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통과한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진 모양새다. 법사위에서 정해진 절차를 밟아 법안을 처리하자던 정의당이 패스트트랙에 긍정적인 태도로 선회하면서 4월 임시국회 내에 특검법 통과를 위한 야권의 공조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은 국회법 제85조의2에 따라 긴급하고 중요한 안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일정 기간 내에 해당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도록 하는 제도다. 국회의원 전체 혹은 소관 상임위원회 재적 의원 과반수의 서명을 받아 국회의장이나 위원장에게 제출하면 패스트트랙 지정이 가능하다. 이후 표결을 진행해 국회의원 전체 또는 상임위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해당 법안은 패스트트랙이 된다.

현재 국민의힘은 대장동의 경우 현재 검찰 수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특검법안 추진은 수사 동력을 위축시킬 뿐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도 내년 총선 전초전인 만큼 여야 모두 법 통과를 두고 밀리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심사위원회가 열린 10일 법사위 여당 간사를 맡은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법사위 야당 간사를 맡은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정의당도 4월 임시국회 안으로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이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패스트트랙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최근 확정했다.

법사위에서 절차를 밟아 특검법을 통과시키려던 정의당이 입장을 바꾼 것은 최근 법안심사1소위에서 일어난 국민의힘 소속 소위 위원들의 항의성 퇴장의 여파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소속 소위 위원들은 지난 11일 열린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특검 추천 권한과 수사 대상 등을 문제 삼아 항의한 뒤 퇴장했다.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은 민주당이 단독으로 의결했다.

의결된 특검법안은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법안에는 비교섭단체에서 특검 후보를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이 당장 법사위 전체회에서 다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법사위 의결을 위한 전체회의 상정 권한은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법사위원장의 몫이기 때문이다.

정의당의 입장이 정리되자 민주당은 이달 중으로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데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함께 이달 내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겠다고 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어제(12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법사위에서 50억 특검법이 지체된다면, 4월 임시국회 내에 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나서겠다'고 했다. 김 여사 특검법도 함께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며 "비록 늦었지만 정의당의 진전된 결단을 다행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국민 뜻에 따라 정의당과 기본소득당 등 다른 야당과 힘을 합쳐 반드시 4월 중 양 특검법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마무리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기동민 법안심사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은 물론 '김건희 여사 특검법' 추진을 극구 반대하고 있다. 여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지난 11일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민주당 단독 의결로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이 통과되자 성명서를 통해 "대체 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을 배제한 채 50억 클럽 특검법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려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특별검사 제도는 수사가 미진하거나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못할 경우 보충적이고 예외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의힘은 현재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을 두고 국회가 특검법안을 추진할 경우 검찰 수사 동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지금 수사를 통해 이재명 대표를 포함, 대장동·화천대유 관계자들에 대해 많은 사실관계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데, 특검을 하게 되면 특별검사 임명 절차부터 해야 하니 기존 수사가 지체되거나 방해받을 수밖에 없지 않나"라며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 50억 클럽 특검법 통과 다음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 통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이 야권 공조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특검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패스트트랙 지정 요건은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 찬성이다. 정의당도 4월 임시국회를 넘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이달 안으로 처리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패스트트랙에 180석이 필요한 만큼 민주당 169석과 정의당 6석 외에도 5석 이상이 더 있어야 한다. 때문에 소수당과 무소속 의원들의 협조가 필수적이기는 하다.

전문가들은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도, 여야 간 팽팽한 기 싸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이 패스트트랙이 되면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는 지정일로부터 180일 안에 심사를 마치고 60일 안에 본회의에 상정해야 한다. 특검법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때가 연말연초라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 총선 정국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박상병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수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특검법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대장동과 특검은 국민적 관심도 높은 사안인데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공략해야 할 경우까지 고려하면 충분히 (통과가) 가능하다"며 "특히 야당 입장에서는 이번 특검법 통과를 못 하면 총선에서 국민들 표심을 확보하지 못한다. 검찰 권력, 정부 권력 견제를 하나도 못 했는데 어떻게 표를 달라고 하겠나. 전력을 다해서 통과시키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패스트트랙도 국회법에 명시된 절차이지만, 야당에서 단독으로 법을 처리하는 것처럼 보이는 등 국민적 피로감도 있다. 거대양당에 비해 지지율이 낮은 정의당·소수당이나 무소속 의원들은 (특검법 패스트트랙 지정에)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국민의힘도 '김건희 특검법' 통과 여지를 주지 않으려고 할 테니 결국 총선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초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