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9일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프랑스 파리경영대학원(ESPC) 방문 연구교수로 파리에 체류 중인 송영길 전 대표에게 귀국을 촉구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송 전 대표는 오는 22일 프랑스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정치자금 의혹과 조기귀국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이라면 적극 해명해야 할 것이고, 작은 잘못이라도 있는 것이라면 국민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며 “떳떳하다면 피할 이유도 미룰 이유도 없다”고 했다.

고 최고위원은 “돈을 주거나 받은 것이 아니라면서 왜 녹취록에는 그런 말이 들어가 있는 것이냐”며 “도대체 송영길 캠프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길래 거짓이라고 믿고 싶은 그런 말들이 녹음됐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오영환 의원은 정치개혁을 이루지 못했다며 스스로 권한을 내려놓았다”며 “이런 후배 앞에서 어떤 선택이 존중받을 것인지 송 전 대표가 누구보다 잘 아실 것이다. 민주주의를 더 이상 후퇴시키지 말아달라”고 했다.

13일 오후(현지 시각) 프랑스의 정치학 중심 명문 그랑제콜인 파리정치대학(Sciences-po・시앙스포)에서 열린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한국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유사성’ 특강에서 송 전 대표가 참석한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뉴스1

송갑석 최고위원도 “이재명 대표가 지난 17일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국민께 실망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사죄하고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며 “그러나 송 전 대표는 이번 주말 프랑스 현지에서의 기자간담회만 예고할 뿐, 귀국 여부에 대한 답은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개인적 일탈 행위로 나와 아무 관련 없다, 귀국해서 따로 할 말 없다’는 송 전 대표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켜보며 당원과 국민은 당혹감과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며 “송 전 대표 본인의 당대표 선거 과정의 일로 당이 치명적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사태수습을 위한 마땅한 책무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송 전 대표께 빠른 귀국을 간곡히 그리고 엄중하게 요청드린다. 책임 있는 자세로 직접 나서서 일말의 의구심도 남김없이 진실을 밝혀주기 바란다”며 “전임 당대표와 상임고문답게 송 전 대표가 있어야 할 곳은 프랑스 파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앞이다”라고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는 이날 오전 입장문을 발표하고 “송영길 전 대표가 조기에 귀국하지 않고 이 사건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가장 강력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더미래는 “당대표가 직접 국민에게 사과하고, 송 전 대표에게 조기 귀국하여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요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귀국을 미루며 외국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의 전직 대표로서, 또한 책임 있는 지도자로서 매우 부적절한 태도이자 처신”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본인이 당대표 시절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에 대해 탈당권고, 출당조치를 했던 전례에 비쳐도 매우 부적절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송 전 대표에게 조기 귀국해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힐 것을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과정에서 윤관석 의원 등 당시 송영길 당 대표 후보 관계자 9명이 국회의원 등에게 9400만원을 전달한 정황을 포착해 압수수색을 했다.

송 전 대표는 압수수색을 당한 보좌관으로부터 ‘윤관석·강래구로부터 돈을 받아 이정근에게 전달한 사실’ 등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내용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송 전 대표가 민주당을 이끌던 시절 당 사무부총장이었던 이정근 전 부총장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던 날 사업가로부터 10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