버지니아 주지사(왼쪽)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4일(현지 시각) 대만 타이베이 총통실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미국 공화당의 대선 예비 주자인 영킨 주지사는 이날부터 29일까지 주 대표단을 이끌고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를 순방한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에 대해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0일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국인 자신의 일"이라며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강한 어조로 비판할 때 주로 사용하는 표현인 사자성어 '부용치훼(不容置喙)'를 쓴 것으로, 상대국 정상에게 쓴 것은 이례적이다.

친강(秦剛)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21일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윤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주한 중국대사관이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는 입장문은 오는 26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만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